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타면서 이걸 몰랐네"… 세단엔 없고 SUV에만 있는 '이것'에 숨겨진 비밀
SUV나 해치백에만 달린 리어 와이퍼에는 공기역학적 이유가 숨어 있다. 세단과 다른 구조 차이로 발생하는 와류 현상과 후방 시야 확보의 비밀을 짚어본다.
리어 와이퍼에 중요성SUV에만 달려있는 진짜 이유
현대차 싼타페에 달린 리어 와이퍼 / 사진=현대자동차 |
눈비가 섞여 내리는 겨울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앞유리는 빗물로 똑같이 젖어있는데, 뒷모습은 차종에 따라 확연히 다른 상태를 보인다. 세단 차량들의 뒷유리는 비교적 깨끗한 반면, SUV나 해치백 차량들은 흙탕물과 도로 먼지로 뒤범벅이 되어 번호판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야 차단을 막기 위해 SUV의 뒷유리에는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장치가 있다. 바로 리어 와이퍼(Rear Wiper)다. 많은 운전자가 이를 단순한 ‘서비스 옵션’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 여기에는 자동차 설계의 핵심인 공기역학(Aerodynamics)의 원리가 숨어 있다.
잘려 나가는 공기, 먼지를 빨아드린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현대자동차 |
SUV와 세단의 결정적 차이는 차량의 ‘끝라인’에서 발생한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할 때 공기는 차량의 지붕을 타고 뒤쪽으로 흐른다. 이때 차체 형상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급격히 달라진다.
트렁크가 튀어나온 세단(노치백) 구조는 지붕을 넘어온 공기가 트렁크 리드(덮개)를 타고 자연스럽게 뒤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매끄러운 공기 흐름은 에어 커튼(Air Curtain) 역할을 하여 빗물이나 먼지를 바람으로 씻어내는 ‘자가 세정 효과’를 낸다. 덕분에 세단은 별도의 와이퍼 없이도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현대차그룹 |
반면, 지붕 끝에서 트렁크 라인이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SUV, 해치백, 왜건은 상황이 다르다. 지붕을 타고 온 공기가 차량 끝에서 갈 곳을 잃고 급격히 꺾이며 흐름이 끊기는 ‘공기 박리(Flow Separation)’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 바로 뒷부분에는 순간적인 진공 상태(저기압)가 형성된다.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주변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오는데, 이것이 바로 와류(Vortex) 현상이다.
이때 바닥에 깔려 있던 흙먼지, 타이어가 튀긴 빗물, 배기가스 입자 등이 와류에 휩쓸려 차량 뒷유리로 역류(Backdraft)해 달라붙게 된다. SUV 뒷유리가 유독 시커멓게 변하는 과학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라진 세단 리어 와이퍼, 그리고 예외의 차량들
세단에 있었던 리어 와이퍼 / 사진=현대자동차 |
과거에는 세단임에도 리어 와이퍼가 장착된 사례가 있었다. 현대차 투스카니나 포드 몬데오(유럽형) 같은 차량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단처럼 보이지만 뒷유리가 트렁크와 함께 열리는 ‘리프트백(Liftback)’ 구조를 채택해, 세단보다 뒷유리 경사가 가파르고 와류 발생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에 따른 예외도 있다. 일본의 홋카이도처럼 눈이 1미터 이상 쌓이는 다설(多雪) 지역에서는 세단이라 할지라도 후방 시야 확보를 위해 리어 와이퍼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고 닦아내기 위해 고장력 모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세단은 공기역학 기술의 발전과 디자인 완성도를 위해 리어 와이퍼를 삭제하는 추세다.
겨울철 안전의 마지노선
팰리세이드에 달린 리어 와이퍼 / 사진=현대자동차 |
리어 와이퍼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기능이 아니라, 구조적 단점을 보완하는 필수 안전 장비다. 전문가들은 리어 와이퍼 역시 전면 와이퍼와 마찬가지로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고무 블레이드가 딱딱하게 굳는 경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경화된 와이퍼를 무리하게 작동시키면 드드득거리는 소음은 물론 유리 표면에 미세한 흠집을 낼 수 있다.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 확보는 방어 운전의 기본이다. 내 차가 SUV라면, 오늘 주행 전 뒷유리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리어 와이퍼의 고무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제조사가 준 선물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작동시켜야 할 생존 도구이기 때문이다.
김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