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파브르가 들려주는 곤충 이야기
전 세계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 등 화분(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섬뜩한 전망을 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말한 게 과장은 아닌 셈이다.
사실 꿀벌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먹는 식량, 즉 열매는 기본적으로 외부의 힘에 의해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의 꽃가루에 묻어야만 맺기 시작한다. 이러한 수분 활동을 바로 꿀벌이 담당하고 있는데,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무려 71%가 꿀벌 덕에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꿀벌을 포함한 다양한 곤충은 이미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물속에 사는 곤충은 수질을 결정하는 환경 지표로 쓰이기도 하고, 땅속에 길을 내고 사는 개미들 덕분에 토양 속에 공기가 잘 돌아 식물이 쑥쑥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곤충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수많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에 곤충들이 방향감각을 상실해 집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곤충의 개체 수는 급격하게 줄어 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희귀종 복원 운동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얼마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만다. 게다가 징그럽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곤충’ 하면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많아,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문난 '곤충 덕후'였던 이용화 대표는 곤충과 인간이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생태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하 숲속친구)'을 열었다. 현재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곤충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곤충 생태 전시관'과, 그와 같은 곤충 덕후들을 위한 온라인 마켓 '바부르 마트'를 운영하며 곤충의 다양한 모습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돼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 자수정동굴랜드 안에 자리 잡은 곤충 생태 전시관에는 물방개,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약 500마리 정도의 곤충이 살고 있다. 정말 구하기 힘든 것들을 제외하고는 이 대표가 전국을 돌며 손으로 채집해 키워낸 곤충들이다.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전시관을 구경하고 곤충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그마저도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거나 아예 무료로 개방한다. 단체 방문이 있을 때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이 곤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더 쉽게 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찾는데, 학기 중에는 3,000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이 외에도 숲속친구는 교육부 전문교육기관으로 등록되어,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라 직업 체험을 원하는 중학생들에게 곤충과 관련한 진로 멘토링을 진행한다.
숲속친구는 사실 애완곤충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존재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왕사슴벌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국내 제일 큰 왕사슴벌레가 87mm로, 숲속친구의 왕사슴벌레는 이보다 1mm 작은 86mm 길이다. 이 대표가 직접 유충때부터 키워 그 가격만 해도 몇백만 원을 호가한다. 그렇다고 왕사슴벌레가 다 이렇게 비싼 것은 아니다. 이보다 좀 작은 크기의 사슴벌레들은 10만 원 대부터 있다.
사슴벌레는 물론 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용품들은 바부르 마트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다. 숲속친구는 다양한 곤충을 직접 알에서부터 성충까지 길러 증식하고 있다. 이렇게 길러낸 곤충은 전시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손수 키워보고 싶은 사람들이나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위한 천적 곤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식용 곤충인 ‘밀웜’도 내놓았다. 계절과 관계없이 수백 마리의 곤충을 어느 때나 접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숲속친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 해외의 다양한 곤충 회사와 교류하며 관련 정보와 신제품을 수입해 보급하고 있다. 이러니 애완곤충 애호가들에게 인기일 수밖에 없다.
숲속친구에서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것은 '폐자원을 활용한 곤충 호텔'. 해외에서는 'Insect shelter'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서식지를 잃은 다양한 종류의 곤충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한 공간에 아파트처럼 각 층을 나눠 벌, 무당벌레, 밀웜 등 각 개체에 맞는 서식지를 조성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배 중 목공방을 운영하는 '제페토의 꿈의 공장'과 함께 버려진 가구 등을 이용해 곤충 호텔을 만들어 관공서나 교육기관, 환경 파괴가 많이 진행된 곳들에 차례로 세울 계획을 하고 있다. 숲속친구에서 주변 곤충 생태계를 조사해 어떤 곤충들의 서식지를 만들 것인지 결정하고, 제페토는 실제 호텔을 만들며 역할을 나눈다. 모두 곤충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곤충의 매력은 뭘까?
"어릴 때부터 곤충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제가 아플 때 아버지가 '뭐 사줄까?' 하시면 매미 잡아달라고 할 정도로요. 곤충이 생태학적으로 가치도 있지만, 그 자체로도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BB탄처럼 작은 알에서 성충까지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정말 즐거워요. 삶을 관찰하는 거니까요. 집에서 키우면서 아이들하고 그 모습을 관찰하면 교육적으로도 좋고요. 또 곤충이 버릴 게 없는 게, 유충을 기르면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퇴비로 쓸 수 있고 나중에 죽더라도 표본으로 재상품화 되거든요. 그렇게 순환이 되니까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숲속의 작은 친구들 이용화 대표 |
이 대표의 꿈은 숲속친구를 세계적인 곤충 회사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그가 원하는 사회적인 목표를 더 광범위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교육을 하다가 곤충에 물려 손에 피가 나고, 아침마다 케이지 밖으로 탈출한 곤충들을 하나하나 주우러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스러움 속에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가깝게는 먼저 장애인 복지관과 연계해서 비교적 가벼운 장애가 있으신 분들에게 곤충 표본 만드는 교육을 하고, 저희가 그분들이 만든 것을 매입해서 다시 교육기관에 재판매하는 식의 일자리 순환구조를 만들어보려고 시도 중이에요. 회사가 좀 더 커지면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토종 곤충을 연구하는 R&D 부서를 만들어 단순히 멸종위기 곤충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자연환경에서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대량 증식하고 서식지를 보호하고 싶어요. 또 정서 곤충, 천적 곤충, 식용 곤충, 화분 매개 곤충 등 다양한 분류에 따라 산업을 발전시켜 곤충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알릴 거고요. 곤충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이걸 다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긴 하지만요.(웃음)"
글.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