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상처 준 것 후회” 이윤택, 단원 상습 성추행 징역 6년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치상)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치상)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미투’ (#MeToo·나도 당했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 전 감독 혐의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혐의 등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했다.
재판부는 “연기지도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 온 걸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신체접촉이 이뤄진 부위 정도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연기지도 방식으로의 상당성을 인정하지 못 하고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연기지도로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들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추행한 것이고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 못했을 뿐이지 피해자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했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피해자들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지난2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앞서 이 씨의 변호인은 앞서 7일 열린 결심 공판의 최후 변론에서 “연기지도를 법의 잣대로 논단하는 건 새로운 장르의 예술의 씨를 자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이 씨도 최후진술에서 “모든 게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피해자들이 연기 지도와 안마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줬기에 피해자의 고통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 준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후회된다”면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과 저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배우와 스탭들, 평생 저만 믿고 살다가 깊은 상처 입은 가족들 위해서 헌신하며 살겠다. 잘못된 생을 반성하고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구형의견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성추행을 했다”며 “특히 신체 특정 부분을 안마시키는 부분은 체육인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안마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게 통용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한편 이 전 감독은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연희단거리패 여자 단원 8명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총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