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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투박함 벗은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가격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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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선을 보인 5세대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여러모로 ‘미국’ 딱지를 떼고 싶어 하는 브랜드의 의지가 보이는 차다.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여기저기 심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외관 디자인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화려하게 바뀌었고, 실내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RV(레저용차)의 대명사인 지프는 거친 내연기관이 연상되지만, 이번 모델에는 시대 흐름에 맞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동력계를 얹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동화 흐름에 동참하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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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은 지프 특유의 전통적인 부분을 살리면서 첨단 분위기를 낸다. 지프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7개의 세로 슬롯으로 나누는 디자인이 전통인데, 이 부분은 변함없다. 다만 구형의 경우 전면부 디자인이 밋밋했다면 신형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으로 넣고 범퍼는 밖으로 빼 입체감을 강조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양쪽 헤드램프는 LED(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해 현대적인 이미지를 그렸다. 보닛의 끝부분 각도는 그릴과 만나는 지점에서 뚝 떨어져 ‘샤크 노즈(상어 코)’로 불리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측면에서도 지프 특유의 사다리꼴 휠하우스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전면의 화려함에 비해 상당히 정돈된 편이다. 지붕과 유리창 상단을 두른 크롬 장식도 돋보인다. 후면은 수평선을 강조해 그렇지 않아도 큰 차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든다. ‘미국차는 육중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느낌을 준다. 배기구(머플러)도 크게 만들어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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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지금까지의 지프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워졌다. 투박했던 옛 모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실내 곳곳에 들어간 가죽과 우드 트림(나무 마감), 고광택 패널 등 고급스러워 보이기 위한 여러 재주를 부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10.25인치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차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알려준다.


센터페시아는 큰 디스플레이와 공조 장치 조절 스위치, 구동 방식 다이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광택 소재를 넣어 최신 유행을 반영했다. 모바일 기기용 USB-C와 USB-A 단자를 두 개씩 마련해 놓은 것은 요즘 스타일이다.


다만 무선 스마트폰 충전 부분은 무선 충전 규격을 간과한 것인지 굉장히 좁다. 최신 스마트폰을 얹기가 불편해 활용도가 떨어진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는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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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큰 차 만들기에 능한 미국 브랜드답게 어느 하나 답답한 구석이 없다. 2열 시트 역시 벤치식으로 구성돼 넉넉한 모습이다. 네 바퀴 굴림 차들은 뒷좌석 중앙 바닥이 높게 올라오기 마련인데, 그랜드 체로키 4xe는 이 부분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어 발에 걸리는 것을 최소화했다.


트렁크는 넓어 활용도가 높은 RV의 장점을 살렸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적재 공간으로 2000L(리터)를 확보할 수 있다. PHEV용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로 넣어 적재 공간을 해치지 않은 덕분이다.


처음으로 그랜드 체로키에 들어온 PHEV 동력계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후륜 2모터, 15㎾h 배터리로 구성됐다. 엔진으로만 최고 272마력, 최대 40.8㎏f.m의 힘을 내는데, 두 개의 전기모터까지 합하면 시스템이 내뿜는 출력은 최고 375마력까지 높아진다. 배터리는 삼성SDI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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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모터의 동력 전환은 아주 매끄럽다. 엔진의 힘만으로 달리다 언제 전기모터가 개입하는지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2.5t인 차 무게에 비해 엔진의 용량이 작다고 느낄 수 있지만, 거구를 도로에서 움직이게 하는데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8단 자동변속기도 매끄럽게 속도를 올렸다 낮췄다 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L당 12㎞로, 동급의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못지않다. 주행모드는 하이브리드(엔진+모터), 일렉트릭(전기 우선), E-세이브를 지원한다.


모드를 조정하는 스위치는 운전대 왼쪽으로 배치했다. E-세이브는 배터리가 모두 소진됐을 때, 달리는 힘과 멈추는 힘을 최대한 회수해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주행 모드다. 이 모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을 30분 정도 주행하면 배터리의 40% 정도까지 회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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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 4xe는 순수 전기 주행으로 최대 33㎞를 달릴 수 있다. 회생제동을 켜고 끄는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있는데, 개입 강도는 센 편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고개가 앞으로 쏠린다. 익숙지 않으면 불편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을 갖춰 차의 지상고(바퀴 하단부터 차 바닥까지의 거리)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낮게 설정하면 주행 안정성이 높아진다. 험로를 통과할 때는 지상고를 가장 높이는 게 좋다. 쿼드라-트랙 Ⅱ 4×4라고 부르는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지프의 자랑 중 하나다. 워낙 험로 주행에 특화된 브랜드다 보니, 기본기가 탄탄하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충실히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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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 4xe는 여러 면에서 브랜드의 고민이 엿보였다. 세련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실내는 유럽인이 조롱하는 ‘그저 그런 미국차’로 보이지 않게 했다. 여기에 전동화 대세에 따른 새로운 동력계는 이질감 없이 그랜드 체로키에 잘 이식됐다.


다만 가격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랜드 체로키 4xe의 가격은 1억320만~1억2120만원으로, 고급차로 발돋움하고 싶어 하는 지프의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가격에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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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내에 7980만~8980만원에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 L(롱휠베이스)도 가격 논란이 있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최초 출시 가격에서 800만원 올렸는데, 잘 팔리지 않자 지난해 11월에 1200만원을 할인하면서 결과적으로 400만원을 할인한 꼴이 돼 가격 산정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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