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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꽃은 아름답다. 그 고유의 자태와 향기는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고 그 안에 따스함을 불어넣는 데 무척 능숙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과 감사, 축하가 필요한 자리마다 꽃을 찾아 선물한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자아내는 꽃은 때때로 그 분배에 있어 불공평함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결혼식은 대표적으로 풍성한 꽃장식을 자랑하지만, 1시간 남짓의 예식이 끝난 후 그 많은 꽃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편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의 손에 꽃이 들려 있는 경우 역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혼식의 남는 꽃을 좀처럼 꽃을 받거나 만질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선물한다면 어떨까?

 

‘FLRY:플리’는 이처럼 결혼식에 사용된 꽃을 기부하는 모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프로젝트이다. 지난 10월 기부를 통해 꽃의 의미를 다시 피워내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The Bloom’을 소개하며 살짝 엿보았던 그들. 이후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지며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는 FLRY:플리의 두 여자, 강보라 &김미라 매니저 두 사람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먼저 플리 사업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FLRY:플리는 결혼식에 사용된 꽃을 기부받아서 그 꽃을 꽃이 필요한 곳, 혹은 꽃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분에게 나눠드리는 비영리 프로젝트예요. 개인 단위로 신랑 신부에게 직접 꽃을 받는 경우도 있고 웨딩홀이나 성당, 교회 등에서 정기적으로 기부를 받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분들의 도움을 받는데요. 최근에는 꽃꽂이 수업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함께 꽃을 매만지면서 위로를 받도록 돕고 있어요.

 

두 분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신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한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이자 친구 사이인데요. 각자 꽃이 지닌 힘과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어요. 먼저 강보라 매니저의 경우 어머니께서 뒤늦게 꽃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자격증을 획득하는 등 이런저런 활동을 하시고 있는데요.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꽃을 통한 기쁨이나 정서적 위로 등 꽃의 힘이 무척 크다는 걸 느꼈다고 해요. 김미라 매니저 역시 취미생활로 꽃을 배우기도 했고 본인이 직접 결혼식을 치르면서 꽃이 드는 돈에 비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러다 플리 모델로 활동 중인 외국 단체를 보면서 국내에서도 한 번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6월 말 열린 지인의 결혼식을 첫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20회 정도 기부 활동을 진행했어요.

 

기부와 수거, 전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우선 기본 원칙은 당일 수거, 당일 배송이에요.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8시간 안에 결혼식장에서 꽃을 가져와 매만지는 작업을 거친 후 바로 전달해드려요. 꽃이 시들면 안 되니까요. 그 안에서 구체적인 과정은 경우마다 달라요. 식장 등에서 꽃을 직접 다듬거나 꽃을 가지고 제2의 장소로 이동해 작업하는 경우, 기부처에서 직접 만들어 드리는 경우 등 결혼식마다 꽃의 양이나 이동 거리, 시간 등이 다르다 보니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요.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결혼식 - 수거 및 정리 - 꽃다발 제작으로 이어지는 FLRY:플리의 운영 과정 )

보통 꽃을 기부하는 분들은 어떤 경우이신가요?

 

크게 신랑 신부 측에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는 경우와 식장 등의 고정 기부처로 나뉘는데요. 개인적으로 기부를 원하시는 경우 웨딩 담당자와 기부 가능 여부를 상의하신 후, 플리와 연결해주시면 됩니다. 한편 현재 플리와 함께 하는 고정 기부처로는 정동 프란치스코 수도원 성당과 주님의 교회가 있어요. 이 경우 꽃을 다 사용하고 마지막 예식 후에 정리 및 수거 단계에서 플리에 기부해주세요.

 

혹시 꽃 기부에 필요한 필수 조건 등이 있나요?

 

간혹 기부할 꽃 양이 너무 적지 않은지 하객에게 꽃을 못 나눠주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수량을 비롯해 기부 과정의 모든 부분을 신부나 식장 담당자와 상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어요. 식장 테이블의 꽃은 하객에게 나눠드리고 신부 대기실, 주례 단상, 포토테이블 등만 이용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꽃을 받는 기부처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시나요?

 

먼저 플리가 집중한 건 꽃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요양원의 노인분들이나 미혼모, 위안부 피해 할머니, 어린이 보호시설 거주자 등 주변 사람에게 쉽게 꽃을 받거나 구매하기 어려운 분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는데요. 그중 꽃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식장 등에서 가까운 곳에 연락을 드리고 플리의 취지에 공감한 분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꽃을 받으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대부분 정말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세요. 어르신들의 경우 꽃을 선물 받아 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또 결혼식에 사용된 꽃이라고 알려드리면 싫어하시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축복받은 꽃이라며 신랑 신부에게 축하 인사도 전해주시고요. 한 번은 미혼모 친구 아이가 100일일 때 꽃을 전달한 일이 있었는데 주위에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이런 점들을 보니 정기적으로 꽃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월 1~2회를 기준으로 10곳 정도와 꾸준히 함께하고 있어요.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전체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이나 비용 등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인력의 경우 자원봉사자분들이 선뜻 동참해주시는 덕분에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오히려 봉사자보다 기부 건수가 적어서 대기하시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요. 봉사 역시 본인이 원하는 부분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데요. 꽃을 다듬는 작업은 물론 수거나 전달에 필요한 차량 봉사, 영상과 사진 촬영 등으로 함께 할 수도 있어요.

 

또 다양한 방법으로 플리를 도와주는 파트너사들도 있어요. 먼저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에서는 꽃 수거 및 배송에 필요한 차량 사용을 위해 월 일정 시간만큼 플리 전용 쿠폰을 제공해줘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 제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마리몬드에서는 꽃다발 제작 및 꽃꽂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성수동에 있는 오프라인 공간 Ground M을 장소로 지원해주고요.

 

이외 재료비 등의 경우 사실 그동안은 대부분 저희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왔는데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금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플리 활동을 알리는 효과도 있고요.

꽃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방법

플리는 그동안 100여명 이상의 봉사자를 통해 300개 이상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렇듯 사람들이 선뜻 플리의 취지에 동참해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결혼식 꽃의 재활용이라는 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봐요. 다들 결혼식에 참여해봤지만, 그 꽃이 어디로 가는지는 생각을 못 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자원봉사의 경우 다른 활동에 비해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또 꽃 자체가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는 소재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플리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네요.

 

플리는 본격적인 활동 시작 후 다양한 사례들을 겪으면서 고민과 진화를 반복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기업 후원을 받거나 정기 기부처를 늘리고 수익 모델을 구상하는 등 실험을 거듭해 나갈 예정이에요. 한편 지방에서도 플리 활동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꼭 플리를 통하지 않더라도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같은 모델로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해나갔으면 해요. 플리가 처음 시작한 이유가 꽃이 주는 기쁨이나 위로 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점이었던 만큼 꽃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에디터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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