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la, 실리콘밸리의 제조업체는 어떻게 일할까?
여행인지 출장인지
필자는 애자일 코치로 근무하며 개발팀의 일원으로 그들을 코칭하거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넛지를 고안하여 적용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또,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역할을 겸하며 개개인이 만지고 있는 코끼리의 다리, 코, 귀가 사실은 이만큼 커다란 코끼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결국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다 보니 동료들을 만나서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많은 개발자가 실리콘밸리의 개발 환경과 다른 우리의 현실에 괴로움을 토로하는 것을 종종 마주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실리콘밸리의 회사 이야기를 마치 옆 동네 이야기처럼 접하다 보니 ‘내가 있는 이곳은 저렇지 못한데. 도대체 왜....’ 하는 괴리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또, 최근엔 유명한 회사에서 국적 불문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있어서 지인들이 실리콘밸리 회사에 입사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게 됐다. 그만큼 우리에게 실리콘밸리 회사 이야기가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사와 지인을 통해 접한 실리콘밸리의 회사 중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혹은 서비스 회사이다. 내 생각에 이 점은 내가 있는 곳과 차이점을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전제조건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어도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핵심 제품이 다르거나 산업군이 다르다면 일하는 내용이나 방식, 절차 등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이런 차이점을 인지한다면 아마 좀 더 즐거운 회사생활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3편에서는 이런 차이에 대해 다뤄보고자 실리콘밸리의 제조회사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전기차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큰 관심을 받는 테슬라다. 그곳에서 테슬라의 핵심 기능인 자동 주행 기능을 개발하고 계시는 한국인 조형기 님을 만났다.
하고 계시는 일이 어떤 것인지 소개 부탁 드려요.
컴퓨터 비전이에요. 자동 주행(autopilot)을 하기 위한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고, 카메라와 관련된 것이죠. 테슬라에서 근무한 지 만 2년 됐고, 그 동안 센서 비전,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개발했어요.
지디넷 기사 참고 : 테슬라 소속 韓人 핵심 개발자 인생스토리
자동 주행 기능은 카메라와 센서로 차선과 내 차의 앞과 좌우 차를 인지해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기능이에요.
이미지 출처 : tesla.com |
아! 저 작년에 미국에 출장 왔을 때 테슬라 사이트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신청해서 타봤어요. 자동 주행을 켜고 손을 놨더니 카메라로 차선과 앞, 옆의 차를 인지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는데 차에 센서가 몇 개나 있나요?
현재는 전면에 레이더 센서 하나랑 카메라 센서 하나씩 있어요. 이런 센서들로 주변의 물체를 감지하는 거죠. 다음 센서도 개발 중이에요.
이미지 출처 : tesla.com |
구성원 모두가 할 말은 하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테슬라에 직원이 몇 명이에요?
전체 인원은 13,000명 정도에요. 지금 계신 이곳은 헤드쿼터고요, 여긴 800-1,000명 정도 인원이 있고 주로 연구/개발을 하는 인원이에요. 마케팅이나 다른 스태프는 전혀 없고요. 프리몬트에 테슬라 팩토리가 있는데 거기에 8,000 명, 유럽, 일본, 중국에 1,000명 정도씩 있어요.
그 중 소프트웨어 인원은 얼마나 될까요?
소프트웨어 인원은 30~40%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추정치예요. 자동차회사는 하드웨어 회사라서 소프트웨어라고 해도 주로 펌웨어가 많아요.
혹시 아이디어를 내서 프로젝트 같은 것을 만들고 진행할 수 있어요?
지금은 너무나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팀이 똘똘 뭉쳐서 필요한 것을 딱 만들고 있어요. 특히 저희 팀은 자동 주행 기능을 개발하니까 다른 회사처럼 제안해서 프로젝트를 하지는 않고 있죠.
그 명확한 목표는 위에서 정해져서 내려오는 건가요?
네. 비전과 상위 목표는 위에서 내려오고 디테일을 채워나가는 것은 매니저가 강하게 끌고 나가요. 물론 팀원들과 논의하면서 할 일을 정하죠. 그렇게 만들어진 디테일한 일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해요.
일론 머스크 사장님이 2018년에 완전 자율주행 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두 명확히 알고 있어서 누군가 나서서 재미난 걸 해보자고 할 필요가 없어요.
명확한 목표가 주어진 상태에서 일을 한다는 건 어떤가요?
좀 힘든 점도 있긴 하죠. 명확하게 할 일이 있고 딱 그것만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목표 자체가 굉장히 쿨하고 멋진 미션이기 때문에 팀원 대부분이 만족하면서 똘똘 뭉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테슬라에 인원이 13,000명이나 되는데 그 많은 사람이 다 같이 한 곳을 보고 달릴 수 있는 미션이고 골이라니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많은 경우, 최상위 목표는 명확하지 않고 좀 더 디테일한 것들이 내려왔어요. “이거 한 번 해봐~” 하면 개발자들은 그걸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니까 저 같은 사람이 프로젝트 멤버들을 모아서 계속 질문을 하며 골을 찾아 나가요. 위에서 비전과 목표를 만들어주고, 거기서 점점 아래로 내려와 디테일한 것을 챙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데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들과 대화할 때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한국 회사들이 좀 그런 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할 일을 내가 찾고, 정할 수 있으니 그런 방식이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렇게 일하는 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면 힘들죠. 테슬라에는 매니저들이 많아서 매니저가 해주는데, 한국 회사는 그런 부분이 좀 힘들더라고요.
맞아요. 유추해서 뭔가를 만들어서 가져가면, “이거 아니야” 가 반복되는데, 보스에게 질문하는 것이 또 어려워요. 한국에선 “왜?”라는 질문 자체를 “나한테 도전하는 거야?” 로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그 다음엔 “넌 그것도 몰라?” 하는 식의 반응이 나오니까 더 못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하면 말을 하지 못하게 막는 거라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여기는 함께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라서 질문을 못 하게 하는 건 별로 없어요. 예를 들어, 자동주행팀 미팅을 하면, 사장님(일론 머스크) 포함 팀원 40여 명이 다 동그랗게 서서 얘기해요. 그러다가 매니저가 말을 많이 하면 일론 머스크 사장님이 “매니저, 넌 잠시 가만히 있어 봐” 하고 엔지니어들에게 “지미, 너 한번 얘기해봐”, “준, 넌 어떻게 생각해?” 하며 모두가 다 말할 기회를 줘요. 워낙 이런 분위기라서 엔지니어들도 다 말을 하죠.
그 중 만약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말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물론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한데 부정적인 피드백도 표현하는 편이에요. 다만 매니저는 역할 상 워낙 말을 많이 하다 보니까, 만약 엔지니어가 말을 하는데 매니저가 말을 막는 것이 눈에 띄면 “넌 잠깐 조용히 있어 봐” 하고 엔지니어의 말을 듣죠.
사장님이 스타트업을 많이 거쳐서 그런지 이렇게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열려있어요. 특히 생산이나 중요한 이슈와 관련된 것이라면 중간에 매니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얘기하라고 해요. 예를 들어, 내가 컴포넌트 A를 맡고 있고, 이게 안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잠재적인 리스크를 알고 있는데, 매니저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 이 상황과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사장님에게 직접 말하기도 해요.
테슬라의 조직 구성
자동차를 만드는 데는 어떤 직군의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휴대폰 개발을 했었는데, 그때는 크게 하드웨어, 기구, 디자이너,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 등으로 나눌 수 있었거든요.
우리 회사의 역할은 굉장히 다양해요. 크게 몇 가지 역할만 들어보면 하드웨어 디자이너, 센서, 펌웨어,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 등이 있어요.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이지만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답게 *인포테인먼트를 외부에서 사서 쓰지 않고 모두 내부에서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있죠. 자동 주행 개발도 직접 다 하려고 해요. 특히 관련 기술은 자체 개발하려고 합니다.
물론 외부 업체에서 기술을 사 오는 경우도 있어요. 오토파일럿 기술 중 센서 같은 것을 외부 업체에서 받아오는데, 그래도 통합(integration) 작업은 테슬라가 해요. 모듈별로 나뉜 것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 작업 자체도 매우 큰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잖아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 운전과 길 안내 등 필요한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다양한 오락거리와 인간 친화적인 기능을 말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통합시스템
그 말씀에 동의해요.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는 힘을 가지기 힘들고, 그게 뭉쳐서 의미 있는 단위가 되었을 때 더 큰 힘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운영 업무와 통합 업무는 그런 힘을 가지도록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쪽는 공간이 굉장히 특이한데요, 자리 배치는 어떻게 되어 있어요? 같은 일 하는 사람끼리 모여있나요, 아니면 프로젝트별로 모여있나요?
같은 팀끼리 모여 있어요. 각 팀은 그렇게 크진 않아요. 한 20명 정도? 이쪽 자리엔 하드웨어 하시는 분들이 주로 계세요. 배터리나 충전기를 개발하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저쪽이 사장님 자리예요.
이미지 출처 : www.businessinsider.co.id |
사장님도 같이 앉아있어요? 자리에 안 계시네요?
주로 목요일이나 금요일 정도에 오세요.
그런데 공간이 완전히 오픈되어있어요? 정말 끝도 없이 펼쳐져 있네요?
공간이 좀 신기하죠? 파티션 없이 완전 뻥 뚫려있는데, 이런 구조가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있어요. 지금도 옆에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 얘기하기 시작하면 시끄럽고 완전 안 좋아요. 하하.
팀별로 앉아있다고 하셔서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혹시 한 명이 여러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기도 해요?
팀마다 다른 것 같긴 한데, 대부분은 멀티로는 안 해요. 한 개 프로젝트에 집중해서 잘하라고 해요. 저희 팀도 한 프로젝트에 집중해요.
문서? 도큐멘테이션? 은 어느 수준으로 하나?
사람이 이렇게 많고 점점 많아진다면 기존의 개발 내용을 전달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문서 작성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요. 문서는 많이 쓰세요?
물론 문서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문서 만드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진 않는 것 같아요. 시간 낭비로 느껴지기도 해서요. 지식 전파 활동은 따로 안 해요. 저희는 지금 한시가 급해서 가르치고 할 시간이 없어요. 들어와서 바로 할 수 있는 사람, 잘하고 이미 관련 분야에 경력도 있는 사람, 이미 해봤던 사람들을 뽑아요.
그런데 기술적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도메인 지식이나 로컬 정보, 우리의 상태와 맥락을 가르쳐주는 건 분명히 필요해요. 하지만 체계적으로 그간의 히스토리가 모두 담겨서 새로 온 사람이 한 달간 앉아서 읽으면 다 파악할 수 있는? 그렇게 잘 쓰인 문서는 없어요. 워낙 빨리빨리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문서화를 굉장히 합리적으로 해서 사람들이 ‘헐!’ 할 정도이긴 해요.
생각해보면 작성하는 많은 문서 중엔 실제로 필요 없는 게 많아서 그런 것들에 시간을 들여서 문서 작업을 하진 않는 거예요.
이걸 왜 여쭤봤냐면, 인원이 늘어나고 대규모일 때는 문서를 보는 게 더 편할 때가 있잖아요.
아, 웹페이지나 컨플루언스 같은 시스템에 기록을 많이 해요. 문서로 따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요.
그래서 만약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환경 설정이나 기본적인 튜토리얼 등은 보고 따라 하도록 웹페이지 주소를 알려줘요. 웹페이지를 쭉 보면서 혹시 추가할 게 있으면 추가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도큐먼트 시스템이죠.
아! 제가 문서 작성이라는 표현을 써서 대화하는데 차이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기록을 컨플루언스나 지라 같은 협업 시스템을 사용해서 하시는군요? 그 안에서 내용을 업데이트하거나 코멘트를 주고받으며 커뮤니케이션하고요?
네, 맞아요. pdf나 word 같은 것으로 작성하면 그 문서들을 매니징하는데 시간 많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웹 페이지와 이슈 관리 시스템인 컨플루언스와 지라를 사용해서 기록을 남겨요. 개인 단위에서 히스토리를 남기고 일한 내용을 누구든 볼 수 있어요.
마지막 부분에 있는 ‘도큐멘테이션'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문득, 그동안 여러 회사에 다니면서 그들에게 물어봤던 “문서는 어떻게 작성하세요?”라는 표현이 서로 간에 이해의 차이를 발생시켰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서라고 부르지 않는 어딘가엔 분명히 기록을 남기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작년에 테슬라 모델 S의 테스트 드라이빙을 경험하고 난 후 ‘한국에 테슬라가 진출하면 꼭 사야지!’ 란 다짐을 한 적이 있다. (Tesla, 사고 싶은 일억 원 짜리 차)
배터리가 오래가는 전기차 혹은 자동주행 기능이라는 딱딱한 단어들을 나열하지 않고도, 다른 자동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느낌을 물씬 받았기 때문이다. 두 손을 놓아도 자동으로 운전함으로써 내게 자유를 주었다든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그대로 속도가 올라가서 로켓을 타고 날아가는 것 같은 스릴을 느꼈다든지 하는 매우 감성적인 것들 말이다.
지난 4월 1일 테슬라 모델 3의 예약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사전 계약량이 27만6천대를 넘어섰다고 일론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이미 테슬라 전기차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운전자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자동 주행 기능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미래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이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앞장서는 테슬라. 하루빨리 한국에서도 테슬라를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소프트웨어 회사 가운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으며 매일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는 어떻게 일하는지 그 다름에 대해, 한국의 개발자를 포함한 직장인들의 궁금증이 풀리고 더 나아가 각자의 업무 환경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무엇보다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 조형기 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