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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띄워낸 마음, '짝사랑'과 음악

덕행

홀로 띄워낸 마음, '짝사랑'과 음악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다. 여름과 겨울, 폭염과 한파 그 사이에 위치한 봄과 가을은 왜인지 감정에 더욱 충실하게 만들곤 한다. 그 중에서도 가을은 우리를 더욱 센치하고 외롭게 만든다. 혹여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마음이 더욱 커지기도 하는 때이다.

 

모든 사랑은 짝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쪽으로만 향하던 사랑이 양 쪽을 향하게 될 때, 비로소 하나의 완전한 관계가 시작된다. 마음을 전하기 전까지는 온종일 상대를 생각하고, 마음을 언제 어떻게 건네야 할까,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전전긍긍하게 된다. 포기하겠다 다짐해도 이내 불씨가 타오른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소개하는 <덕행> ‘사랑’ 시리즈의 네 번째 테마는 ‘짝사랑’이다. 풋풋하고도 애타는 마음을 담은 음악 4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우주소녀 - 비밀이야 (Secret)

[MV] WJSN (Cosmic Girls)(우주소녀) _ Secret(비밀이야)

혹시나 내 맘 알까
네가 눈치 챌까 봐
애써 아닌 척하며 굴어
사실 겁이 나서

짝사랑은 늘 어렵다. 애타는 이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들킬까 겁을 내곤 한다.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고, 그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곤 하지만 짝사랑의 결말은 그 누구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짝사랑을 하는 우리는 계속해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으며,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오히려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괜히 혼자 삐진 척, 괜히 혼자 화난 척. 이러한 가사가 발랄한 노래 분위기에 맞춰 더욱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짝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하나의 완전한 관계가 시작되기 이전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풋풋하고도 미숙한, 타인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 시절이다. 그러나 짝사랑을 하는 당사자에겐 그 누구보다도 애타고 힘겨운 순간일 테다. 좋아하는 감정을 상대에게 드러내기 전까지의 마음은 ‘비밀’과 같다. 우주소녀의 ‘비밀이야’는 마음을 전하기 전까지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2. 라드뮤지엄- Over The Fence

아침에 늘 어김없이 그녀가 보이네
햇빛이 세지기 전에 사라져 버리네
울타리 밖으로 뛰어넘어서
말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구름 위 햇빛에 발이 녹아서
바닥에 붙었네 왜
Pray for walking
Pray for walking
왜 안 되나요
왜 나만 이런 건지
매일 바라봐요
저기만 넘으면
저 울타리만 넘으면
햇살이 좋은 가요
그 말을 전해 줄 거야

가사가 속 화자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져 마음 속 울타리를 넘지 못한 채 애달파하고 있다. 사실 온전한 관계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짝사랑은 ‘을’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마음을 대가로 상대에 맞춰 나를 생각하고, 그의 모든 말과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며 전전긍긍하곤 하지 않는가. 상대에 비해 내가 한없이 모자라고 못난 존재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마음의 울타리를 넘어 건넨 햇살이 좋은가요, 라는 한 문장은 짝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듯 보인다.

 

안타깝게도 쌍방향으로 오가는 ‘사랑’이란 관계는 한순간에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가 나의 감정에 대해 전혀 무지할 경우에는 관계가 시작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모든 관계는 사소한 관심을 용기 있게 내보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 있니?”,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의 비에 젖은 동행을 시작하게 한 하나의 물음처럼, 가사 속 ‘햇살이 좋은가요’라는 따뜻한 물음처럼 마음을 전하는 첫 단계는 거창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음의 울타리를 넘어 나의 마음을 조금씩 건네는 것, 그것이 짝사랑을 하는 이들의 책임이다.

3. 헤이즈 - And July (Feat. DEAN, DJ Friz)

헤이즈 (Heize) - And July (Feat. DEAN, DJ Friz) MV

I can give you the world
너만 내게로 온다면
I can give you the world
넌 말만해 뭐든 간에 다 해줄 텐데 yeah
유난히 길던 봄부터 코 앞에 닥친 여름까지
Thinking bout you baby ooh

남녀가 친구로 지내는 것은 정말 가능할까. 남녀 사이의 관계를 단지 성이 다르단 이유로 의심부터 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And July'에서 감정을 털어놓고 있는 화자도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 느낌 없었던 친구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들리다니, 친구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음을 느끼는 순간 혼란스럽다. 약이라도 타 놓은 걸까 의심하며 부정해보기도 한다. 친구 사이는 연인이 되기에 적합하면서도 가장 조심스러운 발판이기에 짝사랑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조금 지체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고백은 관계를 건 하나의 도박과 같다. 짝사랑이 연인의 형태로 바뀌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만의 일방적 사랑에 불과했음이 밝혀지는 순간 친구 사이로 다시 돌아가기도 어려운 그런 도박이다.

 

그래서인지 두 개의 계절을 지나쳐왔다. 5월은 성급해 보이고 6월은 바빴다고 말하지만 사실 고민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감춘 핑계거리일 것이다. 짝사랑으로 유난히 길었던 봄을 지나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 날씨만큼 뜨거워진 마음을 친구인 너에게 전하고자 한다. 'And July'는 감성 힙합의 대세로 불리는 헤이즈와 딘이 호흡을 맞춰 둘의 시너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가벼이 몸을 흔들게 되는 비트에 2절 후렴구를 지나 주고받는 가사가 등장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화음이 더해지니 단연 최고의 조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아 발매 후 이년이 지난 지금까지 플레이리스트에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그들의 합은 음색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서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외적 케미까지 더했으니 꼭 재생해볼 것을 추천한다.

4. 워너원 - 갖고 싶어

매일 하루의 끝에
시답지 않은 얘길 하고 싶은데
나의 계절의 끝에서
너와의 얘길 담고 싶어
네 마음을 갖고 싶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낀 후에는 그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생기곤 한다. 현재의 위치로는 가질 수 없는 상대의 하나하나를 욕심내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크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의 시간과 기억 속에 내가 있었으면, 이야기를 나눌 때 바라보는 눈빛이나 손짓이 나를 향한 것임을 바라는 작은 욕심이다. 이것은 곧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인이 있다는 것은 하루동안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같다. 시시콜콜한 일이든 영향력이 큰 대단한 일이든 상관없다. 이상하게 시덥지 않은 말이더라도 연인과 함께 나누다보면 특별함이 부여된다. 그저 서로의 일상을 알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한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노래 <갖고 싶어>는 이러한 순간을 갖고 싶은 소소한 마음과 자연스레 싹튼 욕심을 제목에서부터 표출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자꾸만 새어 나올 듯한 감정들을 노래하는데, 상대를 일방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그 사람으로 채우고자 하는 마음까지 전해져 유독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 곡은 가을 감성으로 가득했던 워너원의 앨범 <1-1=0>의 수록곡으로, 음원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타이틀곡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전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탄생한 워너원이었기에 구애하는 듯하면서도 일상적인 연애를 떠올리는 <갖고 싶어>는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다. 특히 후렴구를 시작하는 메인보컬 김재환의 목소리는 특유의 애절함까지 담아내 노래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홀로 띄워낸 마음, '짝사랑'과 음악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감정은 관계의 종류에 상관없이 불완전하다. 짝사랑은 사실 이름, 그 존재부터 불완전함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불완전함을 부정적인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불완전함이 있기에 완전함이 있는 것처럼 짝사랑, 즉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각자 다른 성격을 지니고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적은 마법처럼 한순간 일어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과정,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고백하는 용기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일어난다. 즉, 짝사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사랑의 기적을 일으키는 가능성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마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그들에게는 당장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결과를 맞이했을 때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풋풋했던 그 때의 태도와 자신이 하나의 가능성이었음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intro. 1. 2. 김수민
outro. 3. 4. 맹주영

 

[이미지 출처]
[MV] Scene (Teaser)
헤이즈 (Heize) - And July (Feat. DEAN, DJ Friz)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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