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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20세기, 사진 매체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을 생생히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순간적인 매체가 아닌, 순환적인 매체다. 우리는 시간이 흐른 뒤, 사진을 다시금 꺼내 보는 행위를 통해 그때의 추억과 감정을 건네받는다. 그렇게 사진은 세월이 흘러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더 나아가 오늘날, 사진은 예술로도 인정받으며 하나의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다. 사진작가들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영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낸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독특한 기법과 색감의 표현으로 사진의 예술성에 일조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2018년, 디뮤지엄 전시 'Weather'를 통해 선보여져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외적인 미(美)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뜻깊은 메시지까지 존재한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예술 세계를 통해 사진 장르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를 아시나요?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사진 표현에 있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미지 구성을 보여주는 현대 사진작가다. 그는 전통적 초상화풍과 같은 이미지 작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공간, 색, 분위기를 활용한 실험적 양식에 작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마리아는 사회주의 시대의 건축과 공간에 관심을 가졌으며, 그러한 관심에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을 더하여 신선하고도 현대적인 사진의 컷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스텔 톤의 컬러가 이루는 특정적 분위기와 황금비율, 수평적 대칭 구성은 마리아의 작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한 요소들이다. 세심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그림 속 의미들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배경과 함께 주제적이고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진을 본 순간, 그가 선사하는 독특한 감성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작품 속 비어 있는 공간에 사람들 개개인의 의미 있는 감정이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

청량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

Swimming pool series

2014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사진 프로젝트, '수영장 시리즈'는 사진작가로서의 마리아를 알리게 해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시리즈 제작을 위해 슬로바키아에 위치한 대중 수영장을 찾아다녔고, 결과적으로 1930년대에 만들어진 13개의 수영장을 작품 속 공간으로 삼았다. 그가 매력을 느꼈던 대중 수영장은 작품의 시각적 스타일 형성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오래된 수영장의 무균적이고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은 사진의 주 분위기를 형성해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 체계를 부여해준다. 영화 속에서나 만나본 듯한 청량감은 화면 너머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전달된다.


수영장은 오래 전에 운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래적인, 새로운 느낌을 불러일으켜 준다. 한편, 배경을 보다 보면 사진의 중심에 위치한 두 사람에게 자연스레 눈이 가게 된다. 배경 속에 위치해 있는 두 사람은 왜인지 모르게 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수영장의 분위기마저 고요케 한다. 작가는 사진의 다양한 요소를 왜 이런 식으로 배치했을까? 그것은 바로 수영장이 자리 잡았던 시기, 그리고 작가의 유년 시절과 연관된다. 여러 요소가 결합된 사진 속의 숨은 의미를 파악해야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움직임인 것이다.


작가는 슬로바키아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개인보다는 집단생활을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는 사람들을 구속하고 경직시켰다. 그러한 분위기 속 '수영장'은, 사람들에게 자유의 의미를 전해준 공간이었다. 그곳은 집단 체제에서 벗어나 순간적인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었던 대중들의 여가생활 장소였다. 수영장이 자유로움을 상징한 공간이었다면, 사회주의 체제 속에 줄곧 살아온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유와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한 상징은 그들의 고정적인 움직임과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표정을 통해 서슴없이 드러나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물 한 방울조차 튀지 않는 수영장은 공간적 특성을 잃어버린 듯 존재하고, 인물들은 그리스 시대의 조각처럼 느껴진다. 색만 다를 뿐, 똑같은 무늬와 디자인을 가진 수영복과 수영모에도 별다른 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In Plastic World series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 시리즈에서는 감정과 유대감이 결여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작가의 상상의 세계를 담은 것으로, '플라스틱 월드'의 피실험자들은 감정이 없는 마네킹 역할을 수행한다. 사람들은 꼿꼿이 편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과 멍한 시선 처리를 하고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복장은 비교적 통일돼있지 않고, 도시적 공간에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작가는 어떤 뜻을 담았을까? 이 작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양면적인 측면을 담았다. 오늘날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지만, 우리를 둘러싼 포괄적이고도 거대한 사회의 규칙에 순응해야 하는 즉, '통제 속의 자유'를 추구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초점 없는 눈빛과 딱딱한 포즈는 현대 사회에서 무기력한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와 동시에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우리가 사회에서 행하는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 모든 것은 마리아의 상상 속 세계이지만, 오늘날 사회의 실상과 많은 부분들이 연결된다. 작가는 이렇게, 숨은 의미와 메시지들을 청량미를 통해 뒤덮어버린다. 마치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겉으로 보이는 게 다인 듯 사진을 연출해낸다. 그것이 마리아 스바르보바 작품의 매력이자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배경과 인물을 따로 분리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완전한 피사체로 제작된 이미지는 그의 사진에서 일관되게 차용되는 법칙이다.

"인물이 없는 공간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술이 된 사진

Origins series

이처럼, 동화적인 색감과 독창적인 표현방식이 한데 어우러진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은 우리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일상적이지 않은 반복적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선사해주어 그 자체로 새롭다. 특히 그의 작품은 시각적인 즐거움에만 그치지 않고, 시대상까지 꿰뚫어 반영한다. 그러한 요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와 함께 깊은 통찰력을 전해준다.


'사진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은 사진 매체가 등장한 이래로 계속되어온 예술적 논의이다. 오피니언으로부터 살펴본 마리아의 작품을 이 논의에 대입한다면, 사진의 예술성은 충분히 입증될 것이다. 비율적 계산을 통한 배치와 특색있는 색감이 담긴 그의 작품은, 단순한 사진 이미지를 넘어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을 본 우리는 사진의 예술성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absolutely yes!"


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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