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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보고 싶다면 미술관을 벗어나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사람들은 대부분 미술작품을 보기위해 미술관의 문을 두드린다. 그곳에는 미술사 서적에서 많이 보던 과거의 작품들을 전시한 특별전이 열리기도 하고, 미술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소위 ‘검증된’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현재 진행 중인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전은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이 모아온 소장품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주재환(2016.3.4.-4.6 학고재에서 개인전이 열린 작가), 김용익(2016.9.1.-11.6 일민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린 작가) 등 한국의 현대미술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갤러리라고 불리는 화랑은 미술관 보다는 더욱 다양한 작가들을 발굴해내고 전시하지만 우리는 아라리오 갤러리와 같은 유명한 장소만 알고 있을 뿐이다.

 

내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장소는 대안공간이다. 영어로는 alternative space라고 한다. ‘대안’은 기존의 안과 다른 안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단어의 의미 그대로 대안공간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보여주는 전통적인 예술에서 벗어나 ‘대안’을 고민하고 다른 것을 시도한다. 대안공간은 미술관과 상업적 화랑(한국의 갤러리)에서 환영받지 못한 실험적인 예술이 확산되던 시기인 1970년에 등장한 미술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소규모 비영리조직이다. 주변과는 차단된 화이트 큐브로 상징되는 전시 공간을 탄생시킨, 현재 미술계를 지배하고 있는 기관에서 다루지 않는 실험적인 미술과 미술계에 등장한 신진작가들의 미디어 아트와 설치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대안공간 루프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위치)

'예술'을 보고 싶다면 미술관을 벗어

대안공간 루프는 홍대에 위치하고 있다. 홍대의 중심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시끌벅적 하기보다는 조금 한적한 곳이다. 길가의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벽화를 지나 걷다보면 혼자만 차단된 듯 높이 솟아 오른 건물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대안공간 루프이다. 현재 2017년 1월 15일부터 2월 26일까지 '예술적 생존법 연구' 전이 열린다. ‘예술이 다시금 세계에 공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인간생존의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여러 작업들을 보여주고, 더불어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현실 속으로 들어간 예술의 여러 형태를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이 전시는 누구나 예술적으로 삶을 영위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관객에게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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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 작품의 위치가 설명된 평면도(floor plan이라고 한다)를 들고 작품들을 둘러본다. 미술관과 같은 친절한 설명이 담긴 글이나 목소리가 없어 현대미술 작품을 이해하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작품해설 없이 스스로 전시의 기획 의도와 작품을 연결 지어 보는 일은 해설을 따라가며 일정한 동선으로 작품을 보는 것보다 더욱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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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전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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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임, ' Happy Me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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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혁, '이름을 쓰는 인물의 초상'

아마도예술공간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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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중심가와 조금 떨어진 한강진역 근처에 위치한 아마도예술공간은 2013년 6월에 개관한 비영리 예술기관이다. 3층의 주택을 개조하여 전시의 오프닝이 자주 열리는 1층 Bar와 전시공간으로 사용되는 2층, 지하1층으로 이루어져있다. 미술비평과 큐레이팅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미술의 담론과 비평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설립되었으며, 다양한 세대의 미술인들이 모여 미적 가치관과 예술적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열린 공동체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아마도예술공간 페이지 소개글 中) 최근 네이버에서 후원하는 헬로!아티스트의 오프라인 전시 시리즈 중 4번째 전시인 '표면 위, 수면 아래'를 2017년 1월 22일까지 연장하여 진행하였다.

'예술'을 보고 싶다면 미술관을 벗어

작년 4월 '누구의 것도 아닌 공간'을 찾았을 때의 전시장 내부 벽면과 달라진 것이 그대로여서 이번 방문이 더욱 반가웠다. 아마도예술공간 전시장의 뜯어진 벽면은 펍으로 가득한 이태원과 분리된 한남동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듯 하여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정감이 간다. 새로운 전시가 진행될 때마다 정성스럽게 벽을 가다듬는 미술관에서는 상상도 못할 벽면이지만, 아마도예술공간 안의 작품들과 잘 어울러진다는 것이 언제나 놀랍다. 작품들은 공간의 낭비 없이 꽉꽉 채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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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벡터 프로젝트_벡터 변환', 백터파일로 변환한 이미지 설치, 디지털 프린트, 가변크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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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기능하는 형태', 종이, 1080X510X120m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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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 Untitled ', 캔버스에 유채, 181.8X227.3cm, 2016

이외에도 젊은 작가들이 주도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전시 공간인 신생공간이 있다. 이는 대안공간과 구분되는 개념인데, 현재 우리나라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공간이며 그만큼 많이 사라지기도 한다.

합정지구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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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주택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예술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작품들이 걸려있다. 사전의 검색이나 지도를 따라가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위치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1층 내부의 전시를 본 뒤 반대편 유리문을 열고 나오면 지하 1층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다. 현재 2017년 1월 13일부터 1월 29일까지 신진작가 소개전인 '졸卒'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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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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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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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floor plan과 방명록

전혀 예술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이 대안공간과 신생공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소들은 대부분 쓰지 않는 학교, 우체국, 거주장소 등의 건물을 개조하여 사용한다. 아직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기존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소개되는 전통적인 예술에 따분함을 느낀다면, 전시장 안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보고 싶다면 미술관에서 발걸음을 돌려 구석구석에 위치한 예술장소를 찾는 걸 권하고 싶다. 분명 미술관 안에서는 보지 못한 실험적인 작품들과 전시장 내부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에디터 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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