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가수, 이적
나는 하루하루 기분에 따라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재생목록을 만드는데, 그 중 '위로가 필요할 때' 라는 재생목록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수는 바로 이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적이라는 가수는 알고 있었지만, '달팽이', '하늘을 달리다'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노래만 알고 있었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었다. 이랬던 내가 이적이라는 가수에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학창시절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한도전'의 팬이었다. 그리고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특집에서 기타 하나로 '다행이다'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이적 특유의 감성에 매료되었고 아직까지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12월 14일 어둑해진 오후 6시경, 4년여 만에 이적의 신곡이 공개되었고 여전히 그대로인 '이적 감성'에 귀가 즐겁다. 이런 의미에서, 내 기준 '이적 감성'이 가득한 몇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침반
고단한 하루가 끝나지 않는
이미 늦은 저녁
전화기 너머 들리는 네 웃음소리
난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아직 내겐 너라는 선물이 있으니까
4년 만에 공개된 신곡 '나침반'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노래이다. 잔잔한 밴드와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적의 읊조리는 듯한 차분한 노랫소리는 지친 하루를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특히 이적은 해당 곡에 대해 "속으로 제 어린 두 딸을 생각하며 썼습니다만, 배우자, 친구, 애인, 부모, 형제자매, 동료 그 누구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을 전적으로 응원해주는 이를 떠올리며 이 노래를 듣고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고 말했는데, 이러한 의미가 가사 하나하나를 통해 잘 느껴진다. 한 해가 끝나가며 올 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자책하고, 꽁꽁 껴입어도 냉기가 가득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노래를 들으며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며칠 전 새벽에 이 노래를 듣고 부모님이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었다.
같이 걸을까
길을 잃은 때도 있었지
쓰러진 적도 있었지
그러던 때마다 서로 다가와
좁은 어깨라도 내주어 다시 무릎에 힘을 넣어
높은 산을 오르고 거친 강을 건너고
깊은 골짜기를 넘어서
생의 끝자락이 닿을 곳으로 오늘도
'같이 걸을까'는 원래도 유명했던 곡이었지만 '무한도전'으로 인해 훨씬 더 유명해진 곡이다. 멤버들이 함께 협동하는 감동적인 부분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줬다. 잔잔한 피아노와 함께 들리는 이적의 목소리는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듯 했다. 특히 나는 여행 중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홀로 험한 산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힘든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지쳐있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노래다.
이십년이 지난 뒤
어릴 때는 삶이 아주 길 것 같았지
까마득했지 이십 년이 지난 뒤
이젠 두려울 만큼 짧다는 걸 알아
눈 깜박하면 이십 년이 지난 뒤
마흔이 된 이적이 지나 온 20년을 돌이켜보며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상념에 젖는 노래이다. 21살 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제 갓 성인이 된 내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생각하고, 그 곁에 내 친구들과 함께 있기를 바라보며 홀로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괜히 학창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는, 신비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말하는 대로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피아노 반주와 유재석, 이적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노래이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유재석과 이적의 깊은 목소리를 들으면 어떤 노래보다 더 공감되고 위로 받는 곡이다. 예전에 수능이 끝난 다음날, 새벽에 동네에 있는 산을 오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대학에 대한 불안감과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후련함과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후회 등, 다양한 생각으로 가득했을 때, 이 노래가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듯 했고 용기를 주는 듯 했다. 아직까지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게 되는 노래로, 들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따스해지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사실 거창하게 '이적 감성'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적의 노래는 정말 가지각색이다. '하늘을 달리다.' '그대랑' 처럼 엄청나게 신나는 노래도 있고, 처음 들었을 때 괴기스럽다고 느껴지는 실험적인 노래들도 많다. 그러나 내게 있어 이적의 노래는 '지친 하루 집에 가는 길 듣기 좋은 노래'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적의 노래를 통해 위로 받고, 더 따뜻한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노래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본다.
심소영 에디터 897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