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예술가를 향한 편협한 시선
전공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얼마 전 가수 겸 미술가 솔비가 방송에 등장해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털어놨다.
한 모임에서는 ‘그림 왜 그려요? 전공자들이 싫어해요. 본인이 잘 그린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솔비의 소속사 대표가 sns 글을 남기면서 말의 당사자가 추정되는 논란이 있었는데, 논란이 확산되자 솔비의 소속사 대표가 사과의 글을 올렸다. 소속사 대표가 아닌 반대의 입장이 궁금하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예인 등 비전공자 유명인이 미술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종종 별다른 노력 없이 자신의 이름값만 믿고 스스로 터무니없는 작품 가격을 붙이는 사람들을 봐왔기에 부정적인 시선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사람의 행보를 보지도 않고 무례한 말을 던지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모순적인 것은 일부 예술인들도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업종에 뛰어들면서, 예술이란 영역에 대한 자부심에 차서, 비전공자들이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분야든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예술은 아직까지도 ‘무언가 숭고한 것’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런 ‘예술이 뭔데?’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는 솔비는 이후 과감한 퍼포먼스를 ‘무대’와 ‘전시장’을 오가며 보여주었고, 이는 장소와 매체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논의점을 만들었다. 괴기하다는 반응 속에, 그런 반응을 의도한 그의 용기와 진정성 있는 고민이 느껴졌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이야기를 깊이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와 맞닿고, 그가 가진 정체성은 미술계에서 독자적이고 새롭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미술품 경매에서 그의 작품이 920만원에 낙찰되었는데, 그 경매의 최고가였다. 아래 사진이 그 작품 '팔레트의 정원'.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을 진학했던 나 역시 여전히 예술이 무엇이고 미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무엇이 좋은 그림이고 누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부딪히는것은 현실의 벽이고 그 안에서도 미술을 향한 ‘애정과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지속하는 사람들이라면 응원하는 마음을 품는다.
작품 활동을 업으로 삼는 청년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와 공간, 제도적 부분이 미약한 것은 사실이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는 분명 개선되어야 하지만, 이는 국가와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더욱 유명인들이 미술에 관심을 보이며 문화예술계가 확장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나 솔비처럼 진정성있는 마음으로 임하는 사람이라면 반갑기만 하다.
미술 비전공자 유명인의 작품이 미술경매에서 높은 값으로 낙찰되는 것에 ‘유명인은 점만 찍어도 인정받는다’고 폄하하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물론 비판할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시장이란 수요에 맞게 값이 측정되기에 미술시장도 예외는 없고, 작품을 사는 사람은 한편으로 한점의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삶’의 일부를 사는 것이기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무시할 수가 없다.
예술이란 정의할 수 없고, 예술의 값이란 우리를 둘러싼 제도가, 환경이 정해줄 뿐이다. 예술의 가치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을 쉽게 내뱉기 이전에, ‘전공자’,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에 심취하지만 말고, 내 그림이 사회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누구나 예술을 쉽게 접하며 예술로 각자의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전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예술계 종사자들이 스스로 벽을 세우는 일이, 더욱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은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