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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아시아경제

상어가 날카로운 이빨로 '인터넷'을 공격한다고?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 90% 오가는 해저케이블

이따금 ‘상어’ 공격 인해 훼손돼

케이블 공격하는 명확한 이유 밝혀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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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상어과 상어의 일종인 백상아리.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인터넷이 없는 일상은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드론 택시' 등 4차 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은 요즘 온라인 연결이 끊긴다면 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기를 다름 아닌 상어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바다 깊숙한 해저(해양의 바닥)에 깔린 인터넷 케이블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가 물어뜯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는 현재 잘 갖춰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어 일각에서는 상어가 인터넷을 공격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국의 IT 시장조사업체 '텔레지오그래피'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트래픽 중 무려 99% 이상은 해저케이블로 전송됩니다. 이 기업이 공개한 '해저케이블 맵'을 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바다에는 총 130만km에 이르는 해저케이블이 매설돼 있습니다.


문제는 해저케이블이 놓인 바닷속은 매우 불안정한 공간이라는데 있습니다. 해저 화산 활동, 지진, 해일 등이 케이블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해상에 떠 있는 어선이 그물을 내리다 케이블에 손상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 해저케이블 보호 위원회(ICPC)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 손상 및 고장 사고 중 약 70% 이상은 어선과 자연재해로 인해 벌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끔 생물, 그중에서도 특히 상어로 인해 해저케이블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어가 인터넷을 공격하는 셈입니다.


상어의 케이블 공격이 최초로 포착된 것은 지난 1985년입니다. 미국의 통신 기업인 AT&T는 당시 아프리카 해안에 있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실험용 광섬유 케이블인 ‘TAT-8'을 매설하는 작업을 시행 중이었습니다.


이때 AT&T 직원들은 고장 난 케이블을 수리하던 중, 케이블 일부에 상어 이빨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같은 해 대서양에 설치된 해저케이블 4곳이 상어의 공격으로 인해 망가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이후로도 상어가 해저케이블에 접근하거나 물어뜯는 장면 등이 종종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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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태평양 해저에 놓인 인터넷 케이블을 상어가 물어뜯는 모습. / 사진=유튜브 캡처

이 때문에 인터넷이 불안정할 때마다 ‘상어가 케이블을 물어뜯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상어가 케이블을 물어뜯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지난 수십 년간 연구를 거듭해 왔습니다.


2014년에는 미국의 인터넷 기업 구글의 케이블 연구부서가 ‘자기장 착각설’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해저케이블에 흐르는 전기로 인해 발생한 자기장을 일순간 먹이로 착각한 상어가 물어뜯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실제 상어는 자기장과 초음파에 매우 민감한 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에 흐르는 미세한 전기를 감지하는 ‘로렌치니기관’이라는 신체 부위 덕분입니다. 하지만 케이블에 흐르는 강력한 고압 전기가 뿜어내는 자기장을 상어가 먹이로 착각하는 일이 가능한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좀 더 단순한 설명도 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설립된 ‘샤크 랩’에서 근무하는 크리스 로위 교수는 지난 2017년 상어가 케이블을 물어뜯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궁금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위 교수는 “케이블처럼 생긴 플라스틱 조각이 바다 한가운데에 있으면 당연히 한 번쯤 물어 뜯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런 사고가 아주 가끔 일어난다고 해도, 케이블이 망가지면 수천 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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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제조기업 LS전선 동해 사업장에서 수출할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 사진=LS전선

그렇다면 오늘날 상어로 인해 해저케이블이 고장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결론부터 보면 그 확률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ICPC가 지난 1957년부터 2015년까지 벌어진 모든 해저케이블 파손 사고를 조사한 결과, 2006년 이후 상어로 인한 케이블 파괴는 전체 사고 중 1%가 채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ICPC는 이 보고서에서 "유튜브, 미디어 등에서 주장하는 상어 공격설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어로 인한 케이블 파손 사례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인간이 상어로부터 케이블을 보호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발달시켰기 때문입니다.


우선 최근에는 바다 밑바닥을 매설기로 파거나, 수중 드론으로 홈을 뚫은 뒤 해저케이블을 매설하는 등 공법이 크게 발달했습니다. 덕분에 상어 같은 수중 생물은 케이블에 접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또 케이블의 설계도 수정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구글의 경우, 해저케이블의 피복에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코팅을 덧씌웠습니다. 이 때문에 최신 해저케이블은 상어의 이빨로 흠집조차 내지 못할 만큼 단단합니다.


오히려 최근 해저케이블 관리자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어선입니다. 케이블 규모가 커지면서 수심 200m 안팎의 얕은 바다까지 케이블이 매설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배가 해수면을 떠다니다가 각종 기기로 케이블을 쳐 손상을 일으키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ICPC에 따르면, 배의 닻이나 어선 장비가 케이블과 부딪혀 손상을 입히는 사례는 이제 전체 사고 가운데 최대 7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한편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4개국 업체가 이른바 '빅4'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8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러 국가를 제치고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바닷 속 극한 환경을 뚫고 해저케이블 경쟁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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