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쉼도 갑갑한 당신에게 전하는 글.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느리게 사는 삶, 아날로그와 같은 것들이 새롭게 지금의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시대라 하지만... 당신의 평범한 일상이 이런 것들과 얼마나 닿아있을지는 의문이다.
쉼의 시간을 완전하게 누릴 줄 알고, 책 같은 건 필요 없을 만큼 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잘 아는 이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막상 무작정의 쉼에 익숙하지 않은 당신이라면, 조금의 멈춤도 어색해서 무언가 새로이 할 것들을 끊임없이 찾는 당신이라면, SNS와 웹툰 같은 읽을거리, 볼거리 없이는 이내 잠깐의 쉼조차 지루한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제목부터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다가오는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너무 뻔한 내용일 것 같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지루함의 가치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 책은 '지루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 누군가에게 혹은 '나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급한'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미 바쁨과 쉼 사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는 능력자인 당신은 굳이 읽지 않아도 괜찮겠다.
책의 구성은 지루함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지루함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지루함을 회피하는지, 지루함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파괴적인 반응들을 보이는지... 와 같은 것들에 대해 먼저 접근하고 있다. 이어 지루함이 갖는 힘에 대해 알려주고, 일상 속 지루함의 중요성, 지루함과 창의성의 끈끈한 관계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당장은 기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의 멈춤이 양질의 삶을 위한 일보 후퇴임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조금은 멍한 휴식을 선사하고 싶은 당신. 혹은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싶은 당신. 그런 당신들께 일독을 권한다.
"지루함은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공간이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잠재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루함은 현대의 바쁜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신경을 흩트리는 것들을 걷어내고, 우리 존재의 참된 본질을 응시하는 공간이다. 20세기 초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우리 인생을 차지한 모든 분주함과 활동이 사실 "존재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삶을 충족시키는 모든 것들 때문에 인생과 세상을 진실하게 탐구해 최상의 선택을 하는 길이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방법을 잊었다." - 제1장 지루함이란 무엇인가? (p.35) 中
에이린제 에디터 mean.jae.a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