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입맛 돌고, 눈 호강...통영 봄여행
미륵산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통영의 그림 같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 경남 통영은 바다가 참 예쁜 고장이다. 볕을 받아 반짝이는 봄바다는 더 예쁘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케이블카로 미륵산에 올라 쪽빛 남해를 바라보면 가슴이 후련해진다. 해안도로를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도 괜찮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좋다.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바다를 코앞에 두고 감상하기도 한다. 눈도 눈이지만 입도 즐겁다. 봄에는 도다리 쑥국이 별미다.
통영케이블카. 케이블카를 타면 15분만에 미륵산 정상부에 닿는다./ 김성환 기자 |
봄바다 찾아 통영에 온 사람들 중 다수는 미륵도부터 들른다. 통영의 남녁으로 툭 튀어나와 자리잡은 섬인데 통영 시내와 다리(통영대교·충무교)로 연결돼 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시야가 탁 트이는 덕에 바다가 제대로 보인다.
미륵도에서도 미륵산(461m)이 최고 전망대다. 야트막하지만 통영의 진산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정상에 오르면 바다와 섬이 만들어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이 펼쳐진다. 임진왜란 전승지인 한산도를 비롯해 추봉도 용초도 사량도 비진도 욕지도 등 숱한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지리산 천왕봉은 물론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단다. 뭍으로 시선을 돌리면 통영 시내와 항구가 보인다. 마음 편안해지는 풍경! 괜히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다.
미래사 편백나무 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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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은 오르기도 수월하다. 정상부까지 케이블카(통영케이블카)가 다닌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이미 통영의 랜드마크다. 요즘 전국에 속속 생기고 있는 해상관광케이블카의 원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드러나는 절경에 눈이 호강한다. 15분만에 상부 정류장에 닿는다. 상부 정류장 옥상에는 바닥을 강화유리로 마감한 ‘스카이워크’ 전망대도 있다. 유리 바닥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판판한 땅을 짚고 보는 것과 완전 딴판이다. 바다가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거리.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걷기가 편하다. 가는 길에는 미륵산 봉화대가 있다.
미륵산 중턱에는 ‘미래사’라는 사찰이 있다. 케이블카가 놓이기 전에 사람들은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륵산 정상까지 걸어서 올랐다. 약 1km 거리인데 등산 좋아하는 이들은 지금도 이 코스를 즐긴다. 요즘 미래사는 편백나무 숲으로 잘 알려졌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조붓한 오솔길을 밟아가면 숲 너머로 푸른 바다가 ‘짠’하고 나타난다. 길도 좋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거뜬히 가는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됐다. 미래사 주차장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면 미륵산 케이블카와 따로 즐기는 것이 낫다.
미래사는 내력이 깊거나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가람 마루에 앉아 봄볕을 받으며 게으름부리기 딱 좋다.
삼칭이바위와 ‘삼칭이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산양관광일주도로가 미륵도를 에두른다. 봄바다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한갓진 곳에 차를 세우고 산책하는 이들도 있다. ‘삼칭이길’은 바다를 코앞에서 만날 수 있는 산책로다. 미륵도 동북쪽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산양읍 영운리 영리마을 해안선을 따라 한산마리나호텔까지 이어진 약 4km의 산책로다. ‘삼칭이’는 영리 마을 해안의 바위 이름이다. 잔잔한 수면 위로 덩그러이 홀로 솟은 거대한 모양새가 독특하다. 세 명의 선녀와 세 명의 옥황상제 근위병이 사랑을 나누다가 들켜 옥황상제에게 벼락을 맞아 돌로 변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전 구간 완주가 버거운 이들은 통영등대낚시공원 주차장에서 한산마리나호텔까지 약 2.7km 구간을 왕복해서 걷는다.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길은 바다에 바짝 붙어 달린다. 경사도 거의 없고 자동차도 다니지 않아 쉬엄쉬엄 걷기 편하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답답함이 해소된다. 정신도 맑아진다.
해넘이 명소인 달아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
미륵도 서남쪽 달아공원은 해넘이 명소다. 코끼리 어금니처럼 바다로 튀어나온 지형 덕에 시야가 탁 트인다. ‘관해정’이라는 정자에 오르면 수많은 섬을 품은 바다가 눈을 희롱한다.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통영 출신의 작가 박경리(1926~2008)가 묻힌 곳도 미륵도다. 산양읍 산전리에는 박경리기념관이 있다. 묘소는 미륵산과 장군봉을 옆에 두고 한산도 방향의 바다를 바라본다. 일대는 산책하기 좋다.
통영은 예향(藝鄕)이다. 근현대를 관통하는 걸출한 예술인과 인연이 깊다. 박경리를 비롯해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청마 유치환, 시인 김춘수,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 전혁림 등이 모두 통영에서 태어났거나 유년기를 보냈다. ‘예술’은 통영 여행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동피랑 벽화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예술마을로 변신한 서피랑/ 김성환 기자 |
박경리가 태어난 곳은 옛 충무시 명정리다. 지금 ‘서피랑’으로 잘 알려진 서호마을이다. 이곳에 그의 생가가 있다. 서피랑 얘기를 조금 보태면 서피랑은 동피랑과 함께 통영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한국전쟁 직후 형성된 집창촌이 1980년대까지 명맥을 유지한 탓에 통영 사람들조차 찾기 꺼려했던 곳이었다. 서피랑과 마주보던 동피랑이 벽화마을로 변신하며 관광지로 주목 받는다. 이에 서피랑도 예술마을로 변화를 꾀한다. 마을주민의 웃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아기자기한 예술작품이 곳곳에 설치됐다. 언덕 아래 골목길에는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을 테마로 한 길이 조성됐다. 박경리의 소설을 테마로 문학 투어도 선보였다. 일대는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런 변신이 호응을 얻어 동피랑에 이어 통영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작품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골목을 누비는 청춘들이 늘었다. 언덕 정상의 서포루에서 보는 풍광도 좋다. 통영 시내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봄날 통영에 온 사람들은 도다리 쑥국도 찾는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에는 도다리가 살이 실하게 오른다. 3월부터 5월이 제철이다. 도다리와 광어는 어떻게 구별할까. 대가리를 아래쪽에 두고 정면에서 봤을 때 눈이 오른쪽에 몰린 것이 도다리다. 반대로 왼쪽에 몰렸다면 광어다. 도다리가 살이 오를 때에 맞춰 남해안 지역에는 해쑥도 올라온다. 도다리 쑥국은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쑥과 실한 도다리를 함께 넣고 맑게 끓여내는 음식이다. 호남지방에 홍어애탕과 비교되는 경남 해안지역의 봄철 별미다. 이맘때 통영의 서호시장 등 곳곳의 음식점에서 도다리 쑥국을 낸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에 봄이 푹 풀어졌다. 봄날 통영에 가면 쪽빛 바다에 눈이 호강하고 입맛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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