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말했다 '오늘 집에 공짜로 가라'고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끼지 않으면, 언젠가 고갈되고 만다.' 어릴 적부터 몇 번이나 들었고, 여기저기 뜯어봐도 틀린 구석이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에서 재활용이나 자원 절약 이슈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건, 아마 ‘언젠가’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 때문일 거다. 오늘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일 나의 일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일본에서는 매년 100만 톤에 달하는 의류가 폐기되고 있다. 물론 이중에는 사용 가능한 옷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1인당 연간 180개의 페트병을 소비한다고 하는데, 교토시(市)에서 내놓은 정책이 재활용 이슈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KYOTO 에코 머니’라는 이름의 이 제도는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을 위한 활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에코머니를 지급한다. 이 에코머니는 지역 화폐 개념으로 해당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며 1포인트에 50엔(약 500원)의 가치를 가진다. 10포인트를 모으면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데,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활용처가 많다는 거다.
포인트를 통해 얻은 에코머니로 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동네 직판장에서 야채, 과자, 사무용품을 살수도 있고, 동물원 입장권으로 교환하여 주말에 데이트를 할 수도 있다.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장소 또한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 크리스피 크림처럼 매우 높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저 텀블러만 들고 가도 1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다. |
마실 것 뿐만 아니라, 무인양품과 같은 의류업체나 지역 백화점에 헌 옷을 반납하는 경우에도 1kg당 1포인트를 지급한다. 이렇게 수거된 헌 옷은 동일본 대지진의 재해지역을 지원하는 데 쓰이거나 바이오 에탄올 같은 산업 연료 생산으로 쓰인다. 음료와 의류를 포함하여 이 정책에 참여하는 브랜드는 약 104개 업체로, 교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10분에 한 번꼴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KYOTO 에코 머니를 통해 교토시는 쓰레기 배출량을 82만 톤에서 54만 톤으로 줄일 수 있었다. 교토시장은 정책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서 추가 예산을 집행하면 할수록 좋다고 이야기한다. 에너지를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중지할 수 없으니 시민의 활동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39만 톤으로 배출량을 감소시키겠다는 교토시의 다음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국가 간 탄소배출량을 줄이자는 협정이나 결의 같은 경우, 사실 나 같은 소시민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구름 위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그 협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먼저 발전을 끝낸 국가가 이제 막 발전을 시작한 국가에 탄소배출량 규제를 강요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익 논리가 개입되는 것도 머리 아프다. 사람은 누구나 눈에 보이는 것에 끌리는 법이다. 오늘 재활용하면, 집에 공짜로 갈 수 있다. 간단하지 않은가?
Images courtesy of www.kyotoecomoney.jp
에디터 김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