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성 옷 다 벗겨진채로 도망" 화성사건 전 '강간 미수' 사건 있었다
1차 화성사건 발생 전 1건의 '강간 미수' 사건 정황
사건 발생 지역은 이춘재 고향 화성 진안 1리
피해 여성 옷 다 벗겨진 채로 집으로 도망 목숨 건져
당시 동네 사람들 피해 여성 사건 알려지는 것 꺼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일대.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
화성 연쇄살인 사건(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춘재(56)가 특정된 가운데 이춘재의 고향인 경기 화성 진안 1리(현 진안동)서 그가 저지른 범행으로 추정되는 강간 미수 사건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사건은 1차 화성사건을 앞두고 발생, 이춘재의 또 다른 강간 미수 사건이 아니냐는 의문이 쏠리고 있다. 1차 화성사건은 1986년 9월15일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이춘재의 고향 진안 1리 인근 지역에서는 모두 7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범인이 자신의 속옷 등 옷을 이용해 결박하고 재갈을 물렸다고 진술, 화성사건과 유사한 범행수법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문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 강간 미수 사건에 대해 이춘재의 군 제대 시기와, 사건 발생 지역 등을 보면 화성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경제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춘재가 군에서 제대한 1986년 1월부터 1차 화성사건(1986년 9월15일)이 발생하는 9개월 사이 20대 여성의 강간 미수 사건이 있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사건 발생 지역은 이춘재의 고향인 진안 1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A 씨는 "이춘재로 추정되는 남성이 20대 여성을 강간하려 했다"며 사건 발생 시점에 대해서는 "이춘재가 제대하고 1차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그 사이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여성은 옷이 다 벗겨진 채로 집으로 뛰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강간 미수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워낙 동네가 좁아 쉬쉬할 수밖에 없었고, 피해 여성 역시 경찰 등에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면서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에 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모두 싫어했다"고 강조했다.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를 제외하고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이춘재(56)가 살던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일대. 이춘재는 이 사건 이외에 5건의 사건과 30건의 강간을 저질렀다고 자백, 모두 4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
전문가는 이춘재가 제대했을 당시부터 1차 사건이 발생하기 이 사건이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 범행과 이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 "이춘재의 고향에서 발생했다는 것 관련해 지역과 시기를 놓고 보면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련해 화성 일대에서는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기에 앞서 7건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7건 중 1차 사건은 1986년 2월8일 오후 8시에서 오후11시50분께 처음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당시 20세 회사원으로 태안읍 진안리 367번지를 지나가던 중 원바리 고개 묘지 근처에서 검정색 장갑을 낀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찔린 뒤 성폭행 당했다.
2차 사건은 3월20일 발생했다. 피해자는 22세의 회사원으로서 태안읍 황계리 논둑을 지나가던 중 범인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끌고가 성폭행했다. 범인은 욕설을 하며 스타킹으로 양손을 뒤로 결박하고 범행했다.
이어 3차 사건은 같은 해 4월3일 일어났다. 피해자는 27세 여성으로 수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황계리 입구에서 하차하여 농로 길을 걷고 있을 때 범인이 뒤에서 나타나 흉기로 찌르는 등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는 속옷 등으로 양손이 결박당했다.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
다음 사건은 4월25일 발생했다. 피해자는 39세 식당종업원으로 병점 5리 진입로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개천뚝 병점 느티미 다리를 지나가던 중 뚝 아래에서 범인이 나타나 한손으로 뒤에서 입을 막고, 흉기로 옆구리를 찌르는 등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범인은 피해자 팬티스타킹을 벗겨 반으로 절단, 손을 뒤로 묶고 발을 묶어 양말로 재갈을 물렸다.
5차 사건은 5월8일 일어났다. 피해자는 43세 가정주부로 태안읍 진안리 입구 쌍무덤 묘소 앞을 지나가던 중 범인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흉기로 옆구리 등을 찌르고 2회 성폭행했다.
여섯번째 사건은 5월14일 발생했다. 피해자는 48세 여성으로 병점리 산업도로 비상활주로를 따라 병점 방향으로 걸어오던 중 범인이 뒤에서 나타나 손으로 입을 막고 흉기로 옆구리를 수회 찌르고 현금 20만원을 강탈하고 성폭행했다.
마지막 7차 사건은 7월 중순께 발생했다. 피해자는 19세 여성으로 황계리 경부철도 부근을 지나던 중 범인이 뒤에서 따라와 껴안고 옆구리에 흉기를 대고 위협한 뒤 성폭행했다. 입을 막고 스타킹을 사용해 양손을 뒤로 결박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 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한편 이춘재(56)는 모방범죄로 알려져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이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 범인 윤 씨는 해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 20년형으로 감형, 지난 2010년 5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윤 씨는 지속해서 자신은 이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경찰은 이춘재, 윤씨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만큼, 이 둘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 사건 10건, 이 사건외 4건, 강간·강간미수 30여 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