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보다 추운 한반도...왜 우리나라 겨울만 유독 추워질까?
서울 -5도까지 내려갔는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2도
북극한파의 남하로 고위도보다 중위도지역 추워져... 뉴욕, 시카고도 영하로
여름 폭염에 온열질환자 늘었듯 겨울 한파에 한랭질환자 급증할 듯
(사진=아이폰 날씨 앱) |
서울·경기 일대를 비롯해 중부지방 전체에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가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고위도에 있는 북구권 국가들보다도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북극의 빙하, 제트기류의 약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지난해에 이어 한반도 지역은 잦은 기습한파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9시 현재 서울과 경기 전체를 비롯해 강원영서, 충북, 경북 일대와 전북 산간지대 등 중부지방 전역에 걸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 인천이 영하 4도, 춘천이 영하 7도 등 전날보다 10도 이상 급격히 내려갔다. 주말로 넘어가면서 한파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토요일인 8일,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따라 각종 동파사고와 한랭질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자료=국립재난안전연구원) |
이날 서울의 기온은 서울보다 훨씬 북쪽의 고위도 지방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보다도 낮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하면, 이날 레이캬비크의 오전 최저기온은 영하 2도에 그쳤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영상 4도, 스웨덴 스톡홀름은 영상 2도, 노르웨이 오슬로도 영상 2도에 머무르고 있다. 동아시아 내에서도 서울보다 훨씬 위도가 높은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시 역시 영상 4도를 기록 중이다.
보통 북극과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 중위도 지역보다 12월에 기온이 더 빨리 내려가곤 했지만, 2010년대 이후 고위도 지역보다 북위 30~40도에 걸쳐 있는 도시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 빨리 추위가 찾아오는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북위 40도에 걸쳐진 도시인 미국 뉴욕도 4일(현지시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3도까지 내려갔고, 41도에 위치한 시카고도 영하 4도까지 내려갔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 북미지역에서도 대규모 북극한파가 밀려들면서 뉴욕, 시카고 등 북위 40도 일대 중위도 도시들이 추위에 휩싸였다. 올해도 지난달 말부터 뉴욕 일대는 기온이 크게 내려가고 폭설 피해 등이 늘고 있다.(자료=국립재난안전연구원) |
이러한 기상이변의 주 요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지구온난화'다.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북극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북극지역 한파가 아시아 중위도 지역에 놓인 한반도와 미국 일대 대도시를 덮치기 시작한 것.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의하면 2010년대 이후 심화된 지구온난화와 '북극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 불리는 북극지역의 빠른 온난화로 북극한파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중위도 일대까지 내려오면서 북극한파의 남하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1월에는 서울 지역에 무려 25.8cm의 폭설이 내려 1937년 관측 이래 최대를 기록했고, 2013년 1월에는 전국적으로 평균기온이 영하 11.1도까지 떨어져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겨울이 더욱 혹독해지는 '온난화의 역설'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따라 올 여름 북반구 대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듯, 올 겨울에는 한랭질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랭질환자나 저체온증 사망자는 기존에 주로 노숙자, 음주자들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노숙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겨울철 난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독거노인·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올 겨울에는 특히 고용한파와 불경기 등이 겹치면서 더 많은 한랭질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