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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사랑나무' 아래서 띄우는 '사랑맹세'

산소마을 화천-바람소리 물소리 벗 삼아 가을로 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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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북한강 상류에서 가장 돋보이는 풍경은 강변에 나 홀로 우뚝 서 있는 거례리 사랑나무다. 그 자태가 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어딘가 범상치 않다. 하늘은 높아지고 알록달록 가을로 접어드는 이때 넓은 나무 그늘 아래에 서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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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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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리산소길 중 일부인 푼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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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먹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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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지리 연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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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화천숲속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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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의 이른아침

강원도 깊은곳에 자리한 화천은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워낙 산천어의 위력이 대단하다보니 다른 명소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 되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비대면 드라이브가 그것이고, 호젓한 숲에 들거나, 차박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들입니다. 그럼 코로나시대 산천어축제를 뺀 화천은 무엇으로 여행객을 부를까요. 여기에 딱 맞는 여행지가 여럿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청명한 바람이 느껴지는 '산소100리길'을 비롯해 북한강변 드라이브, 거례리 사랑나무 등입니다.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길도 있고, 숲속 걷기 좋은 길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오지(奧地) 중의 오지로 불린 비수구미마을과 아픔의 호수 파로호 물길여정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강과 숲, 호수와 주변 산자락에서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길,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화천으로 가을맞이를 떠나봅니다.


춘천에서 407호선 지방도를 따라 화천읍으로 간다. 부다리터널을 빠져나와 3㎞ 가량을 지나다보면 도로 왼편으로 북한강 상류의 절경이 함께한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돋보이는 풍경은 강변에 나 홀로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다. 그 자태가 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어딘가 범상치 않다. 일명 거례리 사랑나무다.


수령이 수 백년은 되는 듯한 이 나무는 비바람을 맞으며 세월을 견뎌냈다. 가지는 사방으로 뻗어 있고, 나뭇잎은 빛이 잘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다. 나무 아래로 반경 10미터에 가까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 넓은 나무 그늘 아래에 서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름에는 시원함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북한강과 어울리는 근사한 풍경을 선사한다. 각종 새와 곤충들에게 훌륭한 안식처를 제공하기까지, 말 그래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나무아래 벤치는 포토존이 따로 없다. 날 좋은 날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기에 좋고, 비가 오면 물안개 촉촉하게 피어나는 신비로운 풍경에 빠져볼 수 있다.


최근엔 여러 편의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또 사랑을 맹세하면 연인들의 관계가 변치 않는다는 속설도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도 인기 높다.


사랑나무 남쪽에는 강 가운데 작은 섬까지 다리를 놓고, 끝에 반지 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어 반지교라 부르는 곳이 있다. 사랑나무에서 애정을 확인하고, 반지교에서 소중한 약속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맞는것일까.


사랑나무 주변은 북한강 상류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강변산책로와 생태숲, 광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생태숲에는 전국적인 인기를 모으는 파크골프장이 있다. 18개 홀과 연습홀 등을 갖췄다. 웬만한 골프장보다 경관이 좋고 북한강과 함께 하는 라운딩이 즐겁기만 하다.


사랑나무는 화천의 여러 명소와 연결되는 여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북한강을 따라 산소길로 간다. 산소길의 백미는 '숲으로 다리' 다. 소설가 김훈씨가 직접 '숲으로 다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화천강을 가로지르는 통통다리에서 시작해 물위에 설치한 1.2㎞ 길이의 푼툰다리를 따라 원시림 상태로 보존된 흙길을 걷는 총 2.2㎞의 길이다.


싱그러운 기운을 머금은 숲을 따라 물위에 자리한 다리로 내려서면 수채화 같은 화천의 비경 속으로 빠져든다.

숲으로 다리는 물 위에 뜨는 튜브 형태의 폰툰 보트를 띄우고 그 위에 나무 바닥을 촘촘히 얽어 만들었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물결의 파동이 느껴진다. 강줄기도 워낙 잔잔해 산이 그리는 풍경을 그대로 데칼코마니처럼 반사한다. 가을엔 알록달록한 단풍 속을 유영하듯 걸을 수 있다. 일교차가 큰 가을엔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몽환적인 안개 속을 걸을 수도 있다.


물빛에 취해 사부작사부작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아래서 찰랑거리는 물의 흔들림이 찌릿하고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산을 즐기노라면 어느새 마음은 통쾌하다.


숲으로 다리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조성한 '북한강 산소 100리 길'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산소 100리 길'은 북한강 변을 따라 42㎞에 걸쳐 조성된 자전거 길이다. 대부분의 구간이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누구나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다.


다시 북한강 상류로 올라간다. 강줄기를 가로지르는 꺼먹다리가 나온다. 1945년 화천댐 준공과 함께 만들어진 꺼먹다리는 3개국의 손을 거쳐서야 완성했다. 교각은 일제가 세웠고, 광복 이후 러시아(옛 소련)가 철골을 올렸다. 한국전쟁 후 우리의 손으로 상판을 얹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독특한 이력과 역사성으로, 다리는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됐다. 까뭇한 다리 곳곳엔 시간의 흔적이 꾹꾹 담겼다. 교각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포탄과 총알 흔적이 그대로 남아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상처를 입고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있는 모습에 진한 애잔함이 느껴진다.


여기서 섬 같이 홀로 뚝 떨어진 '딴산'도 그리 멀지 않다. 실제로는 높이가 165m에 불과해 산보다는 아담한 동산에 가깝다. 겨울에는 인공빙벽이 클라이머들을 불러 모은다. 딴산 앞에는 물이 맑고 수심이 낮은 강이 흐른다.


딴산을 나와 산기슭을 굽이굽이 돌아 북한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파로호(破虜湖)다.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물길이 막힌 인공호수다. 한국전쟁 당시 '오랑캐(중공군)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 붙였다.


파로호는 유람선 여행도 할 수 있다. 파로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고 왕복 세 시간 정도 유람선 여행을 즐긴다.

잔잔한 물결 위로 작은 섬들의 반영이 드리운 파로호는 고즈넉하고 평온한 풍경을 자아낸다. 물빛누리호의 뱃전에서는 해산과 월명봉이 펼치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수위는 낮아져 곳곳에 물이 빠진 흙의 경계가 아쉽다. 화천 오거리 상징탑에서 해산령에 이르는 13㎞ 길이의 '은행나무길'도 빼놓을 수 없다.


화천=글 사진 조용준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 춘천나들목으로 나간다. 46번 국도를 따라 소양 6교를 건너 간척사거리까지 가서 화천 오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음사거리에서 간동면사무소와 파로호관광지를 지나 대붕교를 건너면 화천읍이다.


△먹거리= 화천읍 대이리의 평양막국수는 새큼한 닭육수에 닭고기를 찢어 넣고 먹다가 막국수를 말아 먹는 초계탕이 유명하다. 파로호 선착장 가는 길목인 간동면에 있는 화천어죽탕은 잡고기를 갈아 야채와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깊은 맛을 풍긴다. 대이리의 콩사랑은 콩요리 정식, 모듬보쌈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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