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Casual). 내 스타일은 평범해. 평범한게 뭔데?
밥도 쌀 따라 다르다. 캐주얼 웨어(Casual Wear)
쇼핑이건, 카페에서 잠깐 동안 친구와의 만남이건, 어떤 것이든 약속이 있어서 시가지로 나갔을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옷 가게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특히 캐주얼 브랜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이 입은 옷을 봤을 때 어딘가 익숙하면 캐주얼을 떠올릴 때도 많다. 그 정도로 우리 생활 이곳저곳에 많이 퍼져있고 깊숙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캐주얼이라는 게 정확하게 뭘까?
WHAT IS CASUAL?
Photo by Jaelynn Castillo on Unsplash |
사실 캐주얼웨어(Casual Wear)는 그 정의가 너무 광범위해서 여타 스타일과는 다르게 무엇이 캐주얼인가 보다 ‘무엇이 캐주얼이 아닌가’로 구분하는 게 더 편하다.
여러 가지 정의를 조합해 정리해 보자면 T.P.O(Time, Place, Occasion)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자연스럽고 편한 느낌의 의류다. 가격대도 저가부터 고가까지 넓게 퍼져 있어서 자기 경제 사정에 맞춰 아무거나 사면된다. 달리 말하자면, 상황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입고 싶은 거 아무거나 편하게 입으면 그게 캐주얼웨어가 된다는 뜻이다.
타운 캐주얼, 트레디셔널 캐주얼, 캐릭터 캐주얼, 아메리칸 트레디셔널, 캠퍼스 캐주얼, 캐주얼 프라이데이 등등 세부 장르는 엄청나게 많지만 결국 핵심은 ‘편함’, ‘익숙함’, 그리고 ‘일상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캐주얼이다로 묶을 수 있는 항목이 너무 많기에 타이다이(Tie-Dye)처럼 마니아 층이 좋아하는 아이템 따위를 캐주얼이 아니다로 묶는 방식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캐주얼의 특징이 익숙함이라고는 하지만 전통적인 캐주얼은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전통적인 캐주얼은 아마 포멀(Formal)로 알고 있는 스타일이랑 더 비슷한데 포멀, 세미 포멀(semi-formal), 인포멀(informal)로 구분하는데 각 장르마다 세부 장르가 존재한다.
우선 포멀은 부활절, 장례식, 결혼식 등 사람이 많이 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는 옷으로 양복 조끼에 줄무늬 트라우저가 필수인 낮에 입는 모닝 드레스(morning dress)와 정장에 흰색 피케 보타이를 입는 밤 용인 화이트 타이(white-tie)가 있다. 세미 포멀은 인포멀과 포멀의 사이에 걸치는 장르로 예전에는 주로 외교 의전에 행사에서 입던 스타일을 지칭할 때 쓰이던 용어다.
낮에는 검은색 계열 라운지 슈트(lounge suit)를 입고 저녁에는 블랙 타이(black-tie)라고 하는 V넥 또는 U넥 정장 조끼에 검은 보타이를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인포멀은 세미 포멀에 비해서는 조금 더 편하고 캐주얼보다는 조금 더 격식을 차린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비즈니스용 정장, 드레스 셔츠, 넥타이 정도를 입어주면 전통적 캐주얼의 관점에서는 인포멀에 속한다.
우리가 지금 가장 많이 보고 또 가장 잘 알고 있는 캐주얼은 스마트 캐주얼(smart casual)이다. 캐주얼 스타일에 활동적이고 편하다는 의미로 스마트(smart)를 더해 ‘좀 차려입은 것 같으면서도 편한 옷’이 바로 스마트 캐주얼이다. 격식과 형식을 매우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캐주얼과 다르게 ‘활동성’과 ‘생활’에 초점을 두고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다지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청바지에 스포츠 재킷, 면바지에 셔츠 같은 스타일로 지오다노 모델 의상이나 매장 DP 상품의 스타일을 떠올리면 쉽게 연상할 수 있다.
WHY CASUAL?
캐주얼은 패션에 관심이 없을 때도 좋아져서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도 가장 많이 접한 장르다. 그때는 잘 몰랐기 때문에 늘어난 옷이나 체육복 차림만 아니면 그냥 다 캐주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봐도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었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캐주얼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난하고, 평범하고, 딱히 튀지도 않고 개성 없는 스타일이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패션을 공부하면 할수록 그런 시선이 싫었고 심할 경우에는 짜증까지 났다. 도대체 그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함이라는 게 뭔지. 왜 캐주얼이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런 불만이 계속 생겼지만 어디에 털어놓을 곳도 없었고 캐주얼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를 하고 있던 게 아니라 반박을 할 근거도 없어서 참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캐주얼은 개성이 없는 게 아니라 친숙한 스타일이라고.
캐주얼의 핵심은 생활 속에서 가장 자주, 부담 없이, 편하게 입는 익숙한 옷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자면 스트릿이건, 앤드로지너스 건, 미니멀리즘이건, 펑크 건 간에 내가 가장 편하고 익숙한 장르가 곧 캐주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캐주얼의 기준점은 ‘내’가 아닌 ‘대부분’이 익숙한 것이기에 앞에서 말했던 자기만의 특색이 뚜렷한 것들이 아닌 대중이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다.
언제 어디를 가도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캐주얼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틀린 말이다. 요리사를 예로 들자면 모든 요리사가 칼을 사용하지만 그 방법은 모두 다르다. 칼을 잡는 법, 칼을 고르는 기준, 써는 방식, 무게 중심 등 모든 것이 자신만의 방법에 맞춰져 있다. 옷도 마찬가지다.
같은 셔츠라도 누구는 이너로 입고 누구는 재킷으로 입는다. 청바지도 어떤 사람은 딱 붙게, 또 어떤 사람은 폭이 넓게, 또 어떤 사람은 일부를 찢어서 입는다. 이런 게 바로 캐주얼의 개성이다. 누구나 입는 아이템을 ‘난 이렇게 입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연출하는 것. 그것이 곧 캐주얼 패션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이 된다.
패션에 관해서 글을 많이 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가능한 많이 사람들이 부담 없이 패션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제대로 알고 있어야지만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랬듯이 말로 하기 힘든 자신의 개성을 옷으로나마 표현을 할 수 있기를 바라니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그중에 익숙한 것도 있겠지만 도전하기 힘든 스타일도 분명히 있다. 아마 캐주얼은 전자에 가깝겠지. 내 주변 어디를 봐도 누구나 입고 있어서 나만 너무 튀지는 않을까, 날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이제 막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시도하기에 아주 좋다. 각종 사이트나 잡지를 뒤져가면서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도 거기 있으니까.
이렇게 우리한테 익숙한 캐주얼을 통해서 패션에 가볍게 발을 들이고, 연습하고, 재미를 느껴가면서 더 많고 더 다양한 스타일을 찾아보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나라는 사람의 개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패션의 재미다.
THESE ARE CASUAL
LOEWE, ALTUZARRA, AKRIS. PHOTO CREDIT; VOGUE |
CLAUDIA LI, AKRIS, BURBERRY. PHOTO CREDIT; VOGUE |
HOW TO BE CA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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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ZARA |
김상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