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을 보고 웃을 수 없는 이유
P.T. 바넘과 지상 최대의 쇼, 그 문제들에 대하여
2017년 12월 말,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딱 어울릴듯한 영화가 등장했다.
<위대한 쇼맨>, 화려한 트레일러와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이끌며 누적 관객 약 64만명, 예매율 상위 리스트에도 올랐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 나는 <위대한 쇼맨>을 웃으면서 즐길 수 없으니까.
휴 잭맨이 연기를 맡은 이 영화의 주연 P.T. 바넘, 그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There is a sucker born every minute.)
바넘은 1871년 제임스 베일리와 함께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를 창단했고, 이 쇼의 가장 큰 특징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몸 한쪽이 붙은 채로 태어난 흑인 결합 쌍둥이, 밀리와 크리스틴(Millie-Christine). 심지어 이 아이들은 납치되어 쇼에 서게 되었다. 키가 64cm 밖에 되지 않는 5살 난쟁이, 톰 섬(Tom Thumb). 바넘이 직접 재주를 가르쳐 유럽 왕실까지 진출해 공연했다.
뿐만 아니라 바넘은 키 4미터에 무게가 6톤이나 되는 '점보 코끼리'를 사들여 공연을 했고, 코끼리가 기차에 치여 죽자 그 가죽과 뼈를 박제해 전시를 계속했다. 이후 또다른 암코끼리를 사서 점보 코끼리의 짝이라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때로는 조작을 통해 대중을 눈속임하고 돈을 벌었다. 죽은 원숭이와 물고기를 이어 붙여 피지 인어(Fejee Mermaid)라고 칭하며 사람들을 모았고, 쇼에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조이스 헤스(Joice Heth)는 161세라고 했지만 사실 80세였으며 돈을 주고 데려온 흑인 노예였다. 심지어 바넘은 조이스 헤스의 인기가 식자 직접 신문에 익명 고발을 해 그녀가 인조인간이라는 거짓말을 쳤다. 대중들은 이에 넘어가 바넘의 쇼를 계속해서 찾았다.
바넘과 그의 '지상 최대의 쇼'는 서커스의 원조, 창의성 넘치는 미국의 정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며 엔터테인먼트의 신화로 칭송을 받았다. 그 결과 올해 <위대한 쇼맨>이 개봉했다. 철저한 제국주의적 백인 남성 우월주의, 인종차별과 동물학대는 가려지고 화려한 불빛과 기만당한 대중들의 웃음소리만이 남은 이 영화를, 나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일부 여론은 과거의 문제들은 인정하지만 휴 잭맨을 비판할 것까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기획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P.T. 바넘을 연기한 사람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 그 역시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프릭 쇼(Freak show)의 기원은 유럽의 식민활동에 있으며, 흑인 노예들 중 신체의 특정 부분이(주로 성적인 면에서) 발달한 이들을 데려와 백인 관람객들에게 구경시키는 데에서 출발한다. <위대한 쇼맨>은 차별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수용하기로 한 21세기 사람들에게 전혀 적합하지 않은 영화이다.
당신은 아직도 이 영화가 보고싶은가?
황인서 에디터 seohwang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