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키는 아디다스의 특별한 한정판 운동화
한정판! 아,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가 아니던가. 그런데 지난달 아디다스가 새로 내놓은 한정판 운동화는 여기에 특별함까지 더했다. 서울 중구 아디다스 명동점 앞은 이 운동화를 사기 위해 새벽 다섯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매장 오픈과 동시에 회사가 준비한 물량이 동났다. 같은 날 판매를 진행한 부산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도대체 어떤 운동화길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몰려든 걸까? 주인공은 바로 해양 쓰레기를 소재로 한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지드 팔리'다.
이 운동화는 아디다스가 지난 2015년 해양환경보호단체인 팔리포더오션(Parley for the Oceans, 이하 팔리)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약 1년 만에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사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문제는 우리 눈에 자주 띄지 않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세계 각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해양생물이 많아 종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도 문제지만, 오염된 물을 먹고 자란 생선을 인류가 다시 식재료로 소비하면서 우리의 먹이사슬 또한 위협받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X 팔리가 주최한 Ocean Night에 참석한 퍼렐 윌리엄스 |
팔리는 평소 기존 환경단체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해왔다. 패션, 건축, 음악 등 대중들이 향유하는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는 셀럽이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포럼을 열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변화를 특별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디다스와의 협업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아디다스는 팔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지금까지 스스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모든 플라스틱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아디다스의 제품 생산 과정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을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재료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플라스틱에서 생산원료를 찾자는 아이디어는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아디다스와 팔리는 먼저 몰디브 해안에서 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거한 그물, 플라스틱병 등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이용해 '오션 플라스틱'이라는 재료를 만들었다.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지드 팔리’ 러닝화는 오션 플라스틱(95%)과 재생 폴리에스터(5%)를 사용해 뛰어난 착용감을 자랑한다. 신발 끈, 발목을 감싸는 삭 라이너(Sock liner), 굽까지 모두 재활용 물질을 썼다.
몰디브 해안에서 수거한 그물 |
파도로부터 영감을 받은 컬러와 디자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맑은 몰디브 해안을 연상케한다. 이 운동화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업사이클 한 소재를 사용한 최초의 대량 생산 제품으로, 전 세계 7,000족이 한정으로 판매됐다.
팔리와의 협업은 운동화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날두가 선수로 뛰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홈 유니폼 역시 오션 플라스틱과 수성의 친환경적 프린트 기술을 사용해 만들었다. 각 팀 고유의 컬러와 함께 아디다스 삼선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이들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새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P뉴시스 |
목 뒤에는 ‘바다를 위해’라는 메시지를 넣고, 아디다스와 팔리의 파트너십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NFC 칩이 담긴 라벨을 달았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지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6~2017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스포르팅 히혼과의 경기에 실제 이 유니폼을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를 2대 1로 이겼다)
이들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전략도 갖췄다. 바로 A.I.R전략(avoid: 방지, intercept: 차단, redesign: 재설계)이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플라스틱을 방지하고, 플라스틱과 그로 인한 오염을 차단하고, 문제의 원인을 재설계하는 것, '재료'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오는 2017년엔 오션 플라스틱을 이용한 운동화 100만 족을 추가로 제작하고, 해안 지역에서 수거한 약 1,100만 개의 병을 재활용해 기능성 의류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의류 및 신발을 제작할 때 버진 플라스틱(석유에서 추출하여 만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아디다스가 팔리와 함께 만들어낸 이번 성과는 단순한 쇼맨십에 그치진 않을 것 같다.
팔리 포 더 오션 창립자, 사이릴 거쉬 |
팔리의 창립자 사이릴 거쉬(Cyrill Gutsch)는 아디다스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부터 늘 강력한 리더의 필요성을 실감해 왔다고 한다. 그는 아디다스와 같은 영향력 있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그 트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한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중에서도 패션은 그야말로 유행을 선도하는 업계가 아닌가. 오드리 헵번의 블랙 미니 드레스, 재키 케네디의 선글라스, 제임스 딘의 청바지처럼, 환경을 보호하는 가치 있는 소비가 2017년, 2018년 그 후까지 계속해서 변하지 않는 트렌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Images courtesy of adidas and Parley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