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달리겠다는 도요타, 우주호텔 만드는 美기업
美 스페이스X 민간기업 처음으로 우주정거장 도킹, 무사 귀환 성공
日 도요타 "우린 달에서 자율주행"
미국 민간(民間)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지난 8일(한국 시각) "유인(有人)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의 유인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했다가 지구로 돌아온 건 사상 처음. 미국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것은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8년 만이다. 크루 드래건은 이번에는 사람 대신 마네킹을 태웠지만 오는 7월에는 NASA(미항공우주국) 출신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우고 2차 시험비행에 나선다. 오는 2023년 일반인에게 달 여행 상품을 팔겠다는 스페이스X의 계획이 기술적인 검증을 완료하고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민간 최초로 달 착륙 도전하는 이스라엘 - 스타트업 이스라엘 우주 스타트업 스페이스IL의 무인탐사선이 달에 착륙한 모습의 상상도. 다음 달 11일 달에 착륙할 예정이다. /스페이스IL |
시험비행 성공한 미국 관광 우주선 - 미국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용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 지난달 탑승객을 태우고 두 번째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버진갤럭틱 |
우주 개발 중심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거대 우주 시장을 향한 전 세계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엔 천문학적 개발 비용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우주 개발에 참여한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재사용 로켓 개발로 발사 비용이 크게 줄고 IT(정보기술) 활용이 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우주 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NASA가 달에 사람을 보낸 지 50년이 되는 올해에는 민간 달 탐사를 비롯해 지구인터넷망 구축이나 우주여행, 우주 쓰레기 수거에 이르는 다양한 우주 비즈니스가 현실로 성큼 가까이 다가올 전망이다.
정부가 아닌 기업이 주도하는 달 탐사
이스라엘의 우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페이스IL은 다음 달 11일 무인(無人) 탐사선 '베레시트(히브리어로 창세기라는 뜻)'를 달에 착륙시킬 예정이다. 성공할 경우 민간 최초의 달 착륙 기록이 된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지난 7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2030년 달 착륙 프로젝트에 주력 업체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달 표면을 탐사할 로버(이동 탐사 로봇)를 개발할 계획이다. 도요타가 달 진출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자동차 기업 아우디는 이미 달 탐사 로버 '아우디 루나 콰트'를 개발해 구글과 함께 올 연말까지 달에 보낼 예정이다.
우주에서 무중력을 체험하거나 달 주위를 선회하는 여행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버진갤럭틱은 지난해 12월과 올 2월 잇따라 자체 개발한 우주선에 승객을 태우고 시험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최종 목표인 고도 100㎞ 시험 발사까지 성공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우주여행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 초 스페이스 X도 2023년 달 우주여행에 사용할 로켓 외관을 공개했다. '우주 호텔' 사업도 곧 선을 보인다. 미국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21년 사람이 거주 가능한 대형 캡슐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소형 위성을 이용한 통신·영상 서비스 사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원웹은 지난달 28일 소형 위성 6대를 발사했다. 원웹은 고도 1200㎞의 지구 저궤도에 소형 위성 군집을 만들어 지구 전체에 저렴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위성을 발사해 총 2000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받았다. 미국 위성 기업 어스나우는 올 하반기 무게 250㎏의 위성 500대를 띄워 지상을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1000조원 이상 시장 창출 우주산업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368조원(2017년 기준) 규모인 우주 시장이 오는 2040년 125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산업이 커지면서 우주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180곳으로 늘었다.
달 위에 아우디 -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가 개발한 달 탐사 로봇 차량 '아우디 루나 콰트'. 구글 주도로 올 연말까지 달에 갈 계획이다. |
이 중 61%는 최근 6년 안에 설립됐다. 미국과 유럽을 이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민간 기업의 우주 진출이 활발하다. 중국 소형 위성용 로켓 개발업체인 스페이스와 아이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 시험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중국 스페이스티·콤샛은 지상 관측과 위성통신용 소형 위성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소행성 '류구'에 착륙 성공한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 개발에는 미쓰비시 등 일본의 주요 제조업체 200곳이 참여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부 중심의 우주 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테크윈·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일부 방산 기업을 제외하면 우주 전문 기업이 없다시피 하다. 민간 기업이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사업이 끝나면 곧바로 흩어져 민간에서 기술 축적과 투자 생태계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7번째로 자체 개발한 기상위성을 발사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세계 위성 시장 점유율은 0.8%에 머물러 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글로벌 기업들은 우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극한 환경에서 시험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며 "한국도 위성·발사체 개발에서 확보한 기술을 과감하게 상용화해 민간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