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추가 확인…8차 사건 담당 검사·경찰관 정식 입건
경기남부청 수사본부
이춘재 살인 9건·강간 9건 추가 입건
8차 사건 윤모씨, 국과수 감정 중대 오류
'가혹행위' 검사·경찰관 8명 입건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이춘재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이 이춘재(56ㆍ수감 중)를 살인 및 강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히 8차 사건 당시 윤모(52)씨를 범인으로 특정한 중요한 증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음도 확인됐다. 윤씨에 대해 '가혹 행위' 등을 벌인 수사참여 경찰관 등은 정식 입건됐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에 대해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가장 큰 증거였던 국과수 감정 결과가 과학적 검증 없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8차 사건 관련 체모 분석자료가 기재된 원자력연구원의 연구 보고서가 결정적 자료가 됐다. 이를 토대로 수사본부는 현장에서 채취된 음모의 수치가 중간에 변동됐음에도 그대로 감정이 진행됐고, 특히 최종적인 윤씨의 2차 분석 결과가 있음에도 이를 배제하고 현장음모 수치와 더 유사한 1차 수치를 적용해 국과수 감정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즉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위해 과학적 접근이 아닌 짜맞추기식 분석이 이뤄진 것이다.
수사본부는 "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은 과학적 증거방법으로 신뢰성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감정인(국과수 박사)이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ㆍ첨삭ㆍ가공ㆍ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정에 사용된 체모가 바꿔치기 됐거나 당시 경찰에 의한 허위공문서 작성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이와 함께 수사본부는 8차 사건 당시 윤씨 수사 과정에서 검경에 의해 벌어진 가혹행위도 확인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37명을 수사한 결과 형사계장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ㆍ감금,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 혐의로 입건했다. 또 당시 수사과장과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 체포ㆍ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다.
또 이춘재 진술로 실체가 알려진 '화성 초등생 실종살인사건'과 관련해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7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모(8)양이 실종된 사건으로,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나 이춘재의 자백에 의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수사본부는 입건된 수사 경찰관들이 고의로 유류품과 유골 일부를 발견한 뒤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모두 소멸돼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아울러 수사본부는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하고, 사건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최근 8차 사건에 대한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경찰이 초기부터 수사를 진행해오며 이춘재를 특정해내는 등 상당부문 성과를 이뤄낸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검경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의식한 듯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한 모든 기관에 책임이 있다"며 "서로 다투거나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며 긴밀히 협업하면서 피해를 구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풀어야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수원=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