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못내던 81년생 디자이너, 에어비앤비로 12조원 '돈방석'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81년생 ‘브라이언 체스키’
IPO 대박에 지분가치 12조…트위터 잭 도시 맞먹어
공동 창업자 가비아·블레차르지크도 11조 돈방석
'에어 매트리스와 아침식사 제공(Airbed and Breakfast).'
2007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산업 디자인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숙박업소를 찾던 사람들은 희한한 웹사이트 하나를 소개 받는다. 숙소를 중개한다는 이 홈페이지에 등록된 곳은 달랑 4개. 1박 80달러에 에어 매트리스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간단한 글과 숙소 사진이 전부였다.
이 수상쩍은 숙소에 묵은 사람은 단 3명이었다. 모든 호텔이 만실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 머물게 된 이들은 13년 뒤 세계적인 호텔 체인 매리어트와 힐튼을 합한 것보다 시가총액이 커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첫 고객이 된다. 이들의 사진은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본사에 걸려있다.
'내 집을 낯선 이들에게 공유한다'는 무모한 아이디어는 월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1981년생 산업 디자이너 브라이언 체스키에게서 나왔다. 산업 디자인 박람회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호텔이 동나자 그는 친구와 함께 살던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주기로 한다. 에어 매트리스 3개를 사다 놓고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디자인 회사에 연락해 빈방을 빌려줄 사람을 찾았다.
체스키는 룸쉐어를 하던 동료 조 게비아와 '에어 매트리스와 아침식사'라는 웹사이트를 만드는데(airbedandpeakfast.com), 이것이 세계적인 공유 경제 기업 에어비앤비의 시작이다. 에어비앤비 라는 말은 빈방을 외부인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자체를 의미하는 신조어가 되기도 했다.
2018년 2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브라이언 체스키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AP 연합뉴스 |
10일(현지시각) 포천에 따르면 에어비앤비가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12.8% 급등하면서 회사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체스키의 지분 가치는 112억달러(12조1000억원)가 됐다. 트위터 CEO 잭 도시(119억달러)와 비슷하고 스냅챗 CEO 에번 스피걸(92억달러), 도어대시 CEO 토니 수(30억달러)를 웃돈다.
공동 창업자인 게비아와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의 지분 가치도 각각 104억달러(1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어비앤비의 상장 계획은 지난해 한차례 연기된 뒤 올해도 코로나 여파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해외 여행 및 출장이 줄어든 빈자리를 국내 여행 수요가 채웠고 에어비앤비는 인력 4분의1을 줄이고 비(非) 핵심 부분 사업을 정리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 결과 3분기 경쟁사인 익스피디아그룹과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매출액이 작년보다 거의 60% 감소한 반면 에어비앤비는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체스키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에어비앤비를 창업했던) 13년 전 26살 때 완전히 빈털터리 였을 때를 기억한다"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달라진다는 건 말도 안되지만, 여행 회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기간 상장한다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