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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Mnet의 새 야심작 '아이돌 학교' 미리보기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아이돌학교> 2017년 하반기의 포문을 열다.

2017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핫 키워드 <프로듀스 101 시즌2>. 주변 사람들 중에서 방송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사람을 찾는게 더 어려웠던, 단연 세간의 화제였던 방송이다. 많은 수식어와 유행을 낳고, 그들의 매력에 빠져버린 거대한 팬덤을 만들고, 방송 날만 되면 검색어를 장악해버리던 꽃미남 군단이 2017년 6월 그 성대한 막을 화려하게 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울해하기엔 아직 이르다. 오디션 명가 엠넷에서 제작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될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한참 벚꽃이 피었을 무렵부터 홍보가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뉴스에 발표가 되자마자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분명 욕하면서 보고있겠지.', '아이돌학교라니.. 뭔가 무섭다.' 등의 그다지 달갑지 않은 반응이 대부분 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었으며 '관심'이었다. 그렇게 학생모집을 시작한 이 방송은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끝나자마자,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듯이, 그렇게 어느 샌가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돌학교? 도대체 뭐하는 곳이야?

막연히 <아이돌학교>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갸우뚱해지면서 '그냥 노래랑 춤이나 하면서 소속사의 연습생들을 키우는거나 마찬가지인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단순히 노래 연습, 춤 연습만 하는게 아이돌의 일과라고 생각하는 당신, 아직 아이돌을 다 안다고 하기에 100년 이르다. 1~2세대 아이돌과는 그 규모와 퀄리티가 달라진 요새의 아이돌은 눈부신 성장속도를 보이며 그 시장도, 그 수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불어나고 있다. 새롭게 데뷔하는 아이돌은 점점 늘어나는데, 아이돌 시장은 한정되어있다. 그렇다. 아이돌 시장도 현재의 우리 사회처럼 경쟁사회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름모를 그룹들이 판을 치는 이 아이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역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많은 아이돌 연습생들은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죽을만큼 연습하며 자신만의 무엇 인가를 발견 해내고 개발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은 굉장히 대중들의 흥미를 사기 좋은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완벽히 훈련 되어서, 우리의 감각을 충분히 만족 시켜줄 완성형 걸그룹의 등장이라니! 그야말로 반대할 사람이 어디에 있으려나 싶은 이야기이다.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이것은 아이돌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으로 뜨는 작은 팝업창이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작은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것을 저런식으로 표현하는 듯 하다. 일부러 방송프로그램임을 알린다는 둥의 말을 하면서, 사실은 이미 아이돌학교를 검색해서 이 홈페이지까지 들어온 방문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이것이 아이돌학교의 야심찬 교육목표이다. 특성화 교육, 꿈 가치 실현화 교육, 인간 중심 교육, 글로벌 인재 교육, 100% 실무교육을 목표로 교육이념을 세운 아이돌학교는 다른 일반 학교와 다를 것 없는 특징을 갖고있다. 그러나 아이돌이 되기 위한 높은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맞춤형 특성화 교육을 11주간 단기 속성으로 진행,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을 배출해내는데 그 설립 목적을 둔 시점에서 이미 일반적인 학교와는 다른 학교가 되어버렸다. 배우 이순재가 교장으로 있고, 가수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담당 선생님으로 있는 조금은 특별한 학교. 아니 조금 많이 특별한 학교가 바로 <아이돌학교>이다.

'아이돌학교 모집 광고 (출처 : 유튜브 엠넷)'

분명 예쁜건 맞는데 뭔가 마음이 불편해

맞다. 당신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혹시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감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이론을 알고 있는가? 나는 이 프로그램의 모집 영상을 보자마자 이와 비슷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불쾌감이 아닌, 무언가 인조적인, 그러니까 로봇이나 인형같은,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는 무엇인가에 대한 불쾌감이었다. 내가 엄청 좋아해서 샀던 인형이, 며칠 지나지 않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어, 모든 소녀들이 그 인형을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 인형에 대한 정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한 감정이려나? 아니면 똑같이 복제된 어색하고 굳은 표정으로 줄줄이 늘어져있는 인형들을 보고 느끼는 공포와 불쾌감이려나? 아무튼 이 불쾌감을 하나의 단어로 나타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겠지만, 그 불쾌한 감정은 도무지 시원하게 씻겨져 내려가지 않았다.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우리는 분명 <슈퍼스타 K>와 <쇼미더머니> 그리고 <프로듀스 101>에 열광했다. 모든 도전자들을 응원했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봐왔으며 그들의 노력에 박수와 열띤 성원으로 보답했다.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진지했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갖고 있었고, 가지고 있는 색이 달랐기에 더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었고,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돌학교>는 다르다. 우선 애초에 같은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획일화'를 나타낸다. 교장과 담임이 존재하는 교육기관에서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표정을 하고, 그들이 가치관이 깃든 교육을 받고, 그들의 입맛대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다르다.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미리 공개된 아이돌학교의 학생들은 분명히 더 할 나위없이 예쁘고, 빛난다. 그들은 분명 자신들만의 확실한 꿈이 있을것이며, 그것을 위해 같은 장소에 모인 것일테다. 이곳에 오기 까지도 본인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프로그램 그 자체로만 본다면, 그 소녀들의 모든 아름답고 예쁜 마음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단지 누가누가 11주 안에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해낼 것인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완벽하게 할 것인가? 가 이 프로그램의 취지인 것 처럼 보인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하는 사회를 조장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는 사람이다. 아이돌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굳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각자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는, 마음 놓고 편하지만 열렬하게 예뻐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돌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모두 비슷한 컨셉이 아닌, 예전의 개성있는 아이돌들이 그립고, 조금 촌스럽더라도 귀여운 그들의 외모가 좋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라던가, 보여지기 위한 팀워크가 아닌 오랜시간 함께하며 만들어진 팀워크가 보고싶다.

분명 예쁜데 불편한 이 마음은 뭘까?

사회는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이상한 길로 새서 발전하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겐 더이상 조미료가 최대치로 첨가된 아이돌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그대로 사랑스러운, 멋있는 말 그대로 우상이 될 존재가 필요하다.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인간적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나라 만큼 아이돌이든 뭐든, 모든 분야에 이렇게나 높은 잣대를 들이미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아이돌 문화의 시초인 일본도 아이돌에게 이 정도로 지나친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다. 오히려 인성 문제로 논란된 멤버에게 우리나라 이상으로 아주 엄격한 처벌을 할 뿐, 겉모습이나 보여지는 사소한 것에는 그리 엄격하지 않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겐 따뜻하게 진정으로 응원을 보낼 뿐이다. 외모로 자신의 노력이 평가절하 당하지 않는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굉장히 속상하다. 왜냐하면 예쁘지 않고, 가식이 없고, 유행에 따르지 않는 아이돌은 금방 뒤쳐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우리는 지금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불편해하고 있지만 그것에 금방 적응하고 순응하며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인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기에, 이 프로그램에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식의 이야기가 전개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이돌학교>의 인간미 없는 홍보 코멘트와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지 않아도 그 냉정함과 경쟁의식이 벌써부터 눈에 선한 기분이다.

 

부디 모두의 가치와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면 하며, 살아남기 힘든 연예계에서 모든 적들을 짓밟을 강인함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포용할 부드러움을 더 강조했으면 한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천연적인 부분을 더 돋보이게 해주었으면 좋겠고, 단순히 결과만이 아닌 그들이 땀흘린 과정도 아름답게 포장해주었으면 좋겠다. 외모도 실력이야~라고 말하기 전에 진정으로 실력을 갖춘 자들을 한 번이라도 더 화면에 잡아주기를 원하고, 공정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모두 같은 분량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그런 올곧고 바른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글.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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