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받으러 간 성폭행 피해자를 또… 대법, 징역 5년 확정
성폭행 피해자가 이튿날 사과를 받기 위해 찾아가자 다시 성폭행한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일러스트=정다운 |
2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1월 자신의 집에서 당시 14세였던 피해자 B씨를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B씨는 사과를 받기 위해 이튿날 다시 A씨의 집을 찾아갔다. A씨는 사과를 거부하고 또다시 B씨를 성폭행했다.
A씨는 재판에서 "합의하에 성관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전날 성폭행 등을 당했다면서 바로 다음날 사과를 받기 위해 혼자 찾아와 강간당했다는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재판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에게 장기 2년 6개월, 단기 2년을 선고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장기형이 만료되기 전에 조기 출소할 수도 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의 형량을 징역 5년으로 높여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10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간을 당한 후 이튿날 혼자서 다시 피고인의 집을 찾아간 것이 일반적인 범죄 피해자로서는 취하지 않았을 특이하고 이례적인 행태로 보인다"라며 "그러나 이로 인해 곧바로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관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범죄를 경험한 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피해자가 선택하는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라며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나 가해 현장을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 재판부는 "피해자로서는 사귀는 사이인 것으로 알았던 피고인이 자신을 상대로 느닷없이 강간 범행을 한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해명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행위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 되지는 못한다"고 했다.
강현수 기자(ji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