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의 잃어버린 사회를 되찾아 주다, 레퓨지스 유나이티드
1951년 제정된 난민협약인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이다.
홍세화 난민인권센터 공동대표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제 아래 난민은 그 사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 정의한다.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기에 때로는 목숨을 걸고 자국을 탈출하는 이들이다. 쌓아온 모든 경험과 자격은 물론이거니와 사랑하는 이들까지도 잃어버리는 이들이 바로 난민이다.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서글픔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들을 원할 때 만날 수 없다는 커다란 상실감은 난민의 삶을 한층 더 고달프게 만든다.
난민들이 그리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서비스가 있다. 레퓨지스 유나이티드Refugees united. 덴마크에 사는 데이비드(David)와 와 크리스토퍼(Christopher Mikkelsen) 형제가 만든 온라인 서비스다.
데이비드와 크리스토퍼는 여행 중에 아프간 난민을 가족과 연결해주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전 세계의 난민 문제가 심각하며 그들의 가족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2008년 온라인과 모바일 솔루션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테그놀러지(non-profit technology)인 레퓨지스 유나이티드를 설립했다. 이 조직은 같은 마음을 가진 개인, 조직, 단체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하며 본부는 덴마크의 코펜하겐, 기술개발 연구소는 케냐의 나이로비에 있다.
레퓨지스 유나이티드는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난민들의 신상 정보를 모아 데이터 베이스를 만든 뒤 검색을 통해 사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정보를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국제 난민 보호 기관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통해 전 세계의 난민 정보를 한데 모아 데이터 베이스화 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플랫폼은 현재 405,000명이 사용 중이며 한국어를 비롯한 각국의 언어로 검색할 수 있다.
이 단체를 통해 16년 만에 만난 자매가 있다. 1996년 콩고의 한 마을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과 살고 있었던 에스텔은 콩고 전쟁 중 반란군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숲으로 도망을 쳤고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며 결국 탄자니아까지 가게 되었다. 에스텔은 탄자니아 난민캠프에서 지내며 마을에 두고 온 자매 패트리샤의 안위가 궁금해졌다. 결국 패트리샤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수년의 고생 끝에 레퓨지스 유나이티드를 알게 되었고 정보 노출을 꺼리는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별명이나 신체적 특징 등을 검색해 오래도록 궁금했던 패트리샤를 찾아냈다. 그 둘은 불과 5Km 이내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에스텔과 패트리샤의 경우처럼 난민들은 정보가 공개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익명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레퓨지스 유나이티드를 활용해 가족을 찾고 있다. 이 단체가 설립되기 전에는 난민 기관이 가지고 있는 서류나 우편을 통해 가족 찾기가 이루어졌다. 그 때문에 처리 속도가 많이 늦었고 찾을 확률도 낮았다. 그러나 가족들만이 알고 있는 별명이나 특징을 통해 익명으로도 사용가능한 이 플랫폼을 통해 상실과 슬픔에 빠진 난민들이 그리워하던 가족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레퓨지스 유나이티드는 현재도 전 세계의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는 난민들의 정보를 모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가족들을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난민뿐만 아니라 해외 입양으로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일도 가능하다. 또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난민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정보를 등록하도록 돕고 있다.
거주지를 여러 번 옮기거나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알 것이다. 정겨운 이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는 얼마든지 정겨운 이들에게 찾아갈 수 있다. 난민들의 경우는 고국으로 돌아가기가 대체로 어렵다. 자신이 태어난 고국이 나의 법적 보호국이 될 수 없다는 공포감도 더해진다. 가족 구성원을 비롯한 사회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사회를 되찾아주는 것. 레퓨지스 유나이티드가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
photo(CC) via United Nation Photo / flikr.com
images courtesy of Refugees United 홈페이지(https://refunite.org)
에디터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