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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자신이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총과 칼을 든 사람들은 모두 남성일 것이고, 여성에게는 자신을 스스로 지킬 무기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전쟁 상황에서 여성은 약자로 분리되고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된다. 이는 작년 SNS에서 한 여성이 올린 글의 내용이다. 평소 한창 꽃피울 시기에 군대에 가 2년을 수고하는 친구들을 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던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글이다.

 

2016년 2월 24일,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제작된 영화 <귀향>이 스크린에 개봉했다.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영화 보기를 주저했던 나는 <귀향> 관람을 첫 전공수업 과제로 받아 보게 되었다. 상영이 끝난 뒤 영화관을 나오며 먹먹한 마음을 멈추지 못하였다. 일본으로부터 해방 된지 7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쟁의 피해자들은 진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진실은 점점 은폐되어가고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박물관 위치를 안내해주는 화살표의 모습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도보로 17분 거리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간이다.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주차장 철문을 가득 채운 벽화와 노란색의 화려한 나비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차례로 즐비한 나비들을 따라 더 걸어가면 감옥의 문을 연상시키는 문이 하나 나오는데 이 문이 바로 박물관의 입구이다. (에디터는 아무 정보 없이 무작정 갔다가 입구를 찾지 못해 박물관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렸다고 한다.) 무거울 듯 보이는 이 문을 밀고 들어가면 티켓을 구매하는 곳이 있고 전시가 시작된다. 전시의 티켓 뒷면 사진은 매일 바뀌는데, 내가 받은 티켓의 뒷면 사진은 '빼앗긴 순정' 그림을 그리신 강덕경 할머니의 사진이었다. 전시장은 지하1층 - 2층 - 1층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리신 그림과 증언들,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여성인권을 되찾기 위해 이루어진 노력들, 한국 외 다른 나라의 여성피해자들(특별전)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을 차근히 따라가다 보면 어려운 걸음은 아닐 것이다.

  1. 관람료는 현금만 가능 (카드X)
  2. 관람료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운영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및 전시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정대협의 활동을 위해 쓰인다. (일반 3,000/청소년 2,000/어린이•어르신•장애인 1,000)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박물관 가는 길에 보이는 벽화 전쟁 당시 소녀의 모습과 할머니가 된 모습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벽돌 담장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의 메세지가 담긴 나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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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감옥을 연상시키는 입구

'위안부' 용어의 올바른 정의

일제강점기 조선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장과 전쟁터 등으로 끌려갔다. ‘위안부’ 제도는 식민지 조선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인력 동원 중에서도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비밀리에 시행되었기 때문에 ‘정신대’, ‘처녀공출’ 등 여성들을 동원하는데 쓰인 용어들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혼란이 야기됐다. ‘위안부’라는 용어는 가해 남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역사적 개념을 드러내기 위하여 따옴표 안에 넣어 사용하고 있으며 범죄의 주최인 일본군을 결합시켜 사용하고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전시 중 군대 성노예제(military sexual slavery in wartime)’로 규정하였으며, 일본정부가 사용한 ‘위안부’라는 용어는 문제를 축소•은폐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하면서 ‘위안소’는 다름아닌 ‘강간센터’라고 지칭했다. (박물관 내용 中)

'위안부'범죄의 중대성

‘위안부’범죄의 중대성은 여성에 대한 집단 강간이 전쟁을 빌미로 국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군대 ‘위안부’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는 있다. 2차 세계 대전 중 미군과 영국군도 현지 군의 일부에서 군인 전용 ‘위안소’를 설치하거나 설치하려 했던 시도가 보고되고 있지만 군 중앙의 지시로 폐쇄되었다. 독일의 나치는 전쟁산업을 떠받치는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곽을 설치하여 포상의 일환으로 유곽 출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한국군을 비롯해 어느 나라,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전쟁 중 혹은 군부대 주변에서 강간 범죄는 끊이지 않아 왔다. 다만, 일본군‘위안부’와 같이 정부와 군 당국이 주도하여, 미성년까지 포함된 여성들을 집단적으로 동원하고, 조직화된 제도로 장기간에 걸쳐 강간을 행한 사례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유일무이하다. (박물관 내용 中)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박물관 내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용된 소녀상 공간. 소녀상 옆에 의자가 나란히 마련되어 있어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이 있다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메세지가 담긴 나비들 중에서 베트남 여성에게 쓴 내용도 눈에 띈다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기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도산 안창호)

우리는 현재 어디쯤 와있는가. 혹 191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 아직까지 그대로이진 않은가.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의 7가지 요구사항은 전쟁범죄 인정/진상규명/공식사과/법적배상/전범자 처벌/역사교과서에 기록/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형식에 불과한 위안부합의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 일본군‘위안부’ 외에도 세계 각지의 전쟁 속에서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It is more dangerous to be a woman than to be a soldier in modern conflict.(현대전쟁에서는 군인이 되는 것보다 여성이 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명확한 진상규명과 진심어린 사과는 전쟁 속에서 여성의 인권을 찾아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그녀들의 날개가 되어, 날갯짓을 도와주는 바람이 되어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할머니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세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안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던 과거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언제나 그녀들을 기억하며.

 

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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