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World Maker Faire 1. 도쿄 & 심천
여행인지 출장인지
요즘은 집에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소이 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디퓨저나 석고 방향제 같은 관련 상품도 같이 만들고 판매도 한다. 가끔은 재봉틀을 돌려 옷을 만들거나 아빠와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두이노 보드를 이용해 트리를 만들거나 전자 기기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활동은 각종 SNS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이제 너무 흔해졌다.
이렇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업계에서는 메이커라 부르고 이런 움직임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고 한다. 지난 5월 전 세계의 메이커들이 한데 모여 본인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또 그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행사인 메이커페어(maker faire)가 열려서 다녀왔다.
메이커페어가 뭐예요?
메이커페어(Maker Faire)를 직역하면 ‘자기가 만든 것을 전시하는 박람회'라는 뜻이다. 2006년 미국의 베이 에어리어(Bay Area)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기술 애호가, crafter, 교육자, 취미, 엔지니어, 과학 클럽, 작가, 예술가, 학생, 상업 전시 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그들은 서로를 메이커(maker)라고 부르며, 자신이 만든 산출물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궈낸 성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메이커 페어에 참여한다.
메이커페어는 지도에 찍힌 점이 있는 전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개최된다.
최근 3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메이커페어를 다니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다녀온 메이커페어를 소개하여 도시별 특징을 알아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부터 그동안 다녀온 여러 국가의 메이커페어와 각각의 특징을 소개하려고 한다.
각 도시별로 작성한 글 : https://brunch.co.kr/magazine/worldmakerfaire
메이커 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 2014 Maker Faire Tokyo
도쿄 메이커페어는 ‘역시 덕후의 나라!’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참 쓸모없어 보이고,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많았다. 심지어 ‘뭐 저런 걸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지나쳤던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시점에서 주목받던 특정 기술들을 활용한 작품들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본인들의 정서와 가장 잘 맞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전통문화 같은 것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사실은 이 때문에 스쳐 지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외관은 시각을 활용한 것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외면하게 만드는 힘이 가장 큰데, 일본 특유의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본 메이커페어를 통해 한 나라의 특정 도시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는 그 나라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므로 문화적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론이다. 다만 그냥 비행기가 아니고 잠자리나 나비처럼 생겼다. 디테일함이 눈에 띈다. |
목에 착용한 나비 모양 인형이 맞은편에 사람의 움직임을 인지해서 LED가 켜진다. |
불이 켜지는 칼. 어두운 곳에서도 잘 썰 수 있다. |
오른쪽의 카메라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인지해서 갑자기 귀신 머리가 훅! 하고 튀어나온다. 눈에 불도 들어온다. 귀신의 나라 일본… |
하드웨어의 성지 2015 Maker Faire Shenzhen
아시아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메이커페어가 열리는 곳, 바로 심천이다.
선전 혹은 쉔젠(Shenzhen)이라고 부르는 심천은 흔히 짝퉁을 만드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드웨어의 도시답게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팔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복잡한데, 그 과정을 도와 아이디어 제안자/팀이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참고 글 :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아시나요?
심천에는 화창베이(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 같은)라는 곳이 있어서 가격이 싸고, 빨리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도시라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자리 잡기에 좋은 곳이다. 제조업에 강한 중국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제조업에 닥쳤다는 위기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규모가 큰 만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칩 업체에서도 많이 참여했다. 개인이 직접 칩을 사서 쓰진 않지만, 요즘엔 유수 칩 업체에서도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 같은 개발 키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 개발 키트를 활용해서 만든 제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또, 하드웨어 도시의 장점을 십분 살린 다양한 아두이노와 각종 주변 장치들을 함께 판매하기도 했다.
심천 메이커페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완전하게 기술 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메이커 활동을 보면 기술로 국한하지 않고 있는데, 유독 심천은 기술 분야에 치우쳐져 있었다. 아마도 하드웨어 강국이 되려는 국가적 정책과 심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이 부합하여 나타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과 중국의 메이커페어에는 다른 무엇보다 기술에 집중한 제품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Go to World Maker Faire 2. 베를린 & 베이 에어리어'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