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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지능이 낮은 단세포?

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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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물고기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 수컷보다 지능이 높은 모기물고기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너 붕어냐?'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시지요? 방금 들었던 말을 까먹거나, 좀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할 때 상대방이 비판조로 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붕어'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낚시꾼들은 잘 아실 겁니다. 붕어는 낚시로 잡았다가 대체로 놓아줍니다. 그런데 놓아준 붕어가 다시 그 낚시에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붕어는 머리(기억력)가 나쁘다'는 의미로, 머리(기억력)가 좋지 않은 사람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붕어로 대표되는 물고기는 정말 머리, 즉 지능이 낮을까요? 낚시를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붕어 낚시는 정말 어렵습니다. 떡밥(미끼)만 던지면 달려드는 물고기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풀어줘도 다시 미끼를 무는 것은 이성이 앞서는 인간과 달리 동물은 본능이 앞서기 때문 아닐까요?


사람들이 '물고기는 지능이 낮다', '단세포일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진 것은 물고기의 뇌가 너무 작은데다, 인간의 뇌 구조와 비슷한 포유류 동물에 비해 물고기에 대한 관심이 덜했고, 붕어와 비슷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상식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물고기도 지능이 있고 점점 진화한다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2016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팀은 모기물고기(mosquitofish)를 대상으로 뇌의 크기를 측정한 뒤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합니다. 연구팀은 관찰을 시작하면서 암컷이 낳은 새끼 물고기를 1세대로 설정하고, 9세대에 이르렀을 때 다시 뇌의 크기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암컷 물고기가 수컷보다 진화가 빠르고 뇌의 크기와 무게는 6% 가량 더 무겁고 컸습니다. 모기물고기는 암수간 구애과정도 없이 암컷의 몸에 수컷이 일방적으로 정자를 뿌려 번식한다고 합니다. 이에 암컷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산란과정을 거치면서 죽거나 병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팀은 "뇌의 크기는 지능과 직결된 요소여서 암컷의 지능발달과 진화를 진화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라면서 "상대적 약자인 암컷이 수컷의 위협과 강압 속에서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경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지능이 있을 때 물고기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학습능력과 정보전달, 그리고 자아인식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고기가 학습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해양 생물학자 유제니 클라크 박사는 1950년대에 이미 음식을 주면서 상어를 훈련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최근에는 바하마의 과학자들이 포획한 레몬상어에게 표적을 주둥이로 누르는 방법을 가르치고 보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학습시키는데 성공했고, 무리 속에서 다른 상어와 함께 있을 때 스스로 상황을 파악해야 할 때보다 보고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물고기끼리의 정보전달 과정을 보면 물고기의 지능이 낮지 않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덩치가 큰 그루퍼와 곰치의 사냥 정보교환 과정을 살펴보면, 그루퍼를 피해 산호초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숨어들면 몸집이 큰 그루퍼는 그들을 잡지 못합니다. 그루퍼는 작은 물고기들이다시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게 되는데 그러다 곰치가 지나가면 갑자기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루퍼의 신호를 받은 곰치는 즉시 산호초 속으로 돌진해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곰치를 피해 산호 밖으로 뛰쳐나온 물고기들은 그루퍼가 삼키는 것이지요. 그루퍼는 곰치뿐 아니라 산호초를 습격할 능력을 가진 뱀장어와도 이런 식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함께 사냥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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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포식자로 알려진 그루퍼. [사진=Natgoetv 화면캡처]

물고기도 자아인식을 할까요?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연구소와 일본 오사카시립대 공동연구팀이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야생에서 채집한 청줄청소놀래기에게 거울을 비춰주었습니다. 거울을 처음 본 물고기들은 자신의 모습을 경쟁자로 간주해 공격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행동은 줄어들고, 3~4일 정도가 지나자 물고기들은 거울 앞에서 춤을 추거나 몸을 뒤집는 등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발더 나아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특정한 표시를 한 뒤 거울을 보여주자 이들은 바닥에 몸을 문지르며 표식을 지우려는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물고기도 감정이 있다고 합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표정이 없어 인간이 알지 못하지만 실험결과 환경에 따라 감정적 스트레스를 겪으며, 통증도 감지하고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물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물고기에게까지 확대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애완물고기를 학대하는 것이 불법입니다. 최근 살아있는 금붕어를 삼켰다고 주장한 남성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물고기를 잡았다가 다시 풀어주는 행위가 금지돼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물고기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물고기를 잡았다면 반드시 인도적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뒤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낚시 후에 잡은 물고기를 다시 풀어주는 행위는 선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물고기를 잡았다 다시 풀어주는 것은 물고기에게 고통을 더 겪게 하는 나쁜 행동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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