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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되려면 줄을 서시오"…손님도 없는데 줄 세우는 명품

운동화부터 햄버거까지, 줄 세우기에 꽂힌 유통업계

명품업계, 손님도 없는데 도 넘은 줄 세우기

조선비즈

28일 롯데백화점 본점 구찌 매장 밖에 선 대기행렬./김은영 기자

28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구찌 매장 앞. 입구가 두 곳으로 나눠진 매장 앞에 각각 2명, 4명의 고객이 서있다. 매장 앞을 지키는 직원은 "매장 안이 혼잡하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점원이 일곱 명에, 다섯 팀 정도가 쇼핑 중이었다. 그냥 둘러보겠다는 말에 그는 "점원들이 모두 손님을 응대하는 중이니 양해해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일부 명품 매장이 일대일 응대를 이유로 매장 밖 줄 세우기를 강행해 논란을 사고 있다.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매장 입장을 제한한다는 취지인데, 일각에서는 전시 효과를 위해 일부러 줄을 세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품 매장은 손님 한 명(팀) 당 한 명의 직원을 붙여 맨투맨 쇼핑 서비스를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매장 밖 줄서기 현상이 빈번히 일어난다. 직장인 김 모(36)씨는 "사람이 많으면 모르겠는데, 1~3명의 손님을 줄 세우는 건 이해가 안된다. 그들이 다 들어가도 매장 안이 혼잡하진 않을 텐데, 명품에 목매는 사람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 모(32)씨는 "구경만 하고 싶은데 입점 통제를 하니 부담스러워 그냥 돌아왔다. 그렇게 들어가면 꼭 사야할 거 같아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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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인앤아웃 팝업스토어를 찾은 소비자들./이재은 기자

명품뿐만 아니다. 요즘 유통업계에선 줄세우기가 성공 법칙으로 주목받는다. 맛집부터 스마트폰, 한정판 운동화까지 ‘줄 세워 팔아야’ 히트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2015년 제조일괄유통화(SPA) 브랜드 H&M이 프랑스 명품 발맹과 협업 상품을 팔 때만 해도 밤샘 줄 서기가 광적인 소비 행태로 치부됐지만, 이젠 쇼핑이자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오프라인 매장의 줄 서기 열풍이 거세지는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인싸’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싸란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어떤 물건이나 새로운 경험을 먼저 해보고 인증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줄 서기 문화는 조기 완판은 물론, SNS를 통한 구전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다. 지난 22일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미국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이 햄버거를 250개 한정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어 흥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새벽부터 대기줄이 세워졌고, 오픈 시간 한 시간 전인 10시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완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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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운동화 구매권을 얻기 위해 캐릭터를 줄 세우는 나이키 #에어맥스줄서기./인스타그램 캡처

패션계도 계절별로 수요를 예측해 한 번에 옷을 생산하던 것에서, 수시로 협업 컬렉션이나 한정판 상품을 출시해 이목을 끄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만의 경험과 상품을 자랑하는 요구가 커지면서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브랜드)이 더 각광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에도 줄서기 문화가 등장했다. 나이키는 최근 한정판 에어맥스 운동화를 구매할 기회를 주는 ‘에어맥스줄서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마트폰에 줄서기 전용 어플리케이션 ‘에어맥스라인’을 설치한 후 캐릭터 추첨권을 만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캐릭터가 대신 줄을 서는 방식이다. 지난해 8만명, 올해 11만6000여 명이 줄서기에 참여했다. 지루하고 힘든 줄서기를 디지털 콘텐츠로 옮겨 유머러스하게 구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


일각에서는 유통업계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희소성과 새로운 경험 등 자신의 가치를 충족시키는 것에 줄을 서고 지갑을 연다. 힘들게 얻는 것일 수록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며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줄서는 게 정당하다고 여길 만큼 충분한 이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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