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6번의 실패가 만든 '영국의 애플' 다이슨
5216번의 실패 끝에 첫 제품 선보인 '다이슨'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날개 없는 선풍기...상식을 뒤엎는 혁신
순이익의 30% R&D에 재투자, 실패 장려하는 기업문화
영국 전자제품 업체 '다이슨(Dyson)'은 전 세계 가전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면서 혁신을 넘어 혁명을 일으킨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애플'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다이슨을 탄생시킨 창업자이자 다이슨 최고 엔지니어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실패하라"고 말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늘 실패한다. 내 인생의 99%는 실패로 채워져 있다. 그 외의 길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기업가치는 310억 달러(약 37조원)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전자제품 업체 다이슨의 창업자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친 성공한 그가 왜 실패하라고 말하는 것일까.
수천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5126顚 5127起
[이미지출처=DPA연합뉴스] |
제임스 다이슨은 1979년 어느 날 여러 번 청소를 해도 먼지가 그대로인 청소기에 화가 나 청소기를 분해했다. 먼지로 꽉 찬 먼지봉투, 비워도 남아 있는 미세한 먼지들 때문에 청소기의 흡입력이 떨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집 근처 목공소에서 답을 찾았다. 나무를 자를 때 생기는 톱밥이 주변으로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기는 지붕 위의 배출구로, 원심력으로 생긴 중력으로 톱밥은 아래로 떨어지도록 고안한 사이클론 모양의 흡입기를 발견한 것. 그리고 그는 이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발은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1979년부터 5년간 5126개의 시제품을 제작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15번째 시제품이 나왔을 때 셋째가 태어났다. 3727대를 만들었을 때는 내 아내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미용클래스를 열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5127번의 시도 끝에 원심분리기를 장착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만약 5126번째에 그가 개발을 멈췄다면 이 세상에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제품 판권을 대형 청소기 업체에 넘기려고 했으나 봉투 판매만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던 청소기 업체들은 모두 이 청소기를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1987년에는 암웨이에서 다이슨 청소기와 비슷한 청소기를 판매하면서 직접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993년, 일본 기업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지금의 다이슨을 설립했다. 1995년 청소기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판매 1위 청소기가 됐고, 창업 10년 만에 영국 가정의 3분의 1이 다이슨 청소기를 사용하며 '국민 청소기'로 등극했다.
상식을 뒤엎는 혁신
다이슨은 상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한 전자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7년 제임스 다이슨은 선풍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날개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날개를 분리해야 청소가 가능한 점 때문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우려와 불편함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3년의 연구 끝에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어냈다. 원통형 기둥에 수십 개의 작은 공기구멍을 내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도록 한다. 그리고 기둥 안에 있는 날개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빨아들인 공기를 원형 고리 부분에 밀어 넣는다. 이때 증폭된 공기가 시원한 바람으로 나오는 방식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 출시 이후 이런 방식을 접목한 날개 없는 가습기, 날개 없는 온풍기, 날개 없는 공기청정기까지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핸드 드라이어도 마찬가지다. 머릿결이 상하는 기존의 헤어드라이어 말고, 머릿결을 상하지 않게 하는 헤어드라이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머릿결이 상하지 않게 하는 '적당한 온도'를 만들기 위해 유리구슬 서미스터로 출구 온도를 초당 20회 측정해 다음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프로세서가 이중 적층 열소자 온도를 조절하는 원리다.
'연구개발'보다 중요한 건 없다
제임스 다이슨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은 '연구개발(R&D)'이다. 성공한 이후에도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설 정도다. 실제 매년 순이익의 30%가량을 R&D에 재투자한다. 연구센터를 짓기 위해 들어간 돈만 2조원 수준이다.
또 엔지니어들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는지'로 이뤄진다. 더 많은 실패만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제임스 다이슨의 경영철학 때문.
이런 이유로 관련 업계 경력이 전무한 대학을 갓 졸업한 인재나 젊은 직원들을 선호한다. 실제로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만 26세다. 제임스 다이슨은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직원일수록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또 모험을 좋아하는 직원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고 말한다.
이런 경영철학을 지키기 위한 한 가지 철칙도 정했다. 다이슨의 지분은 100%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와 그의 가족들이 보유할 것. 앞으로 지분을 나눌 계획이나 주식시장에 상장할 생각도 없다. 다이슨에서 개발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 대부분인 수 년 이상 소요되는데 매번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매번 실적에 따라 주주들의 반응을 살피다 보면 회사는 방향성을 잃는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망가지기 때문에 앞으로 상장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다이슨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잉글랜드 남부 윌트셔 지역에 전기차 연구센터를 짓고 5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다이슨이 설계하고, 다이슨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완전한 '다이슨표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등에 들어가는 다이슨의 모터와 배터리 기술력을 전기차에 접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