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점령하라”…코로나 시대 스마트워치 격전
손목 위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 회사의 격전지가 됐다. 화웨이·비보·오포 등 중국 기업들은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쏟아내며 공격적으로 점유율 확장에 나섰다.
새로 나온 스마트워치 제품은 의료기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건강 모니터링·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대유행) 속에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심전도·혈중 산소포화도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국 스마트워치 브랜드의 강점은 다양한 가격대다. 특히 10만~20만 원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중국 비보가 9월 22일 공개한 첫 스마트워치 ‘비보워치’. /비보 |
중국 BBK전자(부부카오) 산하 스마트폰 브랜드 비보(vivo)는 22일 첫 스마트워치 ‘비보워치’를 공개했다. 시계 본체 지름 42㎜와 46㎜ 크기 두 종류로 출시됐다. 가격은 모두 1299위안(22만 원)이다. BBK전자 소속 오포와 리얼미가 각각 출시한 프리미엄 오포워치와 저가 리얼미워치의 중간대 가격이다. 오는 28일부터 판매된다.
비보워치는 헬스케어와 운동 관리 기능을 대거 넣어 가성비를 높였다. 심박동수와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탑재됐다. 손목에 기기를 차고 잠을 자면 잘 잤는지, 못 잤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달리기·수영 등 11종의 스포츠 활동을 기록하는 기능도 있다. 한 번 충전 후 최장 18일간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수명을 늘렸다.
비보워치는 위치 정보 확인에 쓰이는 위성항법 시스템에 ‘중국판GPS’라 불리는 베이더우를 포함했다. 미국 위성항법 시스템 GPS와 러시아 글로나스, 유럽연합 갈릴레오도 쓰인다.
황왕 중국 화미 최고경영자가 9월 22일 스마트워치 신제품 2종을 소개하고 있다. /화미 |
중국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화미도 22일 스마트워치 2종을 새로 내놨다. 신제품 ‘어메이즈피트 GTR2’와 ‘어메이즈피트 GTS2’ 모두 건강 모니터링·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심박동수를 24시간 체크할 수 있다. 황왕 화미 최고경영자는 이날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더 정확한 건강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고 했다.
어메이즈피트 GTR2 판매가는 999~1099위안(약 17만~19만 원), 어메이즈피트 GTS2는 999위안으로 정해졌다. 화미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어메이즈피트 스마트워치의 전 세계 출하량은 174만 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8% 증가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5위를 기록했다. 화미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올해 주가는 10%가량 상승했다.
중국 오포가 9월 24일 ‘오포워치 ECG(심전도)판’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포 |
비보와 함께 BBK전자에 속해 있는 오포(OPPO)는 24일 심전도(ECG) 측정 기능을 넣은 스마트워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20일 오포는 웨이보 공식 계정에 "심장 건강을 지켜주며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오포워치 ECG판을 24일 전 세계에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심전도는 심장 박동과 관련된 전기 신호가 규칙적인지를 측정하는 검사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부정맥(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 진단에 사용된다. 스마트워치가 사실상 의료기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 미국 핏비트의 스마트워치에만 심전도 측정 기술이 들어있다.
오포는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올해 3월 첫 오포워치를 중국에서 출시했다. 이어 7월 글로벌 버전도 내놨다. 중국 버전과 글로벌 버전은 디자인과 기능은 거의 같지만, 다른 운영체제를 쓴다.
중국 화웨이가 8월 공개한 스마트워치 ‘워치핏’. /화웨이 |
화웨이(HUAWEI)는 지난달 10만 원대 스마트워치 ‘워치핏’을 출시하고 이달 16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화웨이 워치핏은 운동에 초점을 맞춰서 96종의 운동 데이터를 기록한다. 배터리 수명은 최장 10일이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4200만 대로 추정된다. 상반기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 매출 기준 상위 1~3위 업체는 애플(51.4%), 미국 가민(9.4%), 화웨이(8.3%) 순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 9.3%로 2위를 차지했으나,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7.2%로 4위로 밀려났다. 화웨이가 3위 안에 들면서 삼성전자를 4위로 밀어낸 것이다. 특히 화웨이 ‘워치 GT2’ 시리즈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애플이 9월 15일 공개한 ‘애플워치 시리즈6’. /애플 |
애플도 15일 ‘애플워치 시리즈6’과 ‘애플워치 SE’를 내놓으며 중국 스마트워치 시장을 다시 공략한다. 애플워치6은 15초 안에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넣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애플은 "혈중 산소 농도는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핵심 지표"라며 "혁신적인 센서를 이용해 몸에 산소가 얼마나 잘 공급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애플은 중국 공장에서 애플워치6과 신형 아이패드 생산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중국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미·중 갈등 여파로 애플은 중국 국내 판매 제품은 중국 제조업체에 맡기고, 중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베트남, 인도 등에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