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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아이돌 '여자친구'

Opinion

2016년 3월, 나는 록 음악을 좋아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당시 나는 다양한 음악인의 무대를 볼 수 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는 프로를 항상 챙겨보았고,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일 줄 알았다. 한 걸그룹이 무대에 올라 소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유희열의 스케치북)

록 음악밖에 모르던 나에게, 그동안 댄스 음악은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날 보았던 그 그룹은 나의 편협한 시각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주었다. 과격한 춤을 추며,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아이돌 댄스 음악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질 뿐이었다.


이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으로, 한 아이돌 그룹의 팬으로 지내게 되었다. 이렇게 내 인생의 큰 변화를 주었던 그 그룹은 바로, 지난 5월 22일 활동 종료 후 해체의 길을 걷게 된 걸그룹 ‘여자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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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여자친구' (Concept Photo 'My Way', 쏘스뮤직)

여자친구의 팬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6년, 외출할 때면 길에서 한 번쯤은 대표곡인 ‘시간을 달려서’와 ‘너 그리고 나’가 흘러나오곤 했다. 두 곡은 한 음원 사이트에서 연간 차트 2위, 30위에 오르게 되었다. 심지어 이전에 발매한 ‘오늘부터 우리는’은 20위를 기록하였다.


당시 대중음악계는 걸그룹의 최전성기였다. 3대 대형 기획사의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는 나왔다 하면 차트 1위와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반면 여자친구는 중소 기획사 출신임에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K-POP 대표 걸그룹 중 한 팀이 되었다.


이러한 점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여자친구는 ‘출신과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MBC M '주간아이돌'의 콘텐츠 중 하나인 '2배속 댄스'의 시초로 불려지는 여자친구의 활약상 모음집 (유튜브 ALL THE K-POP)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에 오를 순간 그 자리에 걸맞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팬의 요청으로 선보인 ‘2배속 댄스’는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여자친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되었다.


매 무대 보여준 퍼포먼스와 가창력은 멤버들이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여자친구의 팬이 되었는데, ‘준비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며 나 역시 이러한 여자친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대중들의 호평을 받는 여자친구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는 많은 팬들이 이렇게 팬튜브를 만들어 그녀들의 노력이 담겨져 있는 영상을 업로드하곤 한다. (유튜브 미친평친-Gfriend fantube)

본래 ‘아이돌(Idol)’의 뜻은 ‘우상’이다. 내가 여자친구의 팬이기 이전에, 여자친구는 나의 음악적 롤 모델이 되었다.


여자친구의 음악적 행보를 보며, 닮고 싶은 모습이 참 많았다. 앞서 언급한 중소 기획사의 기적과 성공 이전의 준비된 실력은 물론, 아티스트로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색깔과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 점은 내가 음악인으로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의 앨범 내 수록곡들은 댄스 음악 팬들 사이에서 항상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평소 나는 음반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는데, 주로 앨범의 모든 곡들이 그저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한 곡이 아닌, 각 곡이 어떠한 가치를 갖고 있어 전체적인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고 느껴지는 음반을 나만의 소장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물론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고 세상에 나쁜 음악은 없지만, 수록곡의 퀄리티와 트랙 간의 스토리텔링 등 한 음반이 단순한 노래 모음집이 아닌 감상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되어 여자친구의 앨범도 모으게 되었다.


이 점은 내가 팬으로서 언제나 느끼는 자부심일뿐더러, 내가 음악가로서 내 음악을 들어주고, 소비하는 누군가에게 가져야 할 가치관을 확립시켜 주는 데 큰 일조를 하였다.

갑작스러운 여자친구의 해체 소식은 많은 팬들에게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해군수달)

나를 포함한 많은 대중에게 희망과 용기라는 메시지를 준 여자친구는 전속 종료일을 4일 앞두고 해체를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은 팬들은 당황했고, 심지어는 소속사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하며 많은 논란이 되었다. 나 역시 적잖은 슬픔에 빠졌는데, 무엇보다 지난 6년간 나의 모습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일기장이다.’라는 말이 정말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 취급을 받는 것은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생 시절 야간 자율학습 시간마다 귀에 닳도록 들었던 그 노래와 하굣길 길가의 매장들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 대학 신입생 시절 우연히 팬 미팅 때 한 멤버와 셀카를 찍던 그 순간과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마주친 그 순간. 군 복무 당시 논산 훈련소에 있던 시절 인터넷 편지로 신곡이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 수료식까지 그 한 곡을 듣기 위해 매일을 기다렸던 감정과 휴가 복귀 전날 콘서트를 관람한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동서울 터미널로 향하던 그 감정까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감정을 다시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감정 역시 이제는 만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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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of GFRIEND, 2018

더 이상 걸그룹 여자친구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영원히 나의 우상이자 롤 모델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중 하나로 역사에 남겠지만, 나는 그 시대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6년간 그녀들이 전달한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대중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이호준컬쳐리스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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