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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혁신, 그 치명적 속임수를 알아채라

혁신(革新).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흔히 ‘혁신한다’고 말하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풀어 냈을 때를 칭한다. 그래서 ‘혁신적'이라는 형용사는 '해결책'과 같은 명사와 함께 쓰인다. 세상의 문제가 만연하면 할수록 문제의 해결에 대한 바람이 생기고, 덩달아 혁신을 원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열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열망만큼 욕망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때 가짜가 고개를 든다. 그 가짜 혁신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혁신가의 의지를 꺾는다. 여기 가짜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 3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가짜혁신, 그 치명적 속임수를 알아채

Photo(cc) via Craig Sunter / Flicker.com

1. 혁신을 빙자한 사기극 공중버스

한 번에 1,400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버스, 꽉 막힌 도로 위로 평균 시속 60km로 운행, 태양광을 활용한 친환경 운송 수단, 제조원가는 지하철의 20%에 불과, 기존의 도로교통망으로 이용하면서 교통체증 문제까지를 해결. 이 엄청난 스펙의 ‘공중버스’는 정말 혁신 그 자체였다. 선보이자마자 뉴욕타임스 등 전세계 언론이 혁신적인 미래의 교통수단이라며 앞다투어 보도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가짜였다. ‘공중버스’의 실체는 혁신을 빙자한 투자 사기였다.

 

처음 공중버스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0년 베이징 국제과학기술산업박람회였다. 한 아마추어 발명가에 의해 당시 ‘입체버스’라는 이름으로 출품된 ‘공중버스’는, 이후 중국 지방 정부와 함께 총 노선 189km를 이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실현가능성 탓에 무산되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다시 박람회에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는 ‘바톄’로 이름을 바꾸고 버스 모형을 만들어 300m 시범 운행까지 보인다.

 

이내 가짜의 실체는 밝혀졌다. 모형은 모형일 뿐이었다. 실제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공중 버스’의 무거운 차체가 도로에 위험을 준다는 연구가 나왔고,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었다. 곡선이 많은 도로 여건상 실제 주행이 실현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예정된 생산공장의 부지는 텅 비어있었다. 알고 보니 퇴직 노인들의 은퇴 자금을 투자 명목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기극이었다. 혁신은 언제나 소리 없이 성공한다는 오랜 인류의 경험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셈이었다. 안타깝게도 공중버스를 꾸민 장본인들은 아직도 SNS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홍보하며 혁신으로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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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captures of SILVIO PATO OtoñoAzul Produccion ́s

2. 피 한 방울의 치명적 혁신, 미국 테라노스

결과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테라노스(Theranos)의 대표인 엘리자베스 홈즈에게 현혹된 이유는 스토리텔링이었다. 대학 중퇴 후 자신의 대학 교수를 테라노스의 연구원으로 고용했다거나, 일에 불편하지 않도록 터틀넥을 즐겨 입는다거나 혹은 자신이 채혈하기 싫어서 채혈 키트를 만들었다는 그녀만의 스토리는 ‘혁신’이라는 단어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2003년 설립된 테라노스는 피 몇 방울로 260가지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인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미국에서의 혈액검사는 간호사가 직접 채혈해야 하고, 몇 가지만 검사해도 비용이 수백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테라노스의 ‘에디슨’ 기술은 혈당체크기처럼 자신의 손가락에서 몇 방울만 따서 테라노스 본사로 보내면 각종 검사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곧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약 10조 원으로 평가되었으며, 엘리자베스 홈즈의 자산은 5조에 달했다. 사람들은 터틀넥을 보며 여자 스티브 잡스라며, 곧 그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인물이 될 것이라 치켜세웠다. 물론 테라노스의 기술이 진짜였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가짜다.

가짜혁신, 그 치명적 속임수를 알아채

Images courtesy of theranos.com

사실 테라노스의 혈액 진단 기술에 대해 제대로 된 실험이나 논문이 없어 의심이 있긴 했다. 이에 홈즈는 기술의 중요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비밀로 감춰왔다. 그러다가 결국 테라노스의 내부 고발자로 통해 진상이 밝혀졌다. 그동안 ‘에디슨’이 진단한 대부분의 검사 결과는 다른 혈액 검사 기기를 사용해 꾸며왔던 것이다. 게다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도 받지 않았고, 테스트 과정의 문제점도 조작으로 덮고 넘어간 사실도 있었다. 이후 테라노스는 혈액 검사 임상 실험실과 관련 센터의 문을 닫았고, 전체 직원 40%에 이르는 직원 340명을 정리했다. 끝내 테라노스는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한편, 현재 할리우드에서는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 중이다. 테라노스의 혁신은 가짜로 끝이 났지만, 가짜 혁신 이면에 숨겨진 너무 비싼 미국 의료 비용에 대한 문제를 잘 그려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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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cc) via FORTUNE Global Forum / Flicker.com

3. 창조하지도 못하고, 경제적이지 않으며, 혁신도 없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허울만 좋다는 말이 이처럼 딱 들어맞을 수 있을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하지도 못하고, 경제적이지 않으며, 혁신도 찾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사업으로 추진된 혁신센터는 2014년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18개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약 2,000억 원의 예산을 혁신센터에 투입하며 지역 중소기업 지원과 벤처육성의 산실로 키우고자 했지만, 지금은 채 2년도 되지 않고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

 

시작부터 불안한 징조가 보이긴 했다. 혁신센터는 각 지역의 중소기업과 창업벤처를 위한 센터인데, 정작 센터의 운영과 기획은 대기업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국 18개 혁신센터장 중 11명이 대기업 퇴직자 출신으로 채워졌다(센터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심지어 대기업과 각 지역 혁신센터 매칭 과정에서 대기업 프로야구 구단 연고 지역이나 창업자의 고향 등이 고려사항이 되는 등 기업 핵심 역량이나 본래의 혁신 의지와는 동떨어진 선정 과정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가짜혁신, 그 치명적 속임수를 알아채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처:미래창조과학부 블로그

운영이라도 혁신적이었다면 몰랐겠지만, 아쉽게도 혁신은 없었다. 창조경제 행사를 치르기 위해 만들었나 싶을 정도의 수많은 단기적 전시 행사, Top-Down 식의 보여주기 식 정책 남발, 서울 소재 기업을 광주센터에 입주시키는 등 부실한 센터 운영, 중소기업청 등 타 기관과의 중복 지원으로 인한 비효율적 예산 낭비. 이런 상황 속에서 혁신 스타트업 육성은 요원하고, 믿고 입주한 애꿏은 중소기업과 벤처들만 피해 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기업 경영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을 벌하라”라고 말했다. 멋진 실패의 바탕에는 끊임없는 혁신과 지속적인 도전이 있다. 하지만 가짜는 실패라고 할 수 없다. '가짜 혁신'은 혁신을 빙자한 속임수일 뿐이며, 지금까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혁신가들의 도전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짜 혁신을 막을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 진짜 혁신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 지름길은 스스로 혁신가가 되는 것. 우리 모두 문제 앞에 진짜 혁신가가 되어 가짜를 찾아내자. ‘진짜'가 ‘가짜'를 이긴다.

 

에디터 석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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