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떨어뜨리지마, 40만원이야
애플코리아는 다음 달 말 국내 출시 예정인 아이폰X(텐)S맥스의 화면 수리 비용을 4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아이폰을 떨어뜨려 화면에 손상이 간다면 수리 비용으로 4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달 나온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의 화면 수리비는 35만8000원이다. 화면 파손은 대부분 고객 과실로 간주해 '무상 보증'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면 수리를 하느니 차라리 샤오미 최신 스마트폰(33만원)을 사는 게 낫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수리 비용을 지원해주는 스마트폰 보험 상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사설 수리점을 이용하거나 해외 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 세 번 고치면 스마트폰 한 대 값
2013년 나온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의 화면 수리비는 10만~12만원 정도였다. 같은 해 나온 애플 아이폰5s의 화면 수리비는 16만5000원. 당시 스마트폰 가격의 10~15% 수준이었다. 이후 스마트폰 화면 수리 비용은 꾸준히 상승해 스마트폰 가격의 30%대 수준까지 올라왔다. 화면을 세 번 수리받으면 비용이 새 스마트폰 한 대를 사는 가격과 맞먹는 셈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화면이 커진 데다 유리가 깨지더라도 전면부 전체를 갈아야 하기 때문에 수리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두께를 얇게 하기 위해 강화유리와 터치 패널을 하나로 합치고 엣지(edge·끝 부분이 둥글게 휘어진 것)나 방수·방진 기술을 적용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의 방수·방진 기능을 유지하려면 화면을 포함한 앞부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2016년 갤럭시S7에 방수·방진 기능을 탑재하면서 전작보다 화면 수리 비용이 9만원가량 상승했다.
엣지 화면의 내구성에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기존 스마트폰은 측면으로 떨어졌을 때 테두리 부분이 땅에 닿지만, 엣지 화면은 휜 유리 화면이 바로 땅에 닿아 더 잘 깨진다는 것이다.
수리 비용이 오르면서 스마트폰 보험료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매년 보험사와 함께 수리 비용을 지원하는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 수준으로 최대 보장 금액을 맞춰놓고 그 한도 안에서 수리비의 80%가량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2013년 최고급형 스마트폰 보험 상품은 월 5000원대였다. 올해에는 8900원으로 올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험료는 스마트폰 가격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1~2년 새 1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이 잇따라 나오면서 보험료도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구책 쓰는 소비자들
점점 커지는 소비자 불만에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모델부터 파손된 화면을 반납하면 수리 비용을 할인해주고 있다. 갤럭시노트9의 경우 파손 화면을 반납하면 35만8000원에서 22만5000원까지 값을 깎아준다. 신제품 출시 행사로 최대 두 번까지 화면 파손 수리 비용 5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자구책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일부 아이폰 이용자들은 해외에서만 가입이 가능한 ‘애플케어 플러스’ 보험 상품을 ‘직구’해서 쓰고 있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애플이 직접 판매하는 보험으로 화면 파손 같은 소비자 과실도 2년까지 보증해준다. 가입 시 미국 주소를 입력하고 199달러(약 22만원)를 내면 화면이 깨져도 최대 두 번까지 무료로 수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심지어 사설 수리소를 이용하거나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부품을 해외 쇼핑몰서 직접 사서 수리하는 ‘자가 수리족’까지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서 ‘갤럭시 자가 수리’ ‘아이폰 자가 수리’를 검색하면 각각 1만개에 달하는 영상이 나온다. 하지만 첨단 스마트폰을 직접 수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장형태 기자(shap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