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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특별함이 편안함이 되기를 바라며

Opinion

온 국민이 품고 사는 사람, '유재석'

온 국민이 심장 한구석에 품고 사는 사람, 연예인 '유재석'의 데뷔 30주년이 지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이고, '무한도전'과 '런닝맨' 클립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모든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현재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송의 한가운데는 유재석이 있다.


'식스센스', '컴백홈',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예능은 '유재석이 있는 프로그램'과 '유재석이 없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미디어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미디어를 즐기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는 것을 안다. 출연자들 간의 케미, 제작진들의 정성, 방송 시간대, 콘텐츠 내용 등등, 하지만 결국 방송도 '사람'의 마음을 겨냥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떨 때는 '방송인' 그 자체가 연예계의 트렌드이자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어떤 방송이라도 플랫폼에 무관하여 그 사람 하나를 믿고 시청하게 되는 연예인, 목소리가 곧 명함이 되는 사람.

공감과 이해의 차이점

사실 내가 유재석을 동경하는 이유에는 그가 나와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 완벽주의자, 어느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과 어우러져 '우리'만의 개성을 찾아내는 기질, 뛰어난 공감 능력. 유퀴즈에 출연하신 프로파일러 '권일용'님은 공감과 이해의 차이점으로, 이해는 '아, 너가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누구나 있는 일이야' 하고 상대의 상황을 '이성으로 파악'하는 것이라면, '공감'은 '네가 아프니 나도 같이 마음이 아린다, 네가 그렇게나 외로웠구나' 라며 함께 진심으로 울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나의 장점은 공감 능력이다. 그래서 유재석이 하는 '유퀴즈'가 누구보다 부럽기도 했다. 나도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가치를 나누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조약돌 몇 번 맞고 나서 나만 아는 멍들이 늘어나서

유재석의 동료들이 장난처럼 말하듯이, 나 또한 유재석처럼 완벽주의자이다. 타인에게는 너그럽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그래서 실수를 했을 때 누구보다 자책하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삼킨다. 나 자신에 대한 평가 기준이 높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작은 조약돌을 던지면 그 파장은 내 안에서 깊게 퍼져나간다.


빈첸의 '유재석'을 듣고 누구보다 완벽주의자인 당신은 수많은 조약돌을 맞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심코 생각해 보았다. 당신이 하는 모든 말들이 이슈가 되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칭송받고, 정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모든 순간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인생.

나 또한 어렸을 때는 연예인 유재석이 지닌 무게를 가늠하지 못했다. 몰래카메라로 알리지 않고 일상을 촬영하거나,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 인성을 확인하는 질문을 할 때면 나는 세상이 그에게 너무 과도한 완벽함을 요구하지는 않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태운 담배 한 개비가 흡연 부스가 아니라도 이해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당신은 세상으로부터 지나치게 감시받고 있지 않는가. 나조차도 주위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그에 부응하고,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허덕이고 있는데 온 국민의 시선을 받는 당신은 어떠할까. 미담이 일상 그 자체가 되어버린, 요즘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상은 분명 우리에게 더 큰 한계를 시험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는 그 특별함이 편안함이 되기를 바란다.

값진 공감으로 뭉근하게 곁에 있어 주어서

어쩌면 이것은 유재석에 비춘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훌륭한 인생과 불행한 인생은 없다고 본다. 물론 범죄라던가 선악의 명백한 기준에 대해서는 가치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에 대해서 구분할 수 있지만, 불완전한 타인의 인생은 모두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가치관이 된다.


그런 사람들의 실수는 용납할 수 있지만, 내가 나를 실망시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나는 타인이 나를 비난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옳고 그름, 완벽함과 부족함을 더 두려워하는 편이다.

유재석은 대중들이 자신의 삶이 지루하다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은 행복하기 때문에 그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에 동의한다. 본인이 아닌 다른 잣대로 타인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다만 나의 바램은 그가 현재의 자유로움 속에서 더 자유로웠으면 하는 것이다.


언젠가 유재석이 방송에서 자신은 힘든 프로그램을 골라서 한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나도 비슷하다. 일부러 내게 사회의 각박함을 알려줄 것 같은 일을 골라서 하고, 한계를 넘어가는 활동을 강행하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편안하기만 할 것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미리 스스로의 극한점에 부딪혀 봐야 훗날 더 큰 시련이 왔을 때 견딜 힘과 판단력이 생길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속의 당신도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당신과 다르게 자유로워서 힘든 일이 있으면 구석에 가서 울고 털어내는 편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있어서 온 세상은 눈 달린 벽이 아닌가.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30주년을 축하하며, 동료 전소민의 편지처럼 값진 공감으로 국민들의 옆에 있어 주어서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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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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