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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그 섬, 통영 사량도

사량도 지리산-바다와 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100대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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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는 한산도, 욕지도, 매물도와 함께 통영을 대표하는 섬입니다. 크게 상도와 하도로 나뉘는 사량도는 섬 사이 해협이 뱀처럼 길고 구불구불하다고 이름에 긴 뱀 사(蛇) 자를 씁니다. 좁고 기름한 바다는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이어집니다. 


통영8경에 드는 옥녀봉에 오르면 발아래 절경이 펼쳐져 누구든 이 섬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량도가 유명해진 건 지리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래는 지리망산, 그러니까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란 뜻이지만 지금은 줄여 지리산으로 부릅니다. 


2002년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당당히 오를 만큼 매력적인 능선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릴 수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지리산이 보인다는 사량도 지리산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량도는 통영 가오치항에서 뱃길로 30분이면 닿는다. 7시에 출발하는 첫배를 타고 사량도로 향했다. 지리산에 오르는 코스는 총 4개다. 돈지마을에서 출발해 지리산과 월암봉, 불모산, 가마봉, 옥녀봉을 거쳐 진촌마을로 내려오는 1코스가 대표적인 종주 코스인데 약 4시간 30분이 걸린다.


유격 훈련을 방불케 할 만큼 위험한 구간이 많지만, 최근에 우회로를 확보하고 안전시설도 보강했다. 옥동마을에서 출발하는 2코스와 내지마을에서 출발하는 3코스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대항마을에서 옥녀봉으로 오르는 4코스는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등산 초보자에게 비교적 짧은 4코스를 추천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절대 아니다. 반드시 발목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와 마실 물을 챙겨야 한다. 일부 가파른 암벽 구간이 있어 등산용 장갑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이번 산행은 사량도선착장에서 옥녀봉, 출렁다리, 가마봉, 달바위, 성자암, 옥동항으로 내려오는 2코스다. 지리산 자락의 백미로 꼽히는 옥녀봉(281m)은 그리 높은 봉우리는 아니다. 하지만 웅대한 기암으로 이뤄져 아찔한 스릴을 맛보기에 그만이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왼쪽으로 사량대교와 하도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정상에는 옥녀봉에 얽힌 전설을 적어뒀는데, 의붓아버지의 그릇된 욕망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낭떠러지에 몸을 던진 소녀 이야기다. 사량도 주민들은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마음으로 옥녀봉이 보이는 곳에서는 신랑 신부가 맞절하지 않는단다. 또 신부가 옥녀봉 아래를 지날 때면 반드시 가마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한다.


옥녀봉을 지나면 출렁다리까지는 지척이다. 저 멀리 쌍출렁다리로 불리는 보도현수교 2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39m, 22m로 향봉과 연지봉을 잇는다. 지리산 암릉의 곡선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위치라 그 풍광에 넋을 잃게 된다. 산꼭대기에 출렁다리가 설치되다 보니 바람이 세게 불거나 사람이 많으면 흔들리는 교량에 오금이 저릴 정도다.


출렁다리를 벗어나면 칼바위산이란 명성답게 90°에 가까운 경사를 로프 하나에 기대어 오르는 구간, 암릉을 타는 구간, 상체를 잔뜩 구부려 기어오르다시피 하는 구간 등 다양하고 스릴넘치는 산행이 이어진다.


달바위에서 교행도 쉽지 않은 칼바위능선을 지나면 무난한 숲길이 이어지고 성자암, 옥동항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1km 정도 더 가면 지리산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옥동항으로 내려서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 볼거리가 몰려있는 구간을 통과해서 왔기 때문이다.


사량도선착장이 있는 진촌마을에는 식당과 카페, 관광안내소 등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 밀집해 있다. 식당에선 주로 해산물이 푸짐한 물회를 내는데, 낚시꾼이 즐겨 찾는 섬인 만큼 신선함이 남다르다. 진촌마을 뒤쪽에 통영 최영장군사당(경남문화재자료)이 있다. 고려 말 사량도에서 왜구를 무찌른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것으로, 지금도 정월과 섣달에 사당제를 지낸다.


사량도 산행객들이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유일한 해수욕장인 대항해변에 주민들이 관리하는 야영장이 있다. 옥녀봉에서도 내려다보이는 해변에는 푸른 물빛과 고운 모래를 자랑한다.


섬에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갔다면 상도일주도로와 하도일주도로, 이 둘을 잇는 사량대교를 드라이브해보자. 옥동, 사금, 돈지, 내지 등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린다. 운이 좋으면 산자락을 따라 이동하는 산양 무리를 만나기도 한다. 덕동항 근처엔 사량대교를 배경으로 한 포토 존이 있어 기념사진을 찍는 이가 많다.


당일 여행이라면 사량도에서 나오는 길에 디피랑까지 알뜰하게 챙겨보자. 남망산조각공원에 자리한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로, 동피랑벽화마을과 서피랑마을의 사라진 벽화를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아름다운 야간 경관에 녹여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약 1.3km 포장도로와 숲길을 따라 걷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이순신공원도 매력적이다. 한산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조성된 공원은 푸른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 코스다. 입구에 높이 17.3m 충무공 동상이 있고, 왜구를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한 천자총통이 전시된다.


산양읍에 들어선 나폴리농원은 편백 숲을 맨발로 산책하는 힐링 체험이 관심을 끈다. 포털 사이트나 전화로 예약하면 한 시간 이상 자유롭게 맨발 산책을 할 수 있다. 피톤치드 에어샤워와 편백신선차 시음을 시작으로 편백 효소길, 음이온길, 원예 테라피의 길 등을 천천히 걷는다. 중간중간 루페로 이끼를 관찰하거나 해먹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편백 오일을 떨어뜨린 물에 족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털어낸다.

◇ 여행메모

△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를 타고가다 대전지나 비룡 JC에서 통영간고속도로 이용, 고성 IC를 나와 통영방면 송학삼거리를 지나 사량도여객터미널 가오치항으로 가면 된다.


△ 볼거리=동피랑벽화마을, 박경리기념관, 통영케이블카, 강구항, 산양일주도로, 미륵산 미륵사, 서피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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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사량도는 해산물이 넘쳐난다. 선착장부근에 음식점들이 몰려있지만 내지항에 가면 조금 저렴하게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통영에는 충무김밥, 졸복국, 시래기국, 선술집(다찌집.사진), 꿀빵 등이 이름났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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