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김녕 마을을 다시, 만나는 아주 특별한 방법
낭만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한반도의 보물, 제주도.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그곳은 언제나 우리에게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하지만 관광지로서 편리함이 증가한 만큼 대기업과 중국인 등 거대 자본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 수십 년간 삶의 터전을 지켜온 이들은 힘없이 뒤로 밀려나 가고 이제 제주도는 우리나라 땅이 아니란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민을 중심으로 마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팀이 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제주도를 제주도민에게 돌려주고 싶은 사람들, 다시방 프로젝트이다.
Q. 다시방 프로젝트의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다시방 프로젝트는 제주도 김녕을 중심으로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에요. 금속공예 작품을 만들어 마을을 새롭게 꾸미고 있어요. 제주 올레 20길을 따라 29점의 작품을 설치했고 이를 통해 김녕 마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보려고 합니다.
Q. 제주도에 자리를 잡으신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저는 원래 제주도 사람은 아니고 2013년 귀향한 경우예요.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8년 정도 하다가 제주도에 내려오게 되었어요. 20대 때 한 번 혼자 제주도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제주도라는 섬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작업실을 차려야지 하는 꿈이 있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못하겠다 싶어서 내려왔어요. 벌써 제주도에서 생활한 지 3년 째네요.
Q. 제주도 안에서도 김녕 마을에 정착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제주도는 이사 철이 정해져 있어서 제가 귀향을 알아본 2013년 봄에는 매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 이 집을 발견하고 내려와서 확인해보니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직 대기업이나 중국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제주도다운 게 남아있는 조용한 마을이란 점이요. 사실 김녕 지역은 제주도 안에서 딸 시집도 안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가 세고 거친 곳이라고 해요. 마을 자체도 문화적인 혜택에서 멀어져 있고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 어두운 분위기가 있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금속공예 벽화 작업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다시방 프로젝트 남현경 대표 |
Q. 금속공예 벽화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벽화의 모습과는 다른 건가요?
네. 페인트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일반 벽화 작업과 달리 금속공예로 만든 조형물을 활용한 건데요. 다시방 프로젝트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본 작업이에요. 해녀가 많기로 유명한 김녕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29점의 작품을 제작해 올레길을 따라 해변에 설치했어요. 10여 분의 금속 공예 작가분들을 모셔서 함께 진행한 작업으로 일러스트 작가나 애니메이션 감독님도 도움을 주셨어요.
Q. 조형물에 대한 주민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 금속 공예 벽화 마을을 시도해보겠다고 사업 계획서 등을 보여드렸을 때 돌아온 반응은 긍정적이었어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던 작업이기도 했고 마을 자체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고요. 그러다 막상 설치할 때는 소음 문제도 있고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약간 갈등이 있기도 했어요. 어르신들이 보기에 금속 자체가 알록달록한 느낌은 아니라 무섭고 어둡게 느껴지셨나 봐요. 그래서 중간에 철거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다들 너무 좋아해주세요. 벽화 작업 덕분에 관광객도 늘어나고 김녕으로 이주해오는 젊은이도 많아졌고요. 관광객이 지나가면 어르신들이 직접 저기 가면 더 예쁜 작품이 있다고 안내해주실 정도로요.
다시방 프로젝트가 제작하여 김녕 마을을 수놓은 금속공예 작품 |
Q. 그렇다면 평소 다시방 프로젝트 사업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현재 다시방 프로젝트에서는 크게 금속공예, 공간 연출, 파티 플래닝 세 가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녕 마을을 테마로 만든 작품 외에 개별적으로 금속공예 조형물이나 조명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 후 판매하는 거예요. 또 공간 연출 작업은 제가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했던 일인데요.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 등 제주도 내 상업 공간 등을 꾸며드리고 있어요. 파티플래닝은 가벼운 핑거푸드 중심으로 소규모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고요. 최근 제주도 내에서 하우스 웨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설계를 해드리거나 다시방 공간을 소규모 파티용으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어요.
Q. 대표님 재주가 참 다양하시네요. 다시방 공간도 한 번 소개해주세요.
제주도 집은 바닷바람 때문에 보통 마당을 두고 안거리와 밖거리가 기역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요. 안거리는 카페로, 밖거리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다시방 카페는 현재 주말에만 운영 중이고 주 중에는 작업에 집중하면서 공예 체험 손님만 받고 있어요.
다시방 카페 공간 및 작업실 |
Q. 한편 제주도 정착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대표님께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신 것 같아요.
저도 걱정을 참 많이 했는데요. 초기에 고사를 지내고 떡도 돌렸는데 반응이 정말 무뚝뚝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의외로 한 분씩 들리시면서 젊은 친구가 고생이 많다며 열심히 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사실 현재 다시방 공간은 옛날 마을 어르신들이 살던 집을 그대로 살린 곳이에요. 처음 제가 이주해왔을 때만 해도 거의 폐가 수준의 집이었는데 (웃음) 3개월 정도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서 지금의 카페 겸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원래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110년이 넘은 집이에요. 이런 식으로 저희가 예전 집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을 고마워 해주시더라고요. 또 육성사업을 받으면서도 제주도 정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Q. 제주도에서 받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육성사업을 통해 제주도 실정이나 도민 특성을 잘 모르는 저희에게 마을 어르신들이나 이장님, 사무장님 분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또 멘토 분이 원래 사업을 하셨던지라 문서 작성부터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다 점검해주셨어요. 앞으로 사업이 커졌을 때를 대비해 체계를 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고요.
다시방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좌 남현경 대표, 우 이현정 실장 |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다시방 프로젝트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난 2년 동안 김녕 마을에 머물다 보니 마을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각별해졌는데요. 김녕이 가진 역사적인 가치를 보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해서 모색할 예정이에요. 제주도 설화를 풀어낸 이야기를 담아 2차 작업물도 제작할 예정이고요. 저희도 자체적으로 비용을 마련하고 있고 H 온드림 펠로우로 선정되는 등 내년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더 크게 보자면, 금속공예로 제작한 촛대나 조명 등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샵을 만들고 싶어요.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고요. 여러모로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함께 나아가는 다시방 프로젝트가 되고 싶습니다.
이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