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최고의 멋쟁이들 사퍼(The Sapeurs)
콩고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내전, 분쟁광물, 고릴라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콩고라는 나라가 두 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확히는 콩고 민주 공화국과 콩고 공화국이다) 내전으로 인해 분쟁광물 이슈가 발생하는 나라는 콩고 민주 공화국인데, 콩고 공화국과의 구분을 위해 킨샤샤 콩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은 분쟁광물의 진원지인 킨샤샤 콩고가 아닌, ‘콩고 공화국’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콩고 공화국은 1991년까지 콩고 인민 공화국이었던 것이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수도는 브라자빌이라는 곳이고, 약 5백만 명의 인구가 이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콩고라고 하면 콩고 민주 공화국을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계적으로는 콩고라고 하면 콩고 공화국을 더 많이 떠올린다고 한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프리카 최고의 멋쟁이들이 이 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 Daniele Tamagni |
우리 머리 속의 아프리카는 멋쟁이들과 크게 접점이 없지만, 실제 그 곳엔 소위 말하는 패션 피플들이 있다. 그들은 사퍼(The Sapeurs)라고 불리는데, 다른 이름은 ‘Société des ambianceurs et des personnes élégantes (세련되고 우아한 신사 협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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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 이런 패션 컬처가 발생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192년대 어느 사회운동가가 프랑스에서 파리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귀국하며 콩고인들에게 안겨준 패션 충격으로 인해 생겼다는 설과 콩고가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1차 세계대전즈음 생겼다는 설이 있다.
이들은 단지 멋진 옷맵시를 자랑하는 것을 넘어 아프리카를 향한 인식을 바꾸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선데이 인 브라자빌’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전쟁과 슬픔으로 점철된 아프리카에도 유쾌함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비욘세의 동생인 솔란지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특유의 문화를 뽐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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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프리카의 상황이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분명 내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고, 마실 물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삶이 그저 고통으로 가득 차 있기 만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실제로 솔란지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군사적인 문제로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최고의 멋쟁이들은 위트를 잃는 법이 없었다.
그들의 사진을 보면 마치 열악한 아프리카의 상황이 사진 촬영을 위한 설정처럼 느껴질 만큼 멋지다. 물론 그들을 향해 아프리카의 전통과 거리가 먼 식민지 시절의 문화를 좇는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백인이 옷을 만들었고, 우린 그걸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에디터 김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