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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담아낸 사진작가

한 사진가가 있다. 그녀의 사진은 타임, 가디언 등을 비롯해 유수한 매체에 실리고 작품은 런던과 뉴욕, 홍콩을 돌며 전시회를 한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상을 타는 것도 여러 번. 2012년 The Royal Photographic Society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Prix Pictet Award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BBC와 CNN이 앞다투어 인터뷰를 청하는 그녀의 이름은 Mandy Barker. 그녀의 렌즈가 담아내는 피사체는 과연 무엇일까? 최고급 명품 브랜드에서 나온 신상? 가십을 몰고 다니는 셀럽? 세계적인 권위에 오른 건축물? 아쉽게도 세 가지 모두 아니다.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뮤즈는 보통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물건이다. 아니 이미 물건으로서의 쓰임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존재. 바로 ‘쓰레기’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Mandy Barker는 해양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다. 그녀는 해양 연구학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태평양을 둘러보는 한편 홍콩 전역의 바닷가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각양각색의 쓰레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어쩌면 당신은 바닷가 모래 속에 파묻힌 라이터나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떠다니는 스티로폼 조각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쉽게 그려지고 그저 그렇게 지나 가버리는 모양을 말이다.

 

하지만 Mandy의 사진은 조금 다르다. 그녀는 단순히 바닷가의 쓰레기 모습 그 자체를 찍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쓰레기를 모았고 분류해 새로운 형태를 구성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그녀의 사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위 사진은 홍콩 해변의 쓰레기만을 대상으로 한 ‘Hong Kong Soup:1826’ 시리즈다. Mandy는 2012년부터 약 3년간 홍콩 내 30여 개의 해변에서 쓰레기를 수집했다. 쓰레기는 라이터, 조화, 포장지, 생활잡화, 일회용 식기 등으로 나뉘어 거대한 우주의 모양을 띠고 있다.

 

광활한 쓰레기의 블랙홀로 빠져들어 갈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을 통해 그녀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진의 첫인상과 실제 구성 요소 사이에서 오는 모순을 강조하는 것으로,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하는 게 목표다.

 

‘Hong Kong Soup:1826’ 시리즈 외에도 그녀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양 쓰레기의 재구성을 보여준다. 2014 FIFA 월드컵에 맞춰 발표한 ‘PENALTY’는 해양 쓰레기 중에서도 축구공에 주목했다. Mandy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고 4개월 만에 전 세계 바다에서 992개의 공 모양 쓰레기를 모을 수 있었다. 89명이 31개의 나라, 144개의 해변에 걸쳐 함께 해줬고 그 수집품은 다음과 같은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축구는 명실상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인류 최대의 스포츠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세계인은 열광하고 볼 하나의 움직임에 희비가 엇갈린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스포츠의 부산물이 해양 쓰레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작품명 PENALTY에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축구에서 규칙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는 것, 우리가 플라스틱 소비와 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을 기준으로 매일 1,826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진다고 한다. ‘Hong Kong Soup:1826’ 시리즈 뒤에 붙은 숫자 1826은 바로 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Mandy는 어떻게든 사람들이 해양 쓰레기 문제에 충격을 받고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어느 날 문득 이를 닦으면서 내가 버린 ‘플라스틱’ 칫솔은 어디로 가는 걸까, 무심코 ‘비닐봉지’에 장 본 물건을 담아 나오면서 한 번쯤 자신의 소비와 행동을 돌아보길 원하는 것이다.

 

Mandy는 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사진을 보고 변한다면 성과가 있다고 본다.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작은 행동이 습관이 되고 더욱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가는 모습을 바란다. 어쩌면 그 움직임은 너무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시작될 수 없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피사체를 렌즈에

올해 Mandy Barker는 새롭게 ‘BEYOND DRIFTING’ 시리즈를 발표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플랑크톤의 이미지를 닮은 이 작품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사실은 ‘쓰레기’다. 바다를 표류하는 플라스틱 등의 면면을 세밀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언뜻 보면 해양 생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차이가 가져올 결과는 극명하다. 플랑크톤이 숨 쉬는 바다를 원하는가 아니면 비닐봉지가 떠 다디는 바다에 살고 싶은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Images courtesy of Mandy Barker

 

에디터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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