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단풍길...맨발로 걸으며 '힐링'
맨발걷기 명소
강천산 들머리 탐방로는 오래 전부터 맨발 걷기에 나선 사람들이 즐겨찾던 코스다./ 김성환 기자 |
맨발걷기가 관심 대상이다. 혈액순환 증진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덕이다. 무엇보다 고실한 흙길을 밟는 촉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마침 걷기 좋은 가을. 초행자라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맨발걷기 코스 몇곳 추렸다. 단풍무리 내려 앉은 풍경도 예쁜 곳들이다. 걸을 때 관절질환, 파상풍 등은 주의하자.
강천산 구름다리/ 김성환 기자 |
◇ 전북 순창 강천산
강천산(583.7m) 들머리는 예전부터 맨발걷기에 나선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 매표소에서 산수정테마파크에 이르는 약 3km 구간이 맨발걷기에 어울린다. 산책로가 고운 모래와 흙으로 조성된 데다 경사가 거의 없어 걷기에 부담이 없다. 이유는 또 있다. 눈이 즐겁다. 강천산은 높지 않지만 계곡이 깊은 데다 물이 맑고 기암이 많아 예부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렸다. 그만큼 풍광이 수려하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웅장한 병풍폭포, 구장군폭포, 허공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울창한 숲 터널과 기암에 눈이 호강한다. 계곡이 산책로와 나란히 달리니 걷는 내내 물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잘 조성된 수목원이나 공원이 따로 없다. 걷다 만나는 구름다리는 꼭 건너자. 강천산 랜드마크다. 이걸 건너야 강천산 다녀왔다고 할 수 있다. 지상에서 50m 높이, 두 암봉 사이에 걸친 구름다리 길이는 75m. 혼자 걸어도 출렁거린다.
강천산은 단풍도 좋다. 정상까지 내쳐 오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정상을 거쳐 능선을 타고 산성산(연대봉)을 돌아 하산하거나 다시 광덕산(선녀봉)까지 내달리는 산행 코스는 소요시간이 4~5시간 이상 걸린다. 주변 고봉들을 에두르는 종주코스는 무려 7시간 이상 잡아야한다.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계족산황톳길/ 맥키스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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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황톳길/ 맥키스컴퍼니 제공 |
◇ 대전 계족산황톳길
계족산황톳길은 '맨발걷기 성지'로 통한다. 계족산(429m)을 에두르는 약 14.5km 구간에 만들어진 황톳길인데 요즘 팔도에 한창 생기는 '황톳길'의 원조라고 보면 된다. 황토는 발에 닿는 촉감이 모래나 흙보다 부드러워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황토의 시원한 기운이 발바닥의 열기를 식혀주기 때문에 맨발걷기에 어울린다. 전국에 황톳길이 많이 생기는 이유다. 그 유명한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도 최근 황톳길이 조성됐다.
계족산황톳길은 2006년 충청도 주류기업인 맥키스컴퍼니(옛 선양주조)가 지역 주민을 위해 조성했다. 당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계족산을 걷던 중 맨발로 걸었던 느낌이 좋아 산책로에 아예 황토를 깔았단다. 황톳길 옆에는 신발을 신고 걸을 수 있는 둘레길도 있다. 사람들은 주로 장동산림욕장 입구에서 출발해 원점 삼거리, 임도삼거리, 절고개삼거리를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이게 힘든 이들은 장동삼림욕장에서 출발해 황톳길을 걷고 임도삼거리나 반대방향의 절고개삼거리 중 한곳을 선택해 걸은 후 장동삼거리로 다시 돌아오는 약 4km 구간을 선호한다.
숲이 울창한 상림공원/ 김성환 기자 |
상림 역사인물공원/ 김성환 기자 |
◇ 경남 함양 상림공원
상림은 함양 사람들에게 '어머니'같은 숲이다. 대체 어떤 숲이길래. 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신라 최고 문장가로 꼽히는 해운 최치원선생이 1100여년 전 이곳 태수로 있을 때 자주 범람하던 '윗천'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 상림은 '윗숲'이라는 의미다. 참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를 포함해 약 120종, 2만 그루의 나무가 자생한다. 이 숲을 가르는 약 1.2m의 산책로가 맨발걷기에 어울린다. 길 바닥이 부드럽고 폭이 넓은 데다 경사 없이 판판하다.
공원 산책길이라 단조로운 느낌이 있지만 연못, 들머리의 함화루, 이은리 석불, 역사인물공원 등 소소한 볼거리가 적지 않다. 함양은 안동과 함께 영남의 대표적 선비 고장이다. 예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했다. 역사인물공원은 최정여창, 박지원, 김종직 등 함양을 빛낸 인물 11명의 흉상을 세워둔 곳. 함화루는 함양 읍성의 남문인데 철거 될 뻔한 것을 한 독지가가 사들여 현재 자리로 옮겨 왔단다. 이은리의 고구마 밭에 뒹굴던 것을 옮겨 온 이은리 석불도 흥미롭다. 입상이지만 하체부분이 소실 돼 마치 좌상처럼 보이는 데다 비가 내리면 명암대비로 인해 얼굴 부분이 묘한 분위기를 낸다.
문경새재/ 김성환기자 |
◇ 경북 문경새재
맨발걷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그 유명한 문경새재(새재)도 좋아한다. 제1관문에서 제3관문에 이르는 약 7㎞ 구간은 부드러운 흙길인 데다 어떤 구간은 밟으면 폭신함까지 느껴진단다. 자동차 2대가 교차할 만큼 길 폭도 넉넉해 걷기에 적합하다. 2관문까지는 경사가 완만하고 3관문 직전에 약간 가팔라지지만 아이들도 무리 없을 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새재는 수려한 풍경도 풍경이지만 이야기를 좇아야 지루하지 않다. 주요 길목마다 만나는 '관(關)'은 병사들이 주둔하던 곳.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새재를 넘어 한양까지 쳐들어오자 이후 수비를 위해 쌓았단다. 영남지역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려고 넘던 길도 여기다. 추풍령, 죽령은 피하고 유독 새재를 이용한 이유는 이렇다. 추풍령을 넘으면 과거에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죽~' 미끄러진다고 여겼단다. 상인들과 물자도 새재를 통한만큼 귀가 쫑긋할 얘기가 곳곳에 부려져 있다.
우이령길/ 김성환기자 |
우이령길 오봉전망대에서 본 '오봉'/ 김성환기자 |
◇ 수도권 우이령길
지난 추석연휴에 찾았던 '우이령길'에서도 맨발걷기에 나선 사람들을 만났다. 우이령길은 경기도 양주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고갯길로 총 6.8km 길이의 참 순한 길이다. 숨이 가빠지는 '깔딱고개'가 없고 폭이 넓어 여럿이 가면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걷게 된다.
우이령길은 탐방예약제가 시행 중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교현탐방지원센터, 우이탐방지원센터를 통해 각각 하루 500명씩만 출입할 수 있다. 예약한 출구로만 입장가능하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교현리쪽이 맨발걷기에 어울린다. 우이동쪽에 비해 바닥이 덜 거칠다. 크고 작은 계곡을 끼고 가는 길 분위기도 청량하다. 무엇보다 여기선 이 길의 상징인 오봉(五峰·660m)이 보인다. 오봉은 도봉산 서쪽 능선에 걸친 다섯 개의 봉우리. 설악산의 울산바위처럼 각각의 암봉 위에 거대한 바위가 놓여있다. 화강암 봉우리의 틈을 비집고 스며든 빗물이 바위를 부쉈다. 바람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져 오봉이 생겼단다. 반면 우이동 방향은 숲이 좋다. 키가 큰 나무가 많고 중간중간 '숲터널'도 있다. 가을에 '단풍 터널' 보려고 애써 찾는 이들이 많다.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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