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美서 대박난 '텔루라이드' 국내 못들여오는 사연은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기아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가 미국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과 사양, 합리적 가격으로 출시 두 달 만에 1만대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확인하자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를 궁금해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팰리세이드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국내 대형 SUV시장의 수요는 이미 확인된 바 있죠.
기아자동차 북미형 SUV 텔루라이드/ 사진=기아차 |
하지만 기아차가 선뜻 텔루라이드를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이유는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 때문입니다. 기아차 내부에서는 같은 차급인 텔루라이드와 모하비가 동시에 국내시장에 출시될 경우 판매 간섭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텔루라이드의 출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또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점도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팰리세이드가 파이를 키워놓은 대형 SUV시장에 경쟁 모델이 많아질수록 '스타급 모델'의 탄생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기아차의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도 텔루라이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은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 여부에 대해서 "시장 상황과 추이를 보면서 계속 검토하겠다"며 "국내에 텔루라이드를 출시하기보다 하반기 나올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출시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했죠. 최근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공식석상에서 기자와 만나 "(텔루라이드를 들여오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여러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텔루라이드는 제품 구상과 개발,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디자인은 '기아 미국 디자인 센터'의 주도로 이뤄졌고 생산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역설적으로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진 차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개념의 차로 여겨지고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죠.
기아차는 반전의 카드 '모하비 부분변경' 출시로 텔루라이드에 쏠린 국내의 관심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입니다. 텔루라이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달리 모하비는 프레임 타입의 SUV로 안전성이나 오프로드 주행에서 더욱 뛰어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내 유일의 후륜구동 기반 V6 3.0 디젤 엔진과 독창적 디자인으로 패밀리카를 찾는 운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모하비의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은 대담하고 존재감 있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웅장한 그릴이나 그릴과 램프의 경계가 사라진 수직구조의 라이트 배치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죠.
새롭게 출시되는 모하비가 과연 텔루라이드로 쏠린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뺏어올 수 있을지. 올 하반기 대형 SUV시장의 판도 변화를 기대해봅니다.
기아차 모하비 마스터피스 콘셉트카/ 사진=기아차 |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