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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나와 천사인 척, 현실선 16개월 입양아 내리찍어 살해한 엄마

추석 연휴이던 지난달 1일 EBS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엄마 장모(33)씨가 생후 16개월의 입양딸을 학대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방송에서 장씨 가족은 자상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방송이 나간 지 12일 째 되던 날, A양은 장씨 가족을 만난 지 10개월 만에 학대를 받아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망 원인은 외력에 의한 장 파열. 실제 아이의 머리뼈가 깨지고 장기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갈비뼈도 여러 차례 부러진 흔적이 있었다.



조선비즈

EBS입양 다큐멘터리 어느 평범한 가족에 출연한 A양과 장씨 가족의 모습. /EBS 영상 캡처

방송과 현실은 정반대였다. 장씨는 방송에서 A양을 안고 초 한개가 꽂힌 케이크를 내밀며 "축하해! 건강해!"라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활짝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화면 속 A양의 이마에는 시커먼 멍 자국이 선명했다.


A양이 숨진 당일 아침 장씨 아파트에서 육중한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네댓 번 났다. 이웃 주민이 찾아와 항의하자 장씨는 현관문을 살짝 열고 사과했다. 장씨는 7분 뒤 어린이집에 전화해 A양이 병원에 가야한다며 결석 통보를 했다. 정작 남편에겐 핸드폰으로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문자를 보냈다. 장씨는 A양을 집에 둔 채 친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뒤에야 A양을 안고 집을 나섰다.


단지 내 CCTV에 찍힌 A양은 이미 의식이 없는 듯 머리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장씨는 구급차가 아닌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이동했다. 택시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특별히 재촉하지 않았고 119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A양은 이미 심장이 멎어있었고, 약 8시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장씨는 의료진에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다"며 자신이 찍은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에서 A양은 "빨리와, 빨리"라는 장씨의 재촉에 겁먹은 표정으로 울먹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서울양천경찰서는 9일 이러한 수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와 함께 장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장씨가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A양의 등을 내리찍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장파열 외에도 A양의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폭행 외에도 수십 차례 A양을 방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외식을 나갔다가 A양만 지하주차장에 내버려두는 식이다. 이에 대해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도록 수면 교육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장씨는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A양을 입양했으나 1개월 만에 학대를 시작했다. 경찰은 "엄마 쪽에 학대에 더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남편은 방임 사건의 공범이지만 낮 시간대 주로 직장에 있었다. 폭행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다. 장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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