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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쏘나타…“똑똑하고 화려해졌다”

1985년 첫선을 보인 현대자동차 쏘나타는 30년 넘게 ‘국가대표 중형세단’으로 불렸다. 폭발적인 주행성능이나 한껏 멋을 낸 디자인 대신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적당한 성능의 중형차가 바로 쏘나타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였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쏘나타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삶의 기반을 갖춰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차로 사랑을 받았다. 주로 기업체나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30~40대 가장들의 구매비율이 높아 ‘국민차’, ‘아빠차’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진상훈 기자

지난달 21일 현대차는 8세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이런 오랜 이미지와의 작별을 선언했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이날 출시행사에서 무대에 올라 "쏘나타는 더는 국민차, 아빠차가 아니어도 좋다"며 "이제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도로 위를 달리는 세단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의 발언에는 평범한 중형세단으로 인식되며 쇠락해 가던 쏘나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완벽하게 변신한 8세대 모델을 통해 새로운 쏘나타의 매력을 드러내겠다는 자신감이 함축돼 있었다.


이날 출시행사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남양주 동화컬처빌리지를 오가는 왕복 150㎞ 구간에서 신형 쏘나타를 시승하며 현대차가 34년간 이어온 국민세단의 이름표를 스스로 떼어낸 자신감의 이유를 살펴봤다.


실내 행사장의 거대한 장막이 사라지고 처음으로 실물을 드러낸 쏘나타의 첫인상은 날렵했다. 유럽 고급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신형 쏘나타에서도 엿보였다. 현대차가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던 콘셉트카 ‘르필루즈’와 닮은 유려한 곡선미도 눈에 띄었다.


신형 쏘나타의 전장은 4900㎜, 전고는 1445㎜다. 기존 7세대 모델보다 전장은 45㎜ 늘어난 반면 전고는 30㎜ 낮아져 스포츠카와 흡사한 길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휠베이스도 기존 모델보다 35㎜ 확대된 2845㎜로 설계돼 넉넉한 실내공간까지 확보했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 전면부. /진상훈 기자

전면부는 구(球)를 형상화해 볼륨감을 높였고 날카로운 3개의 라인을 적용해 입체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비점등시에는 크롬 재질로 보이지만, 불을 켜면 램프로 바뀌어 빛이 투과되는 ‘히든라이팅 램프’가 적용돼 날렵한 인상을 더욱 강조했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 측면부. /진상훈 기자

유려하게 이어지는 2개의 캐릭터라인이 들어간 측면부를 지나 후면부를 보면 전면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강조한 리어램프 디자인이 눈에 띈다. 전면부가 눈빛을 위로 치켜뜬 모양의 헤드램프와 히든라이팅 램프로 강한 이미지를 구현했다면, 후면부에 적용된 리어램프는 폭이 가늘고 양측이 서로 이어진 가로 형태로 구성돼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 후면부. /진상훈 기자

역동적인 이미지와 강한 개성을 한껏 드러낸 외관 디자인의 변화 때문일까. 실내 공간은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였다. 파격적인 변신보다는 사용자들이 손쉽게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패시아 상단에는 역(逆) 사다리꼴 모양의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자리했고 스티어링휠 안쪽에 있는 디지털 클러스터의 크기도 12.3인치에 달해 시인성이 뛰어났다. 변속기는 기존 돌출형에서 버튼식으로 바뀌었고 센터패시아 중앙의 각종 공조장치는 간결하게 구성됐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 실내공간. /진상훈 기자

시동을 걸고 도로에 진입한 뒤 스티어링휠 왼쪽에 있는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자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화면에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가 등장했다. 전방을 주시한 채 주행하면서 "에어컨 켜줘"라고 말을 걸자 공조장치에 손가락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에어컨이 가동됐다. 이어 "오늘 날씨를 알려줘"라고 묻자 기온은 물론 미세먼지 유무까지 알려줬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자동 공조장치 제어는 물론 날씨와 뉴스, 주가정보, 환율, 자연어 길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브리핑한다. 에어컨을 켜거나 내비게이션 조작 등을 위해 눈길을 돌릴 필요가 크게 줄어 전방을 주시한 채 운전에만 집중하면 된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 /진상훈 기자

세련된 외관과 한층 진화한 첨단사양 등에 비해 주행성능은 ‘국민세단’ 쏘나타다운 무난한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한껏 힘을 주자 서서히 속도를 내며 치고 나갔지만, 기대했던 수준만큼 역동적인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신형 쏘나타 가솔린 2.0 모델의 최고출력은 160마력, 최대토크는 20kg·m이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0kg·m의 힘을 내는 쏘나타 뉴라이즈와 비교하면 토크는 같지만, 출력은 오히려 조금 떨어진다. 현대차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트니스(Sensuous Sportiness)’가 적용돼 한껏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외관에 비해 실제 주행성능이 무난한 수준에 그친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의 뒷좌석. /진상훈 기자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도어와 창문 접합부 등의 두께를 강화하고 흡차음재를 대폭 보강해 정숙성을 높이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정속주행시 엔진의 구동음이나 노면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끌어올리자 풍절음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약 1시간의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16.2㎞였다. 제원상 복합연비인 리터당 13.1㎞에 비해 우수한 연비가 기록됐다. 시승구간에 고속도로의 비중이 높았고 가속과 감속을 빈번하게 바꿔가며 주행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의 계기판 클러스터. /진상훈 기자

신형 쏘나타는 가솔린 2.0 모델 기준으로 2346만원에서 3289만원에 판매된다. 이전 모델이었던 쏘나타 뉴라이즈의 가격은 2219만원에서 2919만원이었다. 각 트림별로 130만원에서 370만원 정도 가격이 인상됐다.


현대차는 30여년간 유지해 왔던 국민 중형세단의 이미지까지 스스로 내려놓을 정도로 이번 8세대 신형 쏘나타의 새로운 변신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전체 판매량의 약 35%의 비중을 차지하는 택시 트림까지 포기하면서 신형 쏘나타를 한 차원 고급스럽고 특별한 중형세단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승기] ‘국민차’ 거부한 8세대

신형 쏘나타의 스마트키. /진상훈 기자

8세대 신형 쏘나타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성인식 비서 등 한층 똑똑해진 첨단사양으로 또 한 번 진화했다. 도시에서의 여유로운 주행과 편리한 기능, 세련된 감성 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새롭게 돌아온 쏘나타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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