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따라 강남간다... 삼성⋅샤오미도 스마트폰 충전기 빼는 이유는
아이폰 12 출시 때 "우린 충전기 기본 제공" 자랑 삼성⋅샤오미의 변심
5G폰 제조원가 상승에 액세서리 줄여 소비자부담 줄이고 친환경 부각
삼성전자(005930)와 샤오미가 애플을 따라 차세대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뺀다. 애플이 새로운 결정을 내리면 경쟁사들이 처음엔 이를 조롱하며 네거티브 마케팅을 보이다 결국 이를 따라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샤오미는 애플이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했을 때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의 이같은 정책이 ‘환경 보호’란 명분과 함께 제품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묘수가 되자 애플 따라하기에 나선 것이다.
샤오미 미11 패키지는 충전기를 제외해 이전보다 더욱 얇아진 모습이다. /샤오미 |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각)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샤오미 스마트폰 신제품 '미11'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11 새로운 포장이 얇고 가벼워졌다"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유휴 충전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환경의 부담이 된다"면서 이 같은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10월 아이폰12를 출시하면서 환경 보호와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충전기와 번들이어폰을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했다.
아이폰12 프로. /조선DB |
당시 애플은 "지금까지 20억 개가 넘는 아이폰 충전기가 유통됐다"며 "아이폰 패키지에서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제외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12 구성품에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만 제공한다.
이에 샤오미는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직후 ‘미10T 프로’를 홍보하는 영상을 SNS에 게재하면서 자사 제품에는 충전기가 탑재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불과 두 달 여만에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레이쥔 CEO는 "우리는 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산업의 관행과 환경보호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 해법일까?"라고 했다.
삼성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모델 제품 패키지 구성도. /삼성전자 |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갤럭시S21’의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한다. 앞서 유럽과 브라질 등에서 갤럭시S21 패키지에 전원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아이폰12 출시 당시 충전기 제외 정책을 비꼰 바 있다. 아이폰12 발표 다음 날, SNS에 충전기 사진을 올리며 "갤럭시는 가장 기본적인 충전기부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등을 제공한다"고 했다.
다만 애플이 프랑스에서 현지 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이어폰을 포함시킨 것처럼 삼성전자도 충전기와 이어폰 제외 여부를 국가별로 다르게 결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조사들이 5G폰에 탑재되는 칩셋으로 제조 원가가 높아지자 액세서리를 빼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행보"라고 풀이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