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150만도 속으로 다이빙, 태양 탐사하라"
전 세계가 연일 기록적인 폭염(暴炎)에 시달리면서 모두 태양을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처럼 태양으로 돌진하는 우주선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무인(無人)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를 발사한다. 길이 3m, 무게 685㎏으로 일반 소형차 정도 크기의 이 탐사선은 최대 시속 70만㎞로 날아가 발사 8주 만에 금성을 지나고, 다시 8주 뒤에는 태양 대기권에 진입할 예정이다. 탐사선은 태양 대기권에 도착한 이후 7년 동안 주변 궤도를 24바퀴 돌며 태양의 맨 바깥쪽 대기층인 코로나와 태양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의 흐름인 태양풍을 조사할 예정이다. 탐사선이 코로나에 직접 들어가 태양을 관측하는 것은 처음이다.
용암보다 뜨거운 열(熱) 견뎌야 해
NASA는 인류 역사상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이번 탐사 프로젝트를 '태양을 만진다'는 뜻으로 '터치 더 선'(Touch the sun)으로 명명했다. 탐사선은 태양에 가장 근접할 때는 태양과 수성 사이의 거리보다 짧은 595만㎞ 떨어진 지점까지 지난다. 탐사선 이름 '파커'는 미국 천문학자 유진 파커(91) 시카고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의 이름에서 따왔다. 파커 교수는 1958년 발표한 논문에서 태양풍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당시 태양에 탐사선을 보내 태양풍을 연구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태양의 뜨거운 열을 견딜 수 있는 탐사선 제작 기술이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픽=양인성 |
태양의 표면 온도는 평균 섭씨 6000도다. NASA는 탐사선이 태양에서 수백만㎞ 떨어져 공전하기 때문에 표면이 실제로 가열되는 온도는 1370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산에서 분출되는 용암이 섭씨 700~1200도인 점을 고려하면 웬만한 물체는 녹을 수 있는 온도이다. NASA는 태양 탐사선 개발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쏟아부었는데, 그중 탐사선의 내열(耐熱) 기능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NASA 개발진은 외부로 노출되는 각종 전선을 고온에 견디는 니오븀 합금으로 만들고, 열에 강한 사파이어 결정으로 표면을 입혔다. 동체는 티타늄·몰리브덴·텅스텐으로 제작했다. 티타늄은 강철보다 가벼우면서 강해 항공우주 산업에 널리 이용되고 있고, 몰리브덴과 텅스텐은 녹는점이 2000도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내열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인다. 태양 복사열을 차단하는 '특수 방패'도 제작했다. 태양 표면을 향하는 탐사선 앞부분에는 탄소복합소재로 만든 두께 11.5㎝, 지름 2.5m의 열 보호판을 씌웠다. 보호판의 겉표면에는 흰색 세라믹 페인트를 입혀 최대한 열을 반사하도록 했다. 고열과 태양 방사선에 장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NASA 연구진은 최근 프랑스 오델로에 있는 거대 태양로(爐)를 이용해 탐사선이 태양열을 제대로 견딜 수 있는지 실험했다. 태양로는 돋보기처럼 태양 광선을 한곳으로 모아 최대 3000도의 고온을 만드는 장치로, 우주비행체 개발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열 보호판을 우주 환경과 비슷한 진공 상태에 가둔 뒤 태양로의 태양열에 장시간 노출시켜 안전성을 검증했다. 연구진은 "각종 열 차단 장비 덕분에 태양 부근에서도 탐사선 내부 온도는 29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태양 바깥쪽이 더 뜨거운 이유 규명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풍이 발생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태양풍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원인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풍이 지구 공전궤도에 도착했을 때 속도는 시속 200~750㎞에 이른다. NASA는 태양풍 분석을 통해 정확히 언제 태양풍이 강해지는지 알 수 있다면 인공위성이나 지상에서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풍에는 강력한 자기장파가 섞여 있어 지상의 전자파를 교란할 수 있다.
코로나의 실체도 파헤칠 계획이다. 코로나는 밝기가 태양 표면의 10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온도는 섭씨 150만도로 태양 표면보다 훨씬 높다. 파커 교수는 태양 대기층인 코로나가 표면보다 온도가 높은 '역전 현상'에 대해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폭발(플레어)이 코로나를 가열시키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 안쪽보다 바깥쪽이 더 뜨거운 온도 역전 현상은 아직 천문학계가 풀지 못한 숙제"라며 "파커가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했던 태양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