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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점점 커지는 자율주행車 회의론

자율주행 사업이 기로에 놓였다. 기술 개발에 조(兆) 단위의 천문학적인 연구 개발비가 필요한데,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합작회사 아르고AI(Argo AI)가 창업 6년 만에 사업을 접기로 했다. 법인은 해산하고, 직원 2000여명 중 일부는 포드, 일부는 폭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긴다.


아르고AI는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와 우버 출신의 두 개발자가 모여 창업한 기업이다. 포드와 폭스바겐으로부터 총 36억달러(약 5조원)를 유치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아르고AI는 자율주행기술 순위가 글로벌 3위였다. 1위는 웨이모, 2위는 엔비디아, 4위는 중국 바이두, 5위는 미국 크루즈(GM), 6위는 모셔널(현대차그룹·앱티브) 순이다.

조선비즈

아르고AI 자율주행 기술에 기반한 포드(왼쪽)와 폭스바겐(오른쪽) 차량. /포드·폭스바겐 제공

자율주행 기술의 리더로 꼽히던 글로벌 3위 기업이 몰락한 이유는 수익성이다. 막대한 현금이 투입되는 반면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아르고AI에 투자했을 때만 해도 2021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존 라울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 있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 매우 분명해졌다”면서 “우리는 반드시 해당 기술을 직접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포드가 자율주행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 완성될 기술을 구매할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운전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은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테슬라는 2019년 “자율주행 로보택시 100만대를 2020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운전자 개입이 없는, 제대로 된 의미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AI 기술이 아직은 충분히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당장 마땅한 매출을 일으키기도 어려워, GM은 크루즈에서 연간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가 늦어지며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2018년 2500억달러에서 최근 300억달러로 떨어졌고, 인텔 모빌아이의 기업가치는 당초 목표치 500억달러에서 22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그룹과 아마존이 투자한 자율주행기업 오로라의 기업가치도 작년 200억달러에서 최근 25억달러로 폭락했다.


미국 JBF컨설팅의 토니 웨이다 대표는 “대형 자동차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2014년 전후로 자율주행 기술에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최근엔 경기 침체와 수년이 더 걸릴 개발 기간으로 인해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면서 “자동차 기업들도 레벨4·5 완전자율주행보다 가까운 장래에 달성할 수 있는 레벨 2·3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레벨2는 운전자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 레벨3은 부분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테슬라와 GM, 현대차가 완전 자율주행을 겨냥하고 있다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와 리비안은 레벨 2·3 자율주행을 주목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운영체계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로 나뉜 것처럼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하나둘씩 자동차 기업들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이라면서 “추후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해 선두주자가 되면 스마트폰의 애플처럼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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