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리고 싶으면 3S 기억하세요
Short : 3~6개월짜리 상품 인기… 채권·정기예금에 돈 몰려
Speed : 특판 상품, 선착순 가입… 새마을금고 적금, 새벽부터 줄서
Safe : 수익률보다 안정성… 원금 보장형 달러 ELS 등 인기
"주식, 펀드 이것저것 해봤지만 요새는 전단채(전자단기사채)만 삽니다. 만기가 짧아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고 원금 잃을 걱정도 덜하니까요." 전문직 직장인 임모(43)씨는 요즘 여윳돈이 생기는 대로 연 2~3% 금리를 주는 전단채에 투자한다. 그는 "괜찮은 회사채는 완판 속도가 빨라 은행 PB(프라이빗뱅커)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낚아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시중에는 유동 자금이 넘치는 재테크 혼란기가 오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3S(Short·Safe·Speed)'가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자가 다소 낮더라도 자산 현금화가 쉬운 '단기(Short)' 상품,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은 '안전한(Safe)' 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은행·증권사들이 내놓는 특판 상품은 금방 완판돼 '빠르게(Speed)'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불확실성에 방망이 짧게 쥔 투자자들
요즘 재테크 시장에서는 '단기 상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만기가 짧은 상품에 잠시 넣어두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 이후 투자자들이 부동산 신규 투자를 꺼리기 시작했는데, 대안인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워낙 커서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14일 "리스크가 낮은 단기채권 등에 자산을 넣어두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RP(환매조건부채권), 전단채를 비롯한 단기 상품을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다. RP란 국고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회사 등 우량채권을 만기 1~3개월짜리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미리 약속한 이자를 주고 만기에 되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말한다. 신한금융투자(산본지점)는 최근 연 3.5% 금리를 제공하는 1달 만기 특판 RP를 내놨다. 최저 1000만원부터 최대 5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고, 만기 이후론 1개월씩 연장해 총 3개월까지 가입 가능하다.
RP 시장 규모는 2013년 말 27조1000억원에서 2015년 43조8000억원, 2018년 95조5000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RP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자 금융 당국은 14일 '판매사가 현금성 자산 보유비율을 PR 거래 규모의 최대 20%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리스크 관리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부동자금으로 불리는 초단기 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에도 연초 이후 22조원이 몰려들었다.
은행의 단기 예·적금 상품도 시중 자금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6개월 미만 초단기 정기예금 잔액이 작년 말 80조7918억원으로, 2017년 말 66조5733억원보다 약 21% 늘어났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2년 미만 예금 잔액은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SC제일은행의 마이런통장 등 수시입출 예금도 인기가 높다.
선착순 마감하는 특판 상품… 빨리 움직여야
괜찮은 투자 상품이 나타났을 때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가입조차 힘들다. 은행·증권사들이 우대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의 경우 선착순 한도가 있어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촌 새마을금고에선 연 4.4%짜리 정기적금이 출시됐는데 고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수요가 몰리면서 순식간에 마감됐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월 선보인 연 5%의 'NH QV 적립형발행어음'도 출시 1개월 만에 5000명이 선착순으로 가입을 마쳤다.
PB들은 요즘 투자자들은 '안정성'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최대한 원금 보장을 추구하는 상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꺾였음에도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원금 보장형 달러ELS(주가연계증권)나 달러 채권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 팀장은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경우, 안전 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미국 금리는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르는 매력이 있다"며"투자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산가들은 달러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