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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면 그만?" 유튜버 조작 방송에 업주들 '분통'

유튜버 허위 방송에 문 닫은 가게…사장 "억울하다"

"허위 방송 피해 막는 법 만들어달라" 靑 청원

일부 유튜버, 수익 위해 조작 방송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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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식당의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하얀트리의 방송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하얀트리' 화면 캡처

"허위 정보 유포한 유튜버 때문에 영업 중단했습니다.", "유튜버들의 횡포 막아주세요."


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후원이나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일종의 '가짜정보', '허위사실'을 콘텐츠로 만들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음식점의 경우 이런 유튜버들로 인해 아예 식당 문을 닫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전문가는 1인 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 식당 업주는 유튜버의 허위 방송으로 인해 영업을 중단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15일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자신이 간장게장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며 유튜버의 허위사실 유포로 폐업에 내몰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주는 "어느 날 갑자기 방문한 맛집 유튜버가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매장 영상을 올려 순식간에 조회 수가 100만 뷰에 도달했다"며 "저희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장에는 수많은 욕설, 항의, 조롱 등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의 전화가 빗발쳤고, 유명 포털사이트 및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무차별적인 악플들이 난무했다. 결국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소연했다.


업주는 이어 "코로나도 극복하면서 성실하게 운영한 매장을 한 유튜버의 허위 영상 하나로 닫게 된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자영업자들이 마음 편하게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17일 오전 9시30분 기준 2만7309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구독자 69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하얀트리'는 대구의 한 무한리필 간장게장집에서 리필한 게장에 밥알이 나왔다며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식당 상호가 적힌 메뉴판도 노출됐다.


그러나 이후 그 밥알은 자신이 식사할 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하얀트리는 해명 영상을 촬영하러 식당에 찾아갔지만, 식당은 이미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하얀트리는 최근 영상에서 "어떠한 정확한 팩트를 갖고 영상을 풀어나가고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제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한 무지함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식당은 막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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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식당 업주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버의 허위 방송으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유튜버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버 '송대익'은 지난 6월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원이 몰래 훔쳐먹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영상에서 누군가 베어 문 듯한 흔적이 있는 치킨 조각을 보여주는가 하면, 정량보다 두 조각 모자란 양의 피자가 배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조작 방송으로 밝혀졌다.


해당 업체에 고소까지 당한 그는 논란이 일자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앞서 올린 영상은 전적으로 연출된 영상이다. 변명 여지없이 제 욕심으로 인해서 일어났다"며 사과했다.

허위사실 유포, 조작방송까지…결국 수익위해 범법행위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광고 수익과 연관있다. 유튜브 채널이 수익을 내기 위해선 구독자 1000명 이상, 연간 재생 시간 4000시간 이상 등 특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를 충족할 시, 영상 콘텐츠에 광고가 붙어 유튜버는 수익을 얻게 된다. 영상 분량이나 독자 수 등에 따라 수익률은 다르지만, 조회 수 1000회당 1달러(약 1090원) 정도의 수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이 이 같은 수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허위사실 유포나 아예 조작 방송까지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의 경우 그 파급력이 막대해 사회적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폐업을 결정하거나, 자신의 명예가 하루 아침에 훼손되어도 이를 회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돈을 목적으로 가짜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에 대한 강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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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송대익이 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송대익' 화면 캡처.

'가짜방송' 제재하는 가이드라인 있지만 보다 촘촘한 제도 필요

한때 구독자 50만 명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던 동물 양육 유튜버 '갑수목장'도 조작이 들통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유튜버는 버려진 고양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것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 5월 지인의 폭로로 펫숍에서 분양받은 반려동물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틱 장애(뚜렛 증후군)를 앓고 있다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해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아임뚜렛'도 한 달 만에 4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얻었지만, 영상 속 모습이 과장된 연기였음이 드러나 사과했다.


일각에선 계속된 논란에도 조작 방송이 이어지는 건 유튜버들을 제대로 엄벌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르면 유튜브는 △스팸 및 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등)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총기류 등)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삭제한다. 다만 조작 방송 등은 직관적으로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재가 어렵다.


전문가는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유튜브 시장의 과열 경쟁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상황을 차단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 시장이 경쟁적이다 보니 갈수록 특이하거나 엽기적인 소재를 찾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지나친 경쟁심은 도덕성 결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또 유튜버들은 조회 수가 많을수록 만족감과 쾌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굉장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튜버 등 개인이 윤리적 성숙함을 지녀야 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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